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화두

강성과 약성

오주관 2013. 7. 4. 15:04

 

 

강성과 약성

사람마다 유전인자가 다르다. 태어날 때부터 액션이 크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있다. 반대로 태어날 때부터 액션이 작고 목소리가 작은 사람이 있다. 물론 그 중간도 있다.

 

양성

태어날 때는 분명 남자로 태어났는데 여자인 사람이 있다. 우리 고향에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 둘 있었다. 하나는 남자로 태어났는데 마당에서 노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여자였다. 여자아이들과 마당에서 공기놀이에 몰두하는 그는 목소리까지 여자를 닮아 있었다. 그의 성은 분명 남자였지만, 여자였다.

 

반대로 태어날 때는 여자로 태어났는데 자라면서 이상하게 남자복장을 한 채 남자 행세를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읍내 버스정류장에서 택시 기사를 했는데, 늘 얼룩무늬 해병대 복장에다 군화까지 신고 있었다. 누가 보면 진짜 해병대 출신으로 착각할 정도로 씩씩했다. 남자처럼 몸도 튼실튼실하면서 목소리도 컸다. 그의 성은 분명 여자였지만, 남자였다.

 

 

 

강성과 약성

우리 사회를 보면 강성과 약성이 있다. 차이점은 유전인자와 환경인자다. 강성은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몸을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흥분을 하면서 팔을 걷어붙인다. 그들은 결과를 따지지 않는다. 아니 따져도 연연하지 않는다. 아니다, 연연하면서도 그들은 항상 대의를 생각한다.

 

대접을 받지 못하는 강성

그런데 강성은 대접을 못 받는다. 괜히 앞에 나섰다 뒤통수를 맞으면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강성이 대접을 받고 출세를 하는 꼴을 나는 잘 보지 못했다. 출세와 부의 대열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항상 A급이 아닌 B급들이다.

 

 

 

사상가이면서 대시인인 김지하

얼마 전, 진보로부터 몰매를 맞아 골병이 든 김지하 시인. 그는 누구인가? 70, 80 년대 자유와 민주주의에 목말라 한 지식인과 젊은이들이라면 박정희와 김지하는 알고 있었다. 박정희는 독재자였고, 김지하는 팬으로 독재에 항거한 시인이었다. 독재자 박정희를 아웃시키기 위해 당당하게 온몸으로 맞선 이들이 많았다. 그들 중의 한 사람이 바로 시인 김지하였다. 그는 빼앗긴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지식인들과 젊은이들의 든든한 동료이지 스승이었다. 그 시대를 거쳐 온 이 땅의 많은 지식인들은 분명 그에게 빚이 있다.

 

그는 시대의 빛이었고 쉼터였고 아지트였다

 

그런 그의 인생 후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지금 가난과 고독과 우울과 싸우고 있다고 한다. 원인은 소통의 부재. 이제야 말이지만 우리 사회가 그동안 대시인을 대접하지 않은 것이다. 어른으로 대접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 돈이 넘쳐나도 대시인에게 갈 돈은 없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온다고 했다. 재물과 명예에서 밀려나 잊혀가고 있는 그는 외로움에 몸을 떨었을 것이다. 그는 시인이기 전에 사상가였다. 독재의 시대, 타는 목마름을 적실 수 있는 샘의 원천이었고, 꺼져가는 혁명의 불을 다시 붙일 수 있는 정신의 아지트였다.

 

그런 그가 지난 대선 때 혜성처럼 나타났다. 언론 앞에 나타난 그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광경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혼절을 했다. 시인의 발표가 해프닝이 아닌 진실임을 목격한 동료와 후배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그들은 그에게 직사포로 성토를 했고, 욕을 바가지로 안겼다. 그리고 변절이라는 딱지를 그에게 선물했다. 그도 지지 않고 이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면서 사자후를 터뜨렸다.

 

너희들이 나를 알아?

이놈들아! 내가 돈이 없어 내 아들을 대학교에 보내지 못했다!

 

 

 

소설가 이외수

한 때 그는 춘천의 명물이었다. 젊은 시절 너무 가난하여 춘천 명동의 어느 다방에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소설을 썼다고 한다. 보리쌀 세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를 면한다는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춘천의 거지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어느 해 춘천에서 화천으로 둥지를 옮겼다. 지금 그는 인기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화천의 유지다. 화천군에서 백억이 넘는 돈을 들여 그의 아지트를 지어주었다. 오랫동안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긴 머리와 결핵. 결핵은 사라졌는지 몰라도 긴 머리는 아직도 그대로이다. 어쨌든 오늘도 그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집을 찾는다고 한다. 자가용으로 택시로 그리고 버스로.

 

대중들을 하나로 사로잡는 것은 딱 하나, 텔레비전이다

 

사상가요 대 시인인 한 사람은 점점 대중들과 동료와 후배들로부터 잊혀 가고 있다.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강원도 박경리 문학관에 사는지 서울에 사는지 일산에 사는지 모른다. 그리고 관심도 없다. 

 

그런데 화천의 한 사람은 대중들의 인기를 등에 업은 채 오늘도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기분 좋게 살아가고 있다. 그와 친교를 맺고 있는 연예인들도 많다. 그는 이제 가난하지 않다. 가난한 시인과 인기가 많은 소설가. 두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여정과 존재를 바쳐 건져 올린 문학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몸이 떨려온다.

