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번씩 어머니를 찾는다.
금요일 저녁에 가면 일요일 점심까지 어머니와 함께 지낸다.
우리 집에 천사가 있다면, 그 천사는 형수다.
아버님을, 그리고 이제 어머니를 위해 지극정성을 다하고 있다.
훈장을 열 개 받아도 부족함이 없는 형수다.
그 형수의 짐을 좀 들어주기 위해 금요일 집에 간다.
그리고 밤을 어머니와 지새면서 형수가 하는 그 일을 내가 한다.
지난 어버이날, 어린이 대공원을 찾았을 때 어머니.
이 때만 해도 건강하셨는데, 어제 오늘, 영 기력이 다운되어 토요일 아침부터 밥도 죽도 거부하셨다.
토요일 오후, 형수가 전직 간호사에게 전화를 해 영양제 주사를 놔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간호사 분이 오셔서 영양제 주사를 놔드렸다.
두 번째라고 한다.
얼마 전에도 기력이 없으셔서 놓아드렸다니 회복이 되었다고 한다.
주사를 놓으면서 왈,
할머니는 얼마나 복이 많으신지 모릅니다.
제가 다녀보면 이 연세에 할머니 같은 분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치매가 아니면 암입니다.
그러게요.
저희도 그 점에서는 안심입니다.
다리 아프신 건 노쇠하시면 누구나 다 옵니다.
맞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어머니는 밥을 거부하셨다.
형님과 형수가 성당에 가고, 얼마 후 어머니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부축해드리니, 안 되겠다, 여기서 봐야겠다.
실내에서 소변을 보는 자리에 앉혀드렸다.
변을 보셨는데, 푸른 변이었다.
기저귀를 채워 드리려고 하니, 큰 걸 가져오라고 했다.
채워드리고, 변을 본 통을 화장실에 가지고 가 씻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변이 푸른색이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도 변이 푸른색이었다.
형과 형수가 돌아왔다.
버섯죽을 사와 어머니에게 드리니 한 숟가락 정도 뜨시더니, 수저를 물리신다.
그리고는 차가운 물만 마셨다.
침대에 돌아온 어머니가 누구 들으라는 듯 말했다,
내가 갈 때가 된 것 같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막내가 내일 이서방과 제주도에 가는데, 힘을 실어주어야지요.
그러게.
올라오면 금요일 어머니 보러 서울 오면 누나도 올 텐데요.
그러게.
배낭을 맨 내가 말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세요.
오냐.
밥 많이 잡수시고, 기운 내세요.
내일 아침에 발바닥 치료하러 올 겁니다.
치료 받고 올 게요.
오야.
나는 어머니 손을 잡았다.
어머니가 손에 힘을 준채 오랫동안 잡고 있었다.
이 악수가 마지막 인사가 아니길 바라며, 어머니와 작별인사를 하고 나왔다.
어머니, 당신은 내 삶의 동력이고, 중심입니다.
아버님도 저와의 약속을 어기고 가셨는데, 설마 어머니도 저와의 약속을 어기고 가시지는 않겠지요?
저 둘째와의 약속, 지켜야 합니다.
그 때까지 끈을 놓으시면 안 됩니다!
알았지요!
뒷이야기-아흔 둘이신 어머니, 어머니가 지금까지 살아온 그 역사는 그야말로 헌신과 희생이었다. 우리집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어머님이 홀로 그 무거운 짐을 진 채 우리 가족을 구하곤 했다. 동네에서는 대장이었고, 큰 언니였고, 품이 넓은 맏이었다. 중학교 때, 그 날도 밭에 김을 매러 갔다. 더위가 보통이 아니었다. 더위에 지쳐 게으름을 피우자 어머님이 나를 향해 말했다. 눈아, 겁내지 마라, 손이 일을 한다. 하, 정신이 돌아왔다. 맞다, 일은 손이 하지, 눈이 하지 않는다. 어머니 손을 잡은 내가 말했다. 아버님과 같이 안 가시고, 지금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되지요? 그러게. 그렇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나! 나는 속으로 어머니, 조금만 힘을 더 내세요. 끝을 보셔야지요? 저와의 약속 지키셔야 합니다. 네? 2015517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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