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8타수 1안타

오주관 2012. 6. 18. 21:59

 

 

 

크레바스에 빠져 있는 나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2년 만에 떠난 설악산 행. 골방에 처박혀 4년 간 매달린 작업의 끝. 인생 후반부에 만난 두 프로젝트. 통일 프로젝트와 영어 프로젝트. 통일 프로젝트는 작년 말부터 부지런히 정치권으로 날아갔지만 수고에 비해 답은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그 프로젝트를 어떻게 만들었나? 내 인생의 터닝포인터가 시작된 그 해 여름의 청계광장.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통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무력통일이 아닌, 흡수통일이 아닌 화해와 상생으로 통일의 문을 열 수 있다.

 

나는 생각했다. 통일 프로젝트야말로 이 시대의 정신과 맞아 떨어진다. 시대의 정신이 반영된 통일 프로젝트다. 우리 민족에게 통일만큼 위대한 사업은 없다. 남과 북의 소원과 소망 중에 가장 으뜸은 통일이 아닌가.

 

나는 그들과 동일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나와 같으리라. 절박함과 절실함을 공유할 수 있는 집단이 그들 정치권이 아닌가.

 

유, 문, 안, 이, 임, 박, 백, 법.

 

8타수 1안타.

 

 

 

한 사람은 정중하게 답신을 나에게 보냈다. 고맙습니다. 그는 한반도와 정치를 볼 줄 아는 식견이 높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알고 있다. 안타깝게도 내가 그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나에게 남은 사람은 한 사람. 룰라를 닮은 사람. 그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많다. 그 중에 하나가 그는,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저력과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울산바위를 오르면서 나는 땀을 비 오듯 흘렸다. 통쾌하기까지 했다. 지금보다 더 무거운 짐을 나에게 준다 해도 나는 짊어질 용의가 있다. 지옥에라도 떨어지라고 하면 떨어질 용의가 있다.

 

가지고 간 현미밥은 한 끼밖에 못 먹었다. 여름이라 배낭 안의 현미밥이 시어버린 것이었다. 막걸리로 대신했다. 1박 2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다시 프로젝트 전선에 복귀를 했다. 그동안 날려 보낸 영어 사업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두 군데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 한군데 대기업의 비서실에서는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 전화를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나는 그동안 내 메시지와 통일 프로젝트를 열심히 날려 보냈다. 경력이 아닌 능력을 보라고 했다. 한 사람의 능력을 보지 말고 남과 북이 처해 있는 현실을 보라고 했다. 나는 탐욕적인 인간은 아니다. 당신들이 내 글을 읽고 판단을 하라. 글 한편만 읽으면 그 사람의 전부가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까지 답을 보내지 않았다. 정녕 종을 친 것일까? 왜 그들은 답을 보내지 않았을까? 답은 두 가지다.

 

1. 내 통일 프로젝트가 엉터리다

2. 그들의 눈이 당달봉사이다

 

아니다. 그들은 나보다 뛰어난 자들이다. 정치적 식견과 감각이 나보다 몇 갑절은 뛰어난 자들이다. 그들이 내 메시지에 답을 보내지 않은 건 순전히 내 정치적 식견이 부족해서이다. 그리고 접근 방법도 도무지 틀렸고.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는 초보이면서 순진보이인 것이었다.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는 바보인 것이었다.

 

 

 

나는 며칠 후 민주통합당을 탈당한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인 셈이다. 다음을 도모하자. 2017년을 예약하자. 그들은 나의 동지가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나뿐이다. 이제 남은 일은 내 메시지와 통일 프로젝트를 날려 보낸 그들을 내 마음 속에서 지우는 일이다.

 

내가 지금 와 있는 곳은 어두운 크레바스 속이다. 나락의 끝부분에 떨어져 있다. 작년 어느 날 밤, 나는 자다 일어나 한 젊은이를 떠올리면서 울었다. 평소 등반기술이 좋아 테크니션으로 인정받았던 안동의 산악인 강기석 대원. 힘보다 기술이 뛰어난 그는 암벽등반에 관한 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안동의 젊은이였다. 33살의 젊은 나이에 삶을 접은 그의 해맑은 얼굴을 떠올리면서 그 날 밤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나는 이번 울산바위를 오르내리면서 다시 한 번 내 자신을 다그쳤다. 문제와 답은 무엇인가?

 

실천이다!

 

내려가면 나는 그들을 차례로 만날 것이다. 사업적 판단은 나보다 뛰어난 그들이다. 척하면 구만 리를 본다. 오늘 만난 대학교 담당자와 의견을 교환하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버럭이로 변해 있었다. 깜짝 놀랐다. 의견을 교환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내가 그를 훈계하면서 나무라고 있었다. 차이를 인정하지 못한 것이었다. 나는 전체를 알고 찾아간 사람이고, 그는 내가 만든 프로그램의 핵심이 궁금한 사람이었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뒷이야기-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는 나에게 내용을 좀 보여 달라고 했다. 내가 그랬다. 대한민국은 짝퉁의 나라다. 대한민국은 복사하는데 천재다. 그리고 사업은 예측을 하고 덤비는 것이지 검증과 인증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건 아니다. 모 아니면 도다. 그런 위험한 싸움에서 사업가들은 무엇을 노리고 보느냐? 사업성과 가능성과 수익성을 본다. 사업은 한마디로 돈오돈수다. 돈오점수로 계산을 하되 판단은 찰나인 돈오돈수다. 척하면 답이 나오고 구만 리 앞을 볼 줄 알아야 사업가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그랬다. 모 대학교는 5백억 원을 부산의 모 투자금융에 투자를 했다 다 날려버렸다. 부산의 모대학교는 캠퍼스에 쇼핑몰을 지었다 몇 백억을 날릴 판이다. 모 그룹의 회장은 점쟁이 말을 듣고 선물시장에 투자했다 천 몇 백억 원을 날려버렸다. 이 사업은 안전판이 마련되어 있는, 내가 생각해도 황금 알을 낳는 이상한 거위다. 이 책 속에 문제와 답이 다 들어 있으니 읽고 판단을 하십시오. 2012618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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