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행복의 다른 이름
살면서 마음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세 명 정도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나? 한 번 보자. 개똥이 소똥이 말똥이는 없고, 아, 나에게도 친구가 있다. 그것도 세 사람이 넘는다. 내 곁에 잠시 머물다 떠난 친구가 하나 있다. 반대로 아직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나와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있는 친구들. 죽마고우를 넘어선 그들은 내 삶이 끝나는 그 날까지 생명을 같이 할 소중한 친구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일까, 불행한 사람일까? 나는 기꺼이 행복 쪽에 표를 던진다.
1. 우울증
2. 이명
3. 가위눌림
4. 공황장애
5. 외로움
6. 고독
언제 우울증이 왔습니까?
초등학교 1학년 때 찾아왔습니다.
빨리 온 셈이네요?
빨랐지요.
그 때를 기억하십니까?
네. 문자를 익히고 나서 찾아왔습니다.
그래요?
네. 가나다라마바사자차카타파하를 익히고 나서 우울증이 달라붙었습니다.
이명은 언제 왔습니까?
중학교 1학년 때 왔습니다.
가위눌림은요?
이명이 시작되면서 찾아왔습니다.
나는 청각장애 5급이다. 청각장애가 온 것도 이명과 가위눌림 때문이다.
이명과 가위눌림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난 어느 날부터 나는 불면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가위눌림이 찾아온 것이었다. 불을 끄고 잠을 자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위눌림. 하룻밤에 한 번 올 때도 있었고, 다섯, 여섯 번 올 때도 있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그 때 찾아오는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낙하산 없이 수천 미터 상공에서 떨어져 내린다. 솔직히 죽는 것보다 못하다. 수 천 미터 높이에서 아래로 떨어질 때의 두려움과 공포는 뭉크의 절규를 능가한다.
아!
오!
아!
그래서 나는 가위눌림을 피하기 위해 눈을 뜬 채 밤을 홀딱 지새우기 시작했다. 책을 본격적으로 잡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읽기 시작한 세계문학. 그 때와 달라진 것은 책이 두꺼워졌다는 것이다. 다자이오사무, 도스또옙스키, 카뮈, 섹스피어, 그리고 톨스토이 등등은 긴긴 공포와 두려운 밤을 지켜준 나의 스승이자 친구였다.
공황장애는 언제 찾아왔습니까?
사십 중반에 찾아왔는데, 가위눌림이 사라지면서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가위눌림처럼 오래 가면 어떻게 하나 고민을 했는데 1년 정도 친구하다 어느 날 물러갔습니다.
증상이 어땠습니까?
한마디로 밀폐된 곳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네.
극장, 지하철, 버스, 방 안 등등.
가슴은 안 아팠습니까?
왜요. 심심하면 심장마비가 찾아왔지요.
약을 먹었습니까?
먹었지요. 탑골공원에 가면 조선족 아주머니가 파는 우황청심환을 사 하루에 한 알도 먹고, 많을 때는 5, 6알도 먹곤 했습니다.
그럼 지금 남아 있는 게 우울증과 이명입니까?
그런 셈이지요. 그리고 껌처럼 떨어지지 않고 달라붙어 있는 외로움과 고독도 나와는 절친인 셈입니다.
그동안 약물 치료는 안 받았습니까?
한번도.
강한 편이군요.
강한 것보다, 깡이었지요.
왜 그들은 나에게 왔을까?
왜 어린 나이에 그런 친구들이 달라붙었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사이클이 맞지 않았다. 유전인자와 환경인자의 부조화. 내 유전인자 속에는 자유는 있어도 구속은 없었다. 내 유전인자 속에는 우리는 있어도 혼자는 없었다. 내 유전인자 속에는 함께는 있어도 무한경쟁은 없었다. 내 유전인자 속에는 천국은 있어도 지옥은 없었다.
그런데 세상은 내가 상상한 세상이 아니었다. 내 유전인자가 뿌리를 내릴 땅이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그 때부터 부평초 신세였다. 우리는 없고 나만 있었다. 달리기를 해도 일등을 해야 했고, 공부를 해도 일등만이 박수를 받았다. 1등과 꼴찌뿐이었다. 1등을 향한 사람들의 집념은 무서웠다. 누가 저렇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을까? 1등을 향한 치열한 경쟁. 사기를 쳐도 1등만 하면 용서가 되고 존경을 받는 세상. 종교도 사기꾼이 될 것을 강요하고 있다.
21세기,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
우리는 물어야 하고 답을 해야 한다.
과정은 없고 결과만 존중을 받는 이 세상,
진실로 1등은 실력이고 꼴등은 무능력이냐?
다자이오사무가 죽으려고 세 번 자살을 시도한 것도 유전인자와 환경인자의 부조화 때문이었다. 추운 겨울, 톨스토이가 눈이 내린 광야에서 얼어 죽은 것도 자신이 꿈꾼 세상이 올 수 없다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권력과 명예와 부를 누렸던 톨스토이에게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톨스토이에게 부와 권력과 명예는 바람이었고 공이었고 무였다
체게바라와 룰라가 만들고 싶었던 세상은 한마디로 수직이 아닌 수평이었다. 가난 때문에 자식을 잃은 마르크스가 꿈꾼 세상도 수직이 아닌 수평이었다. 그리고 개인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공동체였다. 내가 꿈꾼 세상도 이하동문이다.
이 세계가
고뇌하고
사고하고
힘을 보태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반드시 풀린다.
뒷이야기-이제 우리는,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공식을 펼쳐놓고 진지하게 고뇌를 해야 한다. 1. 왜 세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둘로 쪼개지고 있나? 2. 왜 세계의 한쪽은 천국인데 다른 한쪽은 지옥일까? 3. 왜 세계의 한쪽은 너무 먹어 배가 불러 죽을 지경인데 다른 한쪽은 먹을 게 없어 말라 비틀어져 가고 있을까? 4. 왜 세계는 종교 때문에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계속 일어날까? 무엇이 문제이고 답일까? 에어컨을 보자! 에어컨을 가동하면 실내는 시원하다. 그런데 실외기 밖은 푹푹 찐다. 이게 21세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다. 소위 잘 나가는 선진국들은 실내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자유와 부와 평화를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후진국들은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바람 앞에 속수무책 비지땀을 흘리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이 불평등의 공식을 걷어내어야 한다. 실내와 실외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 세계의 부는 이 세계의 것이다. 가난한 그들에게, 그들의 몫을 돌려주어야 한다. 이 공식이 바뀌지 않으면 오늘도 우리가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는 천국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천국이 지옥이다.2013420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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