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
지난 19일 토요일 오후, 나는 서울시청을 시작으로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서울시립미술관과 정동교회를 한 바퀴 돌았다. 옆지기와 만날 시간이 두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2호선을 타고 천호까지 가야 한다. 해서 산보를 시작한 것이다. 사실 시청이야 내 집 다음다음이지만 덕수궁 돌담길은 오랜만에 걸어본다. 몇 년 전 옆지기와 시립미술관을 찾고 처음이었다.
덕수궁 돌담길 한편에는 노점상들이 길게 물건을 전시해놓은 채 팔고 있었다. 협동조합원들이 가지고 나온 생활용품들이었다. 그 끝 정동교회에는 바자회가 열리고 있었다. 교회 입구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시원한 국산차를 대접하고 있었고, 교회 안에는 여자 신도들이 전을 구워 무료로 나누어주고 있었다. 공짜라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법이 없는 나는 시원한 차 한 잔과 찌짐 한 장을 얻어먹는다. 공짜는 없다. 찌짐을 먹고 있는데 다가온 신사. 그 결과는 잠시 후에 말하겠다.
가을 햇살이 따가웠다. 여름은 분명 퇴장을 했지만 여름의 그 잔해는 아직 거리 위를 활보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폭염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올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웠다. 한밤중에 돌아가는 선풍기는 가슴팍의 땀을 식히는 게 아니라 데워주기에 바빴다. 머지않아 한반도가 아열대로 변할 텐데, 그래도 우리 모두는 잘 살아질까? 4계절의 우리 대한민국이 월남이 될 텐데, 그래도 텁텁하게 잘 살아질까? 더울수록 성격이 눅눅해야지 깐깐하면 거리 위는 난장판이 되기가 십상이다. 더운 여름,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어깨만 살짝 부딪쳐도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분노의 뜨거운 열기를 상대방의 얼굴에 내뿜는데, 하,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한반도의 선한 민족성이 뜨거운 열기로 물갈이가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화!
화를 가라앉게 만드는 비책은 무엇일까? 법? 법은 예방이 아닌 결과만을 놓고 심사를 한다. 심사가 아니고 예방책이 필요하다. 떠갈놈, 씨발놈, 씨발년! 하기 전에 대안이나 대책이 있어야 한다. 없다, 없으니 종교가 그 자리를 맡아야 한다. 펄펄 끓는 분노를 예수님이 맡아야 하고, 나무아미타불 간셈보살이 맡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가 이 지구상에서 멸종하는 그 날까지 종교는 우리 인간과 함께 동고동락을 하며 생존을 해야 한다.
팔찌, 가방, 목걸이, 스카프, 방향제, 구두, 지갑, 등등의 대열의 초입에 물건이 아닌 잘못된 역사를 내놓고 지나가는 시민들을 상대로 심판을 하고 있었다. 친일파와 국정교과서였다. 하, 금방 심장이 부풀어 오르면서 슬슬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요즘 내 심장에 불을 지피는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새누리당의 대표인 그 이름도 출중한 김무성 대표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높여 이 땅의 좌파들이 준동을 해 역사를 왜곡시키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을 책무가 우리 정치인에게 있다고 얼굴색 하나 안 바꾼 채 역설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더 나아가 사람에게는 누구나 다 공과 과가 있다. 우리는 공을 보아야지 과만 가지고 평가를 하면 안 된다. 정말 그럴까? 역사라는 게 공만 보고 평가를 한다고? 천만에 만만에! 역사라는 것은 공만 보고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과 과를 함께 보는 것이다. 그것이 역사다! 그리고 우리말에 아홉 번을 잘하다 한번을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것이다. 또 유종의 미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시작보다 끝이 더 중요한 것이다. 오죽하면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였느니라! 라고 할까? 가슴에 깊이 새겨 들을 일이다.
당신 김무성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뭐, 당신 아부지가 친일파가 아니라고? 내가 볼 때는 우로 보아도 친일파요 좌로 보아도 친일파요 뒤로 보아도 친일파요 앞으로 보아도 친일파가 틀림없다. 미, 영제국을 두드려잡기 위해 대일본제국에 전투기를 헌납한 일이 친일이냐, 반일이냐? 그리고 조선의 젊은이들을 상대로 대일본제국과 천황을 위해 기꺼이 전쟁터에 나가 몸을 던질 것을 독려한 그 일이 친일이냐, 반일이냐? 김용주는 1940년을 경계로 확연하게 다른 길을 걷는다. 그러니까 1940년 이전에는 애국자로 볼 수가 있다. 포항에서 수산업에 종사를 하면서 지금으로 따지면 수협조합장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어 영훈초등학교를 설립을 해 육영사업에 힘을 쏟은 것을 보면. 그러다가 1940년 이후부터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다. 본인 스스로가 판단했을 때, 아, 내가 죽기 전에는 일본은 망하지 않겠구나! 그렇다면 내 일신을 위해 이제 몸을 바꾸어야 한다. 권력과 돈과 명예를 위해! 그 때부터 친일로 돌아선 것이다. 이래도 친일이 아니라고?
