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과 빌라 구경하기
해발 120고지로 이사를 오고부터 생긴 취미 하나가 밤에 산책을 자주 한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밤마다 산동네의 골목길을 다니면서 낯선 골목과 집들을 구경했다. 첫인상과 첫 이미지가 중요하듯이, 처음 해발 120고지에 왔을 때 산동네의 풍경이 참 좋았다. 주말부부인 옆지기도 좋아했다. 첫째 해발 120고지라 시야가 시원했다. 공기도 나쁘지 않았다. 집을 나와 1분이면 산이고 숲이다. 그 자체가 좋았다. 산 속에만 들어가면 속세를 잊어도 좋을 만큼 조용하다. 옆집기는 그랬다.
우리 배낭매고 설악이니 도봉산이니 북한산 갈 필요 없이 이곳으로 옵시다.
흐흐흐, 이 사람아, 그래도 설악산은 설악산이고 도봉산은 도봉산이고 북한산은 또 북한산이다.
여기를 설악이라 생각하면 되잖아요.
아무리 보아도 설악산이 아닌데?
이를테면…….
옆지기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처갓집에서 다닌다. 차를 5번 갈아타야 하는 수고로움 때문에. 헬리콥터만 있으면 한 번에 갈 수 있는데, 헬리콥터는커녕 쪽팔려서 고속도로에만 올라가면 반 미쳐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내뺀다는 티코도 없다.
6년 전 차를 가지고 있었을 때, 어디를 가고 오는 데는 이상무인데, 빠꾸가 좀 션찮았다. 다른 하나는 12만 킬로를 뛰었다는 것도 불안했다. 이거 고속도로를 달리다 바퀴가 빠지고 차가 도로 위에 주저앉지 않을까? 걱정마세요, 그런 일은 안 일어날 테니.
그 해 겨울의 설악산
그해 겨울이 끝나는 3, 1절 우리는 설악산의 어느 유스호스텔에서 일박을 했다. 자고 일어나 창문을 여니 차가 보이지 않았다. 밤사이에 눈이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차가 눈에 파묻힌 것이었다. 아침부터 삽으로 눈을 다 치우고 설악을 나와 고속도로 인터체인지까지 가는 데 5시간 걸렸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인터체인지 가는 그 눈길에 차들이 눈길에 미끄러져 많이 처박혀 있었다. 아우디도 처박혀 있었고, 베엠배는 고개를 처박고 있었고, 벤츠는 다리 하나가 하수도에 처박혀 있었다. 일본의 렉세스는 밉다고 청국장 식당 담벼락에 이마를 박아 얼굴이 팅팅 부어 있었다. 더 웃기는 일은 차에서 내린 여자의 웃음이었다. 내려서 보니 자기 차가 식당의 담을 들이박았는데, 담은 멀쩡하고 자기 차만 얼굴이 크게 다쳐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 옆을 기어가고 있는 우리 차를 쳐다보았다. 아니, 연세가 80은 넘어 보이는 저 늙은 차도 멀쩡한데, 이제 갓 스물밖에 안 된 내 차가... 그게 또 우스운지 계속 허허허 하고 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오늘 성형외과에 갖다 바쳐야 할 헛돈도 떠올랐을 거다. 어쨌든 오늘 독일 명차들이 눈길에 한 번 처박히겠다고 약속이라도 했나? 12만 킬로를 달린 나이가 많은 늙은 우리 차만 멀쩡하게 눈길을 기어가고 있었다. 속으로 하, 이 사람 운전기술이 좋네, 가 아니라 이 사람 머리가 좋기는 좋구나. 옆지기는 눈길을 1단으로 갔고, 독일 명차들은 1단이 아닌 자기 꼴리는 대로 3단이나 4단으로 달리다 저 모양인 것이었다. 한마디로 멍청이들이었다.
지금도 기억이 새로운 것은, 아침 9시에 설악산 유스호스텔을 출발한 우리의 늙은 애마가 강원도 평창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밤 10시였다. 그곳 휴게소에서 뜨거운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차에 오른 옆지기가 평창을 벗어나면서 시속 120으로 내빼기 시작했다. 새벽 두 시에 서울 집에 도착할 때까지의 내 간은 내 간이 아니었다. 바싹 오그라들어 간이 만져지지 않았다. 그런 스릴 때문에 차를 운전한다는 옆지기는 오래 전, 호주의 광할한 사막을 달렸을 때 엔돌핀이 몸밖으로 분수처럼 솟아 나왔다고 한다.
