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화두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 그리고 직관

오주관 2012. 3. 28. 14:14

 

 

 

스티브 잡스의 경영철학의 핵심은 'difference'이다. 그는 세계 문명의 한 축을 바꾸었고, 그리고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문제는 경영철학의 핵심인 '다르게'는 성공을 했지만 그 '다르게'를 차별화시키지는 못했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열광을 하는 아이폰을 놓고 보면.

 

그 해 2008년 6월, 청계광장에는 밤마다 촛불이 타올랐다. 어른들, 직장인들, 학생들, 심지어 엄마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해방 후 권력에 맞서기 위해 거국적으로 일어난 4, 19 만큼이나 신선한 시민혁명이었다.

 

한미 쇠고기 협상

한반도 대운하

 

꿈을 놓고 해몽이 다르듯, 보수와 진보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싸웠다. 코끼리의 몸통은 만져보지도 못한 채 다리 하나씩을 잡고 이게 코끼리라고 으르렁거리곤 했다.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어느 한쪽의 편향된 이념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청계광장 촛불집회에 집사람과 참석한 나는 이명박 정부가 내 세운 그 가벼운 주제에 치를 떨었다. 너무 시시했다. 참석할 때마다 이명박 정부의 그 가벼움에 분노가 터져 나왔다. 어느 날 치욕과 분노의 끝에 나온 그 것!

 

1. DMZ PROJECT(2013-2023 DMZ PROJECT)

2. 오조영어나라

 

1번은 3일 만에 밑그림이 완성되었다. 2번 역시 일주일 만에 밑그림이 나왔다. 가슴이 벅찼다. 엉뚱한 장소에서,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상상 밖의 프로젝트가 터져 나온 것이었다. 아니다. 그 프로젝트들이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절실함!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나의 절실한 그 무엇이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던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청계광장 마당에 토해낸 것이었다. 그래서 전광석화 같이 우르르 쾅! 하고 터져 나온 것이었다. 7월 어느 날이었다.

 

 

 

 

그 해 9월의 어느 날, 주역의 대가인 대산 김석진 선생의 인터뷰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선생의 인터뷰 중에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2013년이 되면 한반도를 통일시킬 지도자가 나타난다’고 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지도자가 나타난다? 그 지도자는 누구일까? 우리 한반도를 통일시킬 큰 바위 얼굴은 누구일까?

 

어쨌든 나는 내가 만든 한반도 통일 프로젝트를 세상 밖으로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한번 봐주십시오. 그리고 허리끈을 풀어놓고 토론을 한 번 합시다. 이름 석 자만 대면 알 수 있는 학계의 대가들이었다. 그러나 답은 없었다. 심지어 한반도가 통일이 되지 않고는 남과 북의 경제성장은 없다, 라고 텔레비전 방송에서 목에 힘을 준 그 학자도 내 통일 프로젝트에는 침묵했다. 어느 날 밤 그 방송을 같이 본 집사람이 말했다. ‘당신하고 논조가 똑 같네요!’ 그래서 보낸 것이었다.

 

사람들은 가끔씩 변방의 ‘듣보잡’이인 나를 향해 당신은 누구인가? 하고 묻곤 한다. 그 때마다 나는 입을 다문 채 미소만 지었다.

 

나는 대목수이면서 목수가 아니다

 

작년 연말부터 정치권으로 통일 프로젝트를 다시 보내기 시작했다. 네 사람에게 보냈다. 그들 역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에도 꽝!이었다. 답답했다. 왜 그들은 답을 보내지 않았을까? 받으면 보내야 한다. 그것이 예다. 가령 내가 보낸 통일 프로젝트가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통일 프로젝트와는 거리가 멀다 하더라도, 답은 보내야 한다.

 

지금까지 한 사람, K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내가 만든 통일 프로젝트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몇 달 뒤 그는 술집에서 나에게 제의를 했다. 정치학회지에 공저로 싣자고. 얼마 후 술집에서 만난 나는 그 제의를 거절했다. 사실 그 제의를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이제야 말하지만, 그 때 내가 거절한 것은 다른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 프로젝트는 사실 미완성이었다. 지금의 통일 프로젝트와는 내용이 전혀 달랐다. 만약 지금의 통일 프로젝트였다면 아마 응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목수가 아니다

나는 집을 지을 수 있는 기술이 없다

그런데 한반도라고 하는 큰 집을 지을 수 있는 기술은 가지고 있다

 

 

 

 

내 전공은 국문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문학 교수들도 안 만든(못 만든)영어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고, 정치학 교수들도 안 만든(못 만들고)있는 한반도 통일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 프로젝트들을 만들게 했을까?

 

절실함이었다.

 

그 절실함이 그것들을 불러들인 것이었다. 나의 간절한 절실함이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던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끄집어낸 것이었다.

 

1. 절실함 2.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 3. 직관

 

절실함이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만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직관이 큰 힘을 발휘했다. 그날 밤에도 집사람과 촛불을 든 채 나는 눈을 감았다. ‘저런 지저분한 주제가 아닌 남과 북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프로젝트는 없을까?’ 하고 양미간을 좁힌 채 고뇌를 하고 있는데 순간 내 머릿속에서 빛이 번쩍하면서 우르르 쾅하고 뇌성이 치는 것이었다.

 

아!

바로 그것이다!

 

그 때의 아! 가 바로 직관인 것이었다. 사물의 중심을 관통하는 그 직관이 나의 간절한 절실함과 인문학과 상상력을 번쩍 들어 올린 것이었다.

 

뒷이야기-12월 대선이 남아 있다. 나는 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빌고 또 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오늘도 중심과 변방을 바라본다. 도대체 한반도를 통일시킬 큰 바위 얼굴은 어디에 있나? 문일까, 안일까? 아니면 제 3의 인물일까? 나는 진실로 그를 보고 싶다. 2013327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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