친일파 후손들이 그렇듯이 김무성이 역시 부친의 친일을 지우고 싶어 안달을 하고 있다. 씨팔좆팔, 일 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8, 15만 되면 우리 친일파 후손들은 너무 괴롭다. 그래서 부끄러운 과거를 지우고 그 자리에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과거를 도배를 해 미화시키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이 그렇고 박근혜가 그렇다. 친일파에 독재자요 그리고 남로당 핵심 군간부로 지내다 검거되어 무기징역까지 선고를 받고 복역 중 동료와 후배들을 밀고해 목숨을 건진 아버지 박정희의 부끄러운 과거를 감추고, 아니 지우고, 아버지의 과거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 혈안이 되어 있지만, 여러모로 역부족이다.
신은 있나, 없나?
내가 살 물건은 없었다. 팔찌도 목걸이도 지갑도 스카프도 안경도 구두도. 그렇게 가다보니 정동교회까지 가게 되었다. 목이 말랐다. 교회 입구에 목이 마른 자들의 쉼터가 있었다. 다가가 한잔 얻어먹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된다고 하면서 시원한 국산차를 한 잔 따라 주었다. 먹을 때는 알았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 국산차가 무슨 차인지 기억이 없다. 까막고기를 먹었는지 요즘 종종 기억해야 할 것들을 기억이 안 따올라 애를 먹고 있다.
목을 축이고 나자 배가 출출했다. 안으로 들어갔다. 찌짐은 굽기가 바쁘게 팔려 나갔다. 다가가 돈을 내야 되느냐고 물으니, 그냥 드린다고 했다. 하, 이렇게 고마울 수가! 배가 등짝에 붙은 백성에게는 짜장면 한 그릇이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우리 주위에 새고 샜다. 예수도 마찬가지다. 어제 무슨 일 때문에 눈알을 부라린 그 상대가 예수인지 모른다. 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내 어릴 적 고향 친구 쿤타킨테 목수가 예수이다. 예수는 내가 예수요, 하지 않는다. 내가 예수이고, 당신이 예수이고, 네가 예수이고, 우리 도무가 다 예수이다. 고맙습니다, 하고 찌짐 하나를 접시에 담아 젓가락으로 뜯어 먹었다. 전구지인지 뭔지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파전인가? 파는 아닌 것 같다. 부추가 맞다. 조개 같은 것은 안 들어 있었다. 공짜로 내놓는 찌짐은 원가가 싸야 한다. 기름으로 찌지기 때문에 다 맛있다. 아니 안 맛있으면 어떡한단 말인가?
아이고, 우리 선생님은 어느 교회에 나가십니까? 찌짐의 3분의 2 정도를 뜯어먹고 있을 때 신사 한 분이 나에게 다가왔다. 한 눈에 귀티가 났다. 나는 귀티하고는 사돈에 팔촌보다 더 멀다. 어떤 사람은 몸 전체에 빛이 난다. 얼굴이나 몸에 후광이 장난이 아니다. 귀티가 있고, 후광이 있고, 그리고 카리스마까지 있으면 나는 무조건 야코가 죽는다. 아무리 내 건 입도 얼어붙는다. 입만 열었다 하면 육두문자가 방언 터져 나오듯 하는 내 입이지만, 귀티를 만나면 순간 얼어붙는다.
찌짐을 우물우물 씹으며 교회에 안 나갑니다. 하, 그렇습니까? 임자를 만났다는 표정이다. 이 모든 연극이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당신이 우리 교회에 들어온 건, 찌짐이 아니라 말씀이 귀해 들어온 거다. 배가 고파 들어온 것이 아니라 말씀이 고파 들어온 것이다. 아멘!
그런데, 그런데, 순간 내 입이 반전을 꾀하고 있었다. 선생님, 목사님이십니까? 아닙니다. 아 네. 그렇다면 찌짐을 공짜로 얻어먹었으니 부주라도 하고 가야 도리일 것 같았다. 선생님? 네? 한국의 기독교가 축구로 비유하자면 공격수입니까 수비수입니까 아니면 골키퍼입니까? 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질문이란 말인가? 품위와 귀티가 순간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이왕지사 내뱉은 말 계속 잇자 싶어 선생님, 한국 기독교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셨습니까? 네? 계속 고를 할 것 같습니까, 아니면 파토가 날 것 같습니까?
