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바라본 국정원 대선개입
울진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 한 달 동안 일을 한 김천에서도 바깥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인터넷이 터지지 않았다. 문자도 밖에서는 터져도 방안에서는 터지지 않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날 밤 내가 보낸 문자가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계속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전날 밤 보낸 문자가 아침이 되어 밖에 나오면 비로소 펑펑! 터지는 것이었다.
세상일이 하도 궁금해 옆지기에게 문자로 바깥소식을 물은 적도 있었다. 북과 대화를 시작한대요. 여와 야, 미국에서 국격을 무너뜨린 윤의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그리고 국정원대선개입은 또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스마트폰이지만 옵션이 묶여 있는 내 휴대폰은 인터넷이 안 터진다. 트위터만 터져도 덜 궁금할 텐데, 그것조차 계속 숙면에 빠져 있었다.
그 날 아침 대구동부시외버스정류장에 도착한 나는 물 한 병과 경향신문을 샀다. 속초로 떠나는 버스 안에서 신문 기사부터 훑었다. 내가 가장 궁금하게 생각한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그것도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었다.
진실이 은폐되고 있는 세상
서울에 올라온 나는 그 이튿날 아침 단골 이발소를 찾았다. 아침이라 내가 첫 순님이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찾는 즐거운 장소다. 이 이발소에 오기 전에는 도봉산으로 가는 뒷골목의 어느 이발소를 다녔다. 경력이 사오십 년은 되어 보이는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 이발소였다. 처음 그 이발소를 찾은 나는 장인에게 딱 한마디만 했다. 저는 가르마를 타지 않고 드라이도 하지 않습니다. 네. 다 깎고 거울을 보니 괜찮았다. 됐다. 이제 이곳이 내 단골이발소다. 다섯 번 정도 다녔을 것이다.
그렇게 다니다 그 날도 이발을 하기 위해 갔다. 날이 조금 더워지기 시작해 다시 한 번 부탁했다. 앞머리를 조금만 더 깎아주십시오. 어불싸, 장인의 코털을 건드렸나? 내가 알아서 다 깎아주는데 니가 내 기술과 자존심을 건드려! 예전의 그 마이다스 손길이 아니었다. 허, 이런 일이 있나! 가위질하는 손이 간헐적으로 떨렸다. 마약을 했나?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터지지 말아야 할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내가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그 부분을 건드린 것이었다. 목에 난 조그마한 혹을 면도를 하면서 살짝 베어버린 것이었다. 오늘 이 장인은 장인이 아니라 미친 광인이었다. 나도 뿔이 났다! 절대 그 혹을 베면 안 된다. 실수로 그 혹이 베이면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온다. 그리고 또 나를 화나게 만든 것은 이발소에서 사용하는 면도기다. 위생적으로 깨끗하지 않다. 만에 하나 재수에 옴이 붙으면 에이즈에 걸릴 수도 있다.
문제는 집에서였다. 평소에 화를 좀처럼 내지 않는 옆지기가 내 머리를 보고 노발대발했다. 내 뒷머리를 소가 뜯어먹은 것처럼 해놓았다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사람이 깎은 머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광인이 결국 사고를 쳤네! 가서 한 대 패주고 오라고 했다. 내가 허허허 웃으며 말했다.
한 대 치면 그 영감탱이는 죽는데!
이발소를 옮기다
옮긴 이발소는 상상 밖의 이발소였다. 지역협회회장에다 가발 특허까지 소유하고 있는 실력자였다. 내 머리 스타일을 그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눈에 힘을 살짝 주면서 말했다.
가르마를 타지 않고, 드라이를 하지 않습니다.
설명을 한번만 하면 만사형통인 이발사가 진짜 일류 이발사다. 의자에 앉으면 자신이 깎을 사람의 머리 스타일을 알고 가위를 드는 사람. 그게 일류라면 이 사람은 분명 일류였다.
거울 속의 나는 인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얼굴이 까맣게 타 있었다. 탄 사람도 흰 사람도 기술자가 깎는 그 기술은 변함이 없다. 의자에 앉은 나는 행복을 즐기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런데 물을 축인 수건으로 내 머리카락을 닦던 일류 기술자가 포문을 열었다.
노무현이는 잘 죽은 것 같습니다.
…?
NLL를 그 따위로 만들어놓고.….
무지는 죄악
주여! 이 자를 용서해주십시오. 부처님이시여, 이 자를 가엾게 여기소서. 무지는 죄악이다. 하지만 이 자의 무지는 다르게 해석을 해야 한다. 이 자를 이렇게 만든 것은 이 자의 무지 때문이 아니다. 이 자의 눈과 귀를 막아버린 그들의 짓이다. 이 땅의 보수와 조중동과 새누리당, 그리고 국정원과 경찰.
