목숨 걸고 공부하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꿈이다. 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 불행은 갈라진다. 꿈이 있는 자는 행복하고 꿈이 없는 자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등에 식은땀이 나곤 한다. 평생 내 어깨에서 벗어난 일이 없는 배낭. 업이요 짐이요 운명이다. 그 시간의 그들이 직장으로 일터로 사업장으로 전쟁터로 발걸음을 옮길 때 나는 배낭을 메고 도서관으로 직행을 하곤 했다.
한평생 돈과는 거리가 먼 공부에 나는 목숨을 걸었었다
세월이 흘러 지난 2008년 여름. 촛불집회에 참가한 세 번째의 밤. 그 날 밤도 나는 정신을 집중시킨 채 그 무엇에 빠져 있다 아! 하고 무릎을 쳤다. 신호가 온 것이었다. 접신. 순간 내 머릿속에서 빛이 환하게 쏟아져 나왔다. 미국산 쇠고기와 한반도 대운하를 뚫고 나에게 찾아온
2012-2022 DMZ PROJECT
그리고 몇 달 후 또 접신이 일어났다. EBS의 세계테마여행이라는 프로를 보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뚫어지듯 텔레비전 속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나는 내 무릎을 다시 쳤다. 충격 그 끝에 찾아온 빛 하나. 그 날 그렇게 해서 나타난 것이 바로
오조영어나라
나는 미친 듯이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황홀했다. 내 머릿속은 계속 번갯불과 천둥이 쳐댔다.
우르르 쾅!
우르르 쾅!
순간에 의해 탄생한 두 프로젝트는 그러나 긴 세월의 그 끝이었다. 나는 행복했다. 하나도 벅찬데 두 가지의 큰 주제가 나에게 찾아온 것이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어두운 새벽, 자다가 까딱없이 일어나 베란다에 나가 혼자 강을 바라보며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렇게 앉아 있곤 했다.
2012-2022 DMZ PROJECT
오조영어나라
이상과 현실. 하나는 한반도를 통일시킬 수 있는 2012-2022 DMZ PROJECT. 그 프로젝트를 나는 지난 구정 전 이 명박 정권의 실세들에게 보냈다. 과감하게 대북정책을 바꾸어라. 지금 이대로는 냉전의 구도를 깨지 못한다. 남도 살고 북도 살 수 있는,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기립박수를 보낼 수 있는 통일 프로젝트를 돌려라. 그만큼 한반도의 통일은 급한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정치권은 하나도 급하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접해본 정치권 인사들의 정신은 다른데 가 있었다. 그들은 오로지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오조영어나라. 이제 외국에 나가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하지 않아도 내 생각을 영어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더 이상 기러기 아빠들이 쓴 소주를 들이키며 외로움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많은 돈과 시간을 벌 수 있는 오조영어나라의 가장 큰 특징은 값싸게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한국은 지금 영어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거리에서 외국인과 맞닥뜨리면 열에 일곱은 자리를 피한다. 외국인이 다가와
Hello!
하면 정신이 경기를 일으키며 동시에 몸은 저 멀리 도망을 가곤 한다. 이게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왜 그런 비극 같은 희극이 일어나는 것일까? 세계에서 머리 좋기로 따지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한국의 머리들이 왜 유독 영어에는 그렇게 맥을 못 쓰는 것일까? 아시아에서 영어가 약한 나라가 있다.
일본과 한국
일본과 한국에서 나는 문제점과 답을 찾았다. 일본식 교육이 우리 아이들의 영어를 망친 것이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그리고 대학교 4년을 마치고도 영어가 입에서 얼어붙는 이유를 찾아낸 것이다.
세계테마여행의 무대는 월남이었다. 월남의 어느 시골마을. 그날따라 마을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 동네의 길에서 어린 아이 하나가 외국인을 상대로 꽃과 장식품을 팔고 있었다. 일곱 살 정도 먹은 어린 여자 아이가 외국인에게 영어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 장면을 본 나는 잠시나마 큰 충격에 빠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생각하는 로댕이 되어 있다 무릎을 탁! 쳤다. 두 번째 접신이 일어난 것이다.
그 날부터 나는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내 머릿속은 황홀했고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설계도가 완성이 되었다. 희열 속에 찾아온 엔도르핀.
바보들!
바보덩어리들!
전 현직 교육부와 대학교수들을 향해 욕을 하면서 나는 설계도대로 그림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지난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때가 되면 나타날 오조영어나라
두 프로젝트가 내 마지막 꿈이다. 2012-2022 DMZ PROJECT는 이미 완성이 되었고 지금은 오조영어나라에 매달리고 있다.
나는 가끔씩 몸이 부르르 떨리곤 한다. 만약 오조영어나라라는 교육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어 큰돈을 벌게 되면 나는 그 돈을 사회에 환원시킬 것이다.
그 꿈은 전국의 읍면에 도서관을 지어주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말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어릴 때 고향 동네의 도서관이었다. 맞다. 도서관이야말로 꿈과 희망을 잉태시킬 수 있는 상상력의 둥지인 것이다. 일본의 인기 작가인 무라까미 하루키도 도서관을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그는 내 인생의 5할은 도서관이었다고 말했다. 나 역시 내 존재의 5할은 도서관이었다.
지금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해리 포터의 저자인 조앤 K. 롤링이 해리 포터를 쓴 곳도 공공도서관이었다. 공공근로를 하면서 가난과 싸우던 그녀는 시립도서관에서 상상 밖의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내었다. 그 결과 그녀의 재산은 지금 영국왕실보다 더 많다.
도서관은 꿈과 희망의 아지트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일 년 삼백육십오일 내 존재는 늘 도서관에 파묻혀 있곤 했다. 그곳에서 나는 내 무딘 칼을 싹싹 갈며 검법을 연마해 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일생은 우울증과의 한판 싸움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일생은 고독과의 한판 싸움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일생은 외로움과의 한판 싸움이었다
승자와 패자는 늘 이 갈림길에서 갈라진다. 그 벽을 뛰어넘으면 승리할 것이고, 그 벽을 뛰어넘지 못하면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 지자와 우자의 차이는 한 끗이다. 한 끗에 살고 죽는 것이다.
오늘 날씨가 무덥다. 베란다의 창문을 열어놓고 나는 나를 상대로 한판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외부에 있는 그것들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다. 나는 나를 뛰어넘어야 한다.
뒷이야기-오늘 몇 잔째 커피를 마시고 있는지 모른다. 눈을 보니 퀭하다. 씻지 않은 머리는 기름덩어리다. 정신은 맑다. 얼마나 자판기를 두드렸는지 오른쪽 어깨가 뻐근하다. 잠시 쉬고 싶지만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죽은 문장들이 나를 잡아끈다. 그래도 행복한 것은 주제가 있기 때문이다. 꿈, 도전, 열정. 내 삶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이다. 2011620도노강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