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둘레길을 걸으면서
현미밥에 된장을 넣어 비벼먹고는 배낭을 챙겼다. 일과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토요일과 일요일. 밖을 보니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혼자다.
며칠 전 서울시에서 발표한 서울에서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한 곳 중에 하나인 상계역에서 삼육대학까지의 그 길을 걸을 생각이다.
상계역에 내려 대충 눈짐작으로 걸어 들어갔다. 상가와 건물 그리고 아파트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 만난 곳. 팻말이 보였다. 여기가 시작지점이구나. 화장실에 가 소변부터 보고 본격적인 둘레길에 나섰다.
나는 걸으면 행복해지는 사람이다. 걸으면 내 몸 속에 알 수 없는 분비물이 쏟아져 나온다. 걸으면 온몸이 편안해지면서 정신이 맑아져온다.
걸어가는데 금요일 밤이 떠올랐다.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독이 아직 안 빠져 나간 모양이다. 나는 O형이다. 내 몸 속에는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 체게바라만큼이나 뜨거운 혁명의 피가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다. 선거가 많으면 그만큼 내 생명은 짧아질 것이다. 오늘 길을 나선 것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뜨거운 피를 식히기 위해서다.
박원순과 나경원 후보. 두 사람 다 똑똑하다. 특히 나 후보는 원희룡의원과 서울대법대에서 1,2등을 다툰 재원이었다고 한다. 나경원 후보의 눈을 보면 살아 있다. 총기가 있다. 말도 야무지다. 얄미울 정도로 말을 딱 부러지게 잘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열 아들 안 부러울 것이다. 그런데 하나 알아야 할 것은 나 후보는 헛똑똑이라는 것이다. 교과서만 죽어라고 판 사람과 책만 죽어라고 판 사람의 끝은 다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중들은 진국보다 헛똑똑이에 열광을 한다는 것이다.
나경원 후보를 보면 한나라당의 그림이 나온다. 그 쟁쟁한 꾼들을 다 제치고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나 후보가 똑똑하다는 말이다. 군계일학인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한나라당의 그들과 나불이들은 나 후보 발가락이나 빨아야 될 위인들인 것이다. 인재에 관한 한 씨가 말라 있는 한나라당.
어쨌든 나 후보와 박 후보 간의 토론이 있고 난 그 다음날 나 후보의 인기가 치솟았다고 한다. 나 후보의 완승. 박 후보는 안타까울 정도로 갈지자걸음을 걸었다.
누워 있다 일어나 앉았다.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코너에 몰린 박 후보는 약간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 중심을 벗어나 있었다. 그의 56평 아파트와 집안을 가득 메운 책들이 떠올랐다. 그는 책 수집가로 알려져 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때 1만 권의 책을 가지고 왔다고 한다.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1만 권의 책을 가지고 왔다고 한다. 합이 2만 권이다.
독서는 왜 하나? 그 물음이 떠올랐다. 도대체 책은 왜 읽나? 나는 한 트럭의 책을 읽었다. 어린시절부터 1만 원이 생기면 책부터 샀다. 길을 가면서 책을 보다 전봇대와 박치기를 했었고 하수구에 빠진 적도 있었다. 책은 내 영혼이었고 신이었고 종교였다. 책에 빠진 사람들은 안다. 책은 마약보다 더 무섭다. 책에 포로가 되면 빠져 나오지 못한다. 평생 책의 노예가 되어 살아야 한다.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때가 되면 반드시 빠져 나와야 된다.
무림의 고수도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으면 하산을 해야 한다. 독서도 끝이 있어야 한다. 때가 되면 책을 덮어야 한다. 그 다음 할 일은 세상을 구해야 한다.
1. 자신을 구하고
2. 어려운 이웃을 구하고
3. 나라와 국민을 구해야 한다
며칠 전, 이 세상과 작별을 한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무엇일까? 스티브 잡스의 위대한 업적은 무엇일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점들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시킨 그 것이다
독서의 끝은 나 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사용되어져야 한다. 1인칭 삶은 행복도 성공도 아니다. 2인칭 삶 또한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3인칭 삶에 나의 존재가 던져져야 비로소 가치 있는 삶과 행복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도대체 책은 왜 읽을까? 독서는 예금이다. 책을 읽어 그 영양분을 머릿속에 저금을 한다. 왜? 필요할 때 끄집어내어 사용하기 위해
독서의 궁극은 행위의 설계도이다
그날 밤 박 후보는 맥을 못 추고 있었다. 반대로 나경원 후보는 얄미울 정도로 치고 빠지는데 열을 다하고 있었다. 박 후보는 왜 저렇게 어물어물거릴까? 반상회에 나왔나. 저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서울시시민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나온 자리가 아닌가. 서울시장이 되기 위해 나온 것이다. 만약 선거에서 떨어지면 그가 가슴에 품었던 설계도는 그냥 뜬 구름이 되는 것이다. 여하튼 싸워 이겨야 한다.
선거는 정글이다. 정글의 법칙만이 있다. 상대를 잡지 못하면 내가 상대방에게 잡힌다. 잡히는 날, 모든 게 끝이다. 악착같이 싸워 이겨야 자신의 원대한 꿈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박 후보는 시종일관 점잖게 나갔고 나 후보는 시종일관 치고 빠지는 작전을 구사해 수지맞는 장사를 하고 있었다. 왜 그런 나 후보를 매섭게 몰아붙이지 못하나?
나 후보는 본인에게 유리한 문제는 답을 잘하면서 반대로 불리한 질문을 받으면 참기름을 바른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 나가곤 했다. 늘 그런 식이었다. 그럴 때마다 박 후보는 한 번도 재차삼차 물고 늘어지지를 않았다.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땀을 흘리면서 정작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에 대해서는 모질게 몰아붙이지를 못하고 있었다.
1. 기로 제압을 하고
2. 논리로 제압을 하고
3. 상대방이 두루 뭉실 질문을 피해 나갈 때마다 더 강하게 상대를 공격을 해야 한다
4. 그래야 기가 꺾인다
그 날 밤 토론을 보면서, 아니 나경원 후보를 보면서 나는 가슴을 쳤다. 우리나라가 정말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학력철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서울대는 망국의 지름길로 가는 급행열차인 것이다.
박원순 후보님, 정말 반듯하고 아름다운 서울시를 만들고 싶다면 일단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상대를 보십시오. 안 되면 상대를 물어뜯으십시오.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그럴 배짱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포기하십시오. 선거는 양반들이 두는 장기도 아니고 바둑도 아닙니다. 내가 죽느냐 사느냐! 생명이 걸려 있는 싸움인 것입니다. 이겨야 당신과 당신을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한나라당과 보수 그리고 조중동을 보십시오. 사생결단을 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왜 저렇게 미쳐 날뛸까요? 저들에게는 국가의 이익이나 국민들의 행복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단 하나 지게 되면
밥도 국물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뒷이야기-지금 한국은 극과 극이 존재하고 있다. 미친 한 인간이 세계의 한복판에서 춤을 추고 있다. 저 춤판을 멈추게 해야 한다. 저 미친 춤꾼을 끌어내려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한국의 근본을 바꿀 수 있는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무지는 죄악이다. 침묵도 죄악이다. 관전도 죄악이다. 앎의 궁극은 실천이다.20111015도노강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