지구의 탄생은 우연을 가장한 자연과학의 필연
60 평생 도서관에 처박혀 앎을 구한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 전에, 지식에는 두 가지 지식이 있다. 살아 있는 지식과 죽은 지식. 내가 지금까지 앎을 구하면서 접촉을 한 많은 선지식인들의 구할은 죽은 지식을 붙잡고 탱자탱자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지식을 붙잡고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선지식인을 크게 만나보지 못했다. 흔히 석좌교수라도 하는 자들도 대부분이 죽은 지식을 붙잡고 있었다. 물론 산지식을 붙잡은 채 앎을 구하고 있는 자들을 몇몇 만나기는 만났다. 그들은 한때 나와 열띤 토론을 하면서 자신의 지식을 나에게 설했고, 나는 그들에게 내 지식을 가감없이 전했다. 그들은 그리고 얼마 후 하나같이 나에게 허리를 숙였고, 그리고 조용히 사라져갔다.
신은 없다!
없지만 종교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없으면 이 지구는 몬도가네 세상이 된다.
힘이 곧 법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프로는 무섭지 않다
무서운 건 아마추어들이다!
한국의 기독교는 지금 멸망의 길로 부지런히 가고 있다. 수비수도 아니고 골키퍼도 아니다. 공격만 할뿐이다. 그나마 교황이 있어 천만다행이다. 교회가 부를 생각하면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 교회는 가난한 자들을 돕는 가난한 교회여야 한다. 여러분들이 나가고 있는 어리어리한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 살아 있는 신과 은혜의 말씀을 구하는 전당이 아닌, 죽은 신과 지식 그리고 좆을 붙잡고 잡아뜯으며 목사와 그 일행들의 배를 기름지게 채우게 하는 충실한 헌, 금, 기, 계, 들, 일 뿐이다. 이 씨발놈이 뭐, 신이 없다고? 그래 임마, 그게 그렇게 궁금해 죽겠으면 죽은 다윈과 아인스타인의 무덤에 찾아가 한번 물어보라! 어르신들. 신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없다, 이 얼간이들아! 영국의 천체물리학자인 호킹 박사는 할 발 더 나아가 저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한다. 예수의 이름으로 나무간셉보살~
돌아오면서 만난 친일파와 국정교과서
친일파를 심판해야 하고 국정교과서를 심판해야 한다고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은 내가 그들을 그냥 스쳐 지나올 수는 없었다. 명색이 현재도 앎을 구하는데 목숨을 걸고 있는 내가, 아니 이 대한민국을 한번 멋지게 갈아엎어 보겠다고, 그래서 혁명만이 살길이다! 라고 주야장천 외치고 있는 내가 귀를 닫고 그냥 지나올 수는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김무성을 이야기했고, 그리고 여와 야를 이야기했다. 그리면서 물어보았다. 선생이 보시기에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 우리 대한민국을 구할 지도자가 있느냐? 아니, 새누리와 새정치민주연합에 우리나라를 구할 지도자가 있느냐? 새누리에는 없습니다. 그래요? 네. 선생, 예. 새누리라고 다 나쁜놈들이 아니고, 새정치민주라고 다 착한 놈들만 있는 게 아닙니다. 착한 보수도 있고, 나쁜 진보도 많습니다. 라고 하면서 그들에게 내가 말했다.
우리 대한민국을 구할 지도자가 있습니다. 그는 미안하게도 야당이 아닌 여당입니다. 그가 누구이냐? 바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입니다. 그는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병을 정확하게 진단을 했고, 그리고 그 병을 낫게 할 수 있는 처방전까지 냈습니다.
유승민은 바로 작은 나다!
나는 덕수궁돌담길을 빠져 나오면서 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내 상대가 없구나! 그들의 앎은 반쪽자리였다. 온전한 하나가 아니었다. 어디에 가야 내 상대를 만나나?
원 코리아!
대한민국을 바로 보라! 양심이 바른 사람들은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고, 양심이 더러운 사람들은 부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고, 가난한 노동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채 돈을 벌면, 그 돈의 팔할을 손에 넣는 대기업들. 친일과 독재에 부주를 한 그 일행들과 후손들은 계속 권력과 명예와 부를 거머쥐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건 독립군과 그 후손들은 사대문 밖에서 아직도 대접을 받지 못한 채 가난과 싸우며 살아가고 있는 이 미쳐 있는 대한민국을 수술하지 않는 한,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뒷이야기-우리에게 길은 두 가지. 하나는 지금까지 걸어왔던 그 길을 계속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의 길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 말은 지금까지의 지식을 모두 폐기처분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자본은 생명이 다했다. 인간이 아닌, 인간과 자연이 이 우주의 중심이어야 한다.2015922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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