그렇다고 내가 입을 닫고 침묵을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침묵은 금이 아니라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일류는 기대하고 있다. 자신이 한 말에 동조해주기를. 한 달 만에 입을 연 자신의 말이 수준 높은 논평이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를 잘못 보았다. 나는 변방의 피가 뜨거운 혁명가가 아닌가. 사대문 안의 그들과는 근본이 다른 사람이다.
NLL문제는 문장 하나만 가지고 논하면 안 되고, 문장 전체를 놓고 따져보아야 합니다.
일류의 두 얼굴
일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진짜 실력을 갖춘 사람과 변장술이 뛰어난 사람. 일류 이발사는 후자였다. 아, 내가 작대기를 잘못 짚었구나? 그렇다면 변장술로 나를 덮어야지. 흐흐흐 그가 웃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일부분만 떼어놓고 말하면 그게 맞고, 전체를 놓고 이야기하면 달라지겠지요. 손님 말씀이 맞습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5년. 고향이 같아 행복했던 사람들과 불행한 사람. 나는 후자였다. 지난 4년 간 도청을 당하며 산 나는 씁쓸했다. 그런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박근혜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그 못된 짓거리를 이어가고 있다.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
대선이 끝나고 터져 나온 국정원의 대선개입사건. 진실은 처음부터 은폐되기 시작했고, 그리고 이제 와서는 NLL을 가지고 나와 그것을 덮으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 사건을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박근혜 정부는 나쁜 정부구나. 착한 정부와 나쁜 정부의 차이점은 하나다. 착한 정부는 매를 맞더라도 정보를 공개한다. 그리고 잘못을 했을 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한다. 그런데 나쁜 정부는 매가 두려워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은폐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사과를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나쁜 정부는 국민을 속이기 위해 그들만의 시나리오를 늘 준비해놓고 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덮기 위해 터져 나온 것이 NLL사건이다. NLL이 청와대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 진실로 걱정인 것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인의 장막이다. 가짜 보수와 조중동, 국가권력기관과 가짜 교수들. 가짜 내시들이 계속 진실을 은폐시킨 채 NLL문제로 그 사건을 덮으려 하자 마침내 전국의 대학생들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식인과 야당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 제일 먼저 들고 일어나야 할 자들은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고, 공부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이 마침내 촛불을 켠 채 들고 일어난 것이다. 변방의 나는 불의와 시대의 정신을 외면하지 않고 의연하게 일어선 젊은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야말로 불의에 분노를 하고 그리고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그리고 그 배후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왜 이루어졌고 그리고 그 배후는 누구일까? 유추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만약 지난 대선에서 야당후보가 당선이 되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줄초상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심판대에 끌려나올 그들은 하루아침에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몸을 와들와들 떨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미운 여당 후보보다 더 두려운 게 야당후보였다. 막자!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그 사악한 무리들이 저지른 것이다. 무지한 그들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첫째, 헌법을 유린했고 둘째, 국가기강을 무너뜨린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
박근혜정부가 해야 할 일
정부는 더 이상 꼼수를 부리면 안 된다. 털고 가야 한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놓고 NLL로 덮으려 하면 안 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정직이 최상의 방책이라 했다. 잘못을 인정하는 자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감추려 하는 자는 언젠가는 그 꼬리가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벌은 더 무거워진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깨끗하게 털어야 한다
배후가 누구인지 가려내어 엄벌에 처해야 한다
동시에 NLL도 전체를 공개해 두 번 다시 정치적 이슈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뒷이야기-역사를 왜곡시키는 자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가?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만드는 나라. 안중근과 윤봉길 의사가 성형외과 의사인지 정신과 의사인지를 묻는다는 중학생들의 그 뚱단지 같은 질문. 역사가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이 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누가 역사를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으로 만들었나? 역사가 부끄러운 자들이 만든 것이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21세기, 청산되어야 할 주제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남과 북을 이분법으로 가르는 것이다. 이념을 뛰어넘어야 한다. 좌파, 종북이 있는 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상상할 수 없다. 편을 가르는 이분법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2013624도노강카페.
'21세기 화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성과 약성 (0) | 2013.07.04 |
---|---|
혁명만이 살길이다-내가 꿈꾸는 세상 (0) | 2013.07.01 |
혁명만이 살길이다-협동조합 녹색혁명 (0) | 2013.06.21 |
혁명만이 살길이다 (0) | 2013.05.16 |
나의 친구들 (0) | 2013.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