 

 

 

신화이면서 전설이 되어버린 장효조와 최동원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들의 인생 후반을 보자. 아니 그들이 은퇴를 하고 난 다음 어떻게 생활을 했고 또 어떤 대접을 받았나? 두 사람은 한 번도 일군의 감독을 하지 못했다. 이군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리고 팬과 언론으로부터 조명도 받지 못했다. 은퇴할 때까지 3할을 자랑하는 천재 타자, 장효조. 깡과 열정으로 야구팬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전설적인 투수 최동원.

 

두 사람의 닮은꼴은 하나, 강성이었다. 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뒤로 물러난 채 몸을 도사리고 있을 때 두 사람은 앞에 나서 깃발을 든 채 제도권과 싸웠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자 몫이었다.

 

일군 감독의 지휘봉을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채 두 사람은 암과 싸우다 끝내 전사했다. 암과 싸울 때도 두 사람은 혼자였다. 아무도 찾지 않은 병실에서 홀로 외롭게 싸우다 마침내 생의 무릎을 꿇은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이제 가고 없다. 그러나 야구를 사랑한 팬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두 사람 때문에 우리는 한 때 행복했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지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건이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그것이다. 지난 대선 때, 권력기관이 동원이 되어 대선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국가 기강을 무너뜨린 중대 사건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저 야단들이다.

 

새누리당은 날만 새면 계속 입에 거품을 문 채 헛소리를 지껄이며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역사적 사명감을 띈 애국자인 양 미쳐 날뛰고 있다. 대표 주자가 바로 원씨, 서씨, 정씨, 김씨, 남씨, 권씨, 김씨 등등이다. 그리고 그들 뒤에 존재를 감춘 채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총도 쏠 줄 모르는 은퇴한 사기꾼 이명박과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 만약 진실의 문이 열리면 두 사람 모두 무너질지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절대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궁지에 몰려 있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조중동과 국정원, 그리고 검찰과 경찰이 한 몸이 되어 눈에 불을 켠 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우리 국민들 수준은 21세기인데 국가 권력기관과 새누리당은 독재시대로 뒷걸음을 치면서 생뚱맞게 노무현 참여정부 때의 NLL를 들고 나와 물타기 작전을 하면서 저 야단들이다. 물론 새누리당의 헛발질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입이 마르고 속이 탔으면 저렇게 미쳐 날뛸까?

 

거짓에 반기를 든 대학생들

이 사건을 지켜본 대학생들이 마침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그리고 뒤를 시민단체와 교수들도 동참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뿔이 난 시민들이 다시 광화문 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타났다. 심지어 대안학교 고등학생들까지 올라와 그 대열에 합류하기까지 했다. 그 사실을 조중동은 절대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는다. 인터넷신문만 죽어라 그 소식을 전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고등학생까지 기말시험인데도 불구하고 청계광장에 나타났다. 그 중 한 학생이 말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은 죽어 있다.

진실을 알리지 않고 비판도 하지 않는다.

 

 

 

오늘도 앞장을 서고 있는 그들은 누구인가?

강성들이다. 만약 우리 사회에 강성이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수가 없으면 누가 기수 역할을 할까? 뒤에 사람이? 그는 분명 뒤로 다시 물러날 텐데.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깃발을 들고 앞장을 서야 된다. 앞장을 서지 않으면 역사는 전진을 하지 못한다. 떼를 지어 가는 물고기를 보라. 앞장을 선 한 마리의 뒤를 수많은 물고기들이 따라간다.

 

우리가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일은 강성을 푸대접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식구조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닥칠 후폭풍을 꿰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앞장을 선다. 누군가는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도 총대를 멘 채 앞에 나서는 것이다. 그래도 역사가 진일보하는 것은 강성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누가 보호하고 지켜주어야 하나?

 

국가?

권력?

언론?

아니다, 그들을 보호하고 지켜주어야 할 사람은 약성인 바로 우리들이다.

 

 

뒷이야기-나는 생각한다. 만약 다시 한 번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면, 그 때 만약 내가 서울에 있지 않고 고향에 있다면, 나는 아마 좌파 빨갱이로 몰려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서울에 있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디에 있든 죽을 확률이 높다. 6, 25전쟁 때도 그랬고, 제주 4,3사건 때도 그랬고, 거창학살 사건 때도 그랬고, 그리고 보도연맹 사건 때도 그랬다. 역사를 보면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았다. 해방 후 이승만이 정권을 잡았을 때 그 밑에서 득세를 한 무리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우리 국민의 적인 친일파였다. 살아남은 그들이 한 일은 참과 진실을 은폐시키고 거짓을 진실로 둔갑을 시키면서 애국자를 죽이는 일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나?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정치. 언론은 참을 외면한 채 거짓을 알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새누리당과 오십 보 백보다. 장내에서 나발을 불 것이 아니라 장외에 나가 온몸으로 맞서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태평성대가 아니라 백척간두 그 끝에 서 있다. 대한민국의 편 가르기, 그것이야말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제 일 적이다. 미국의 메카시는 한국에 비하면 이도 생기지 않았다. 대통령과 권력기관 그리고 조중동과 가짜보수들이 지금 독재를 부르고 있다. 강력하게 맞서야 한다. 201374도노강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