차를 처분하다
어쨌든 차에 오를 때마다 펄떡펄떡 심장 뛰는 소리가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계속 타다가는 명대로 살지 못할 것 같아 부탁을 했고, 그 해 차를 처분했다. 옆지기는 요즘 길을 가다 뜬금없이 나 차 사줘요? 하고 나를 윽박지른다. 하하하. 이 사람아, 배래기 간을 빼 묵아라! 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로 많이 미안하다. 대한민국의 김씨 박씨 이씨들도 다 가지고 있는 자가용이 우리는 없다. 우리 두 사람의 유일한 자가용은 지하철이다. 그래서 금요일 밤이면 이곳 해발120고지 우리 아지트로 온다.
산책의 시작
밖에서도 책, 집에서도 책. 책을 보다 지치면 옷을 입고 아지트를 나간다. 그리고는 그 때부터 거리귀신이 되어 산동네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러 다닌다. 재미있다. 이 집이 저 집 같고, 저 집이 이 집 같은 정말 성냥갑 같은 빌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 많은 빌라들의 이름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래서 작명가가 필요하나? 어떻게 같은 이름이 하나도 없다. 재주도 좋아. 그리고 더 재미있는 것은 빌라와 주택의 싸움이다. 빌라가 반이었고, 주택이 반이었다. 대승빌라, 천호빌라, 대호주택, 한일주택 이런 식이었다.
포근하게 다가온 빌라들
그리고 그런 빌라에 살고 있는 그들이 나에게는 이상하게 따뜻하게 다가왔다.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이다. 이 집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어느 빌라 3층 창문으로 새어나온 불빛을 보니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의 머리도 보였다. 저 학생은 무슨 꿈을 가지고 오늘 자신과 싸우고 있을까?
지하 같은 지층의 집들. 1층과 2층 그리고 3층. 어느 빌라는 계단이 외부에 있고 어느 빌라는 계단이 내부로 나 있었다. 창문이 조금 열려 있는 지층 안의 부엌에서는 아직 귀가하지 않은 식구들이 있는지 저녁준비에 바쁜 주부의 모습도 아주 조금 보였다.
나를 따라 다니면서 지켜본 사람이 있었으면 저 사람 좀 수상한데?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이 집 저 집을 염탐하는 게 보통 수상하지가 않아! 도둑? 변태? 그래서 지금 탐문하러 다니나? 나는 호기심과 재미로 집 구경을 하지만 그런 나를 본 사람들이 있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보쇼, 낯선 골목과 집 구경이 죄가 됩니까?
운동장에 가기
낯선 골목과 집 구경이 끝나자 그 다음부터는 운동장으로 갔다. 해발 120고지의 아지트를 나와 1분이면 산속의 숲이다. 그 숲을 걸어 내려가면 금방 운동장이 나온다. 보통 평일에는 동호회 축구팀들이 나와 경기를 하곤 한다. 그리고 운동장 트랩에는 동네의 주민들이 나와 트랩을 돈다. 한 바퀴 도는데 400 정도 되니까 다섯 바퀴만 돌아도 사오는 이십, 이천 미터 정도 되니 어느 정도 운동이 되는 것이다.
어젯밤에도 8시에 아지트를 나온 나는 산속 숲길로 해서 운동장에 갔다. 운동장 초입으로 가는 길목에 만난 이십대 커플. 나는 운동장으로, 두 청춘은 산속으로 가고 있었는데, 내 눈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여자 아이의 치마였다. 한눈에 남자 아이는 머리에 쇠똥도 안 벗겨진 스물로 보였고, 여자 아이는 스물둘 정도로 보였다. 그러니까 누나와 동생이었다. 특히 여자 아이가 입고 있는 미니 치마가 헐렁이었다. 짧았다. 쇠똥과 짧은 치마가 살랑살랑 불이 없는 어두운 산속으로 손을 잡고 들어가고 있었다.
쇠똥의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오늘 수지맞았다는 표정이었다. 산 속에는 벤치가 많다. 낮이면 주민들이 그곳에서 운동을 하거나 앉아 쉬기도 하지만 밤에는 잘 오지 않는다. 어둡고 조금은 무섭다. 스물, 그리고 스물둘이면 이성보다는 감정과 싸울 나이다. 야성의 본능이 꿈틀거릴 나이다. 낮에는 누나 동생 사이이지만, 불이 없는 산속 벤치에서는 누나 동생 사이를 떠나 불타는 청춘이 되기 십상이다.
오늘밤에 이 산의 나무들이 다 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즐겨보는 불타는 청춘들
며칠 전 밤, 강원도 인제가 고향인 김국진 씨와 불타는 청춘들이 인제의 어느 강가를 찾았을 때 김국진 씨, 여기가 여자 친구와 첫 키스를 한 장소라면서요? 라고 어느 여자가 묻자 강원도 감자바우인 김국진 씨의 얼굴이 붉어졌다. 옆에 있던, 사람의 가슴을 울리게 만드는 영혼의 창을 하는 양금석 씨가 김국진 씨를 보며
뭐, 키스를 알고나 했겠어?
라고 대가다운 말로 일행들을 웃게 만들었다.
나는 청춘 FC와 불타는 청춘의 팬이다. 언제부터인가 불타는 청춘에 나오는 그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팬이 되어버렸다. 양금석 씨가 가끔씩 부르는 창은 사람의 영혼을 울리곤 했다. 한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카바로 나오는 바리톤 김동규 씨도 점점 좋아하게 되었다. 그의 내면이 그러했다. 진솔했고, 그리고 매회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늦게 합류를 한 오지형으로 나오는 박세준 씨와 남자 막내로 나오는 박형준 씨도 불타는 청춘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한 번씩 이혼의 아픈 경험이 있는 여자들 역시 신선하고 진솔하고 정이 넘쳤고, 의외로 순수한 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막내인 김혜선 씨는 눈이 너무 맑아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순수하고, 긍정적이고 밝고 맑은 그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김완선과 강수지 씨도 가식이 없었고, 순수했고, 야무진 면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여러모로 허당이었다. 김선경 씨도 예능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활기 넘치는 열정적인 여배우였다.
운동장 벤치에 앉아
운동장 관람석에는 의자가 둘 있다. 다섯 사람이 앉을 의자가 두 개 있다. 의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오늘밤은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관전하자. 재미가 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보다 더 골이 많이 난다. 오늘도 두 팀이 운동장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한 팀은 유니폼이 깨끗했다. 다른 한 팀의 유니폼은 색이 바란 걸 보면 제법 연륜이 묻어난다. 아니나 다를까, 새 유니폼을 입은 팀들이 잠시 후 플래카드를 앞세워 기념촬영을 했다. 신생팀인 모양이다. 그런데 새로 창단을 하는 신생팀의 구단주는 여자였다. 사십 중반으로 보였다. 대단하다.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려고 찾다 축구팀을 만난 것 같다. 돈은 많은데 좋은 일에 투자할 곳을 못 찾아 방황을 하는 부자도 없잖아 있다.
사진 촬영을 끝내고 구단주가 팀원들 앞에서 연설을 한다. 돈을 투자한 구단주이기 때문에 팀원들은 구단주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위해서 잘해봅시다. 저는 여러분들을 위해 뒤에서 열심히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오늘 창단을 한 팀을 축하라도 하듯 공중에는 박쥐 한 마리가 운동장 상공을 아주 느리게, 그리고 힘들게 날고 있었다. 하, 역시 동네가 오염이 안 되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서울에서 박쥐를 볼 수 있는 동네가 얼마나 될까.
곰돌이 창단팀과 맞붙은 지역 프로팀과의 경기
신생팀은 표가 났다. 전반전 동안 신생팀 진영에서 공이 놀았다. 내가 앉아 있는 벤치로 선수들이 오지 않았다. 반대편에 진영에서 공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전반전은 영대 영으로 끝이 났다. 신생팀 라커에는 이온음료수가 박스째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지역프로팀 라커에는 생수 한 박스가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 이온음료수를 먹고 후반전에는 힘을 내 골을 넣겠지. 넣어야 구단주에게 보답을 하는 것이다. 구단주는 바쁜지 보이지 않았다. 구단주 정도 되면 몸이 다섯 개라도 바쁠 것이다. 오라는 곳이 좀 많아야지. 뜯어먹을 늑대들도 많고.
후반전에서 골이 무더기로 터지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골이 터지기 시작했다. 전반전에는 오늘 창단을 한 신생팀이라 체면치레로 봐준 것 같았다. 이제 후반전이 시작되었으니 슬슬 우리 프로팀의 실력을 보여주겠다. 페널티킥 그 부근에서 찼다하면 골이었다. 1대 0. 조금 있다 다시 찼는데 골이었다. 2대 0. 신생팀의 골키퍼가 못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나름대로 선방을 하고 있었다. 선방을 하지 않았으면 2대 0이 아니라 벌써 4대 0은 되었을 거다. 문지기가 무슨 죄가 있나? 죽을힘을 다해 막고 막지만 역부족. 죄라면 자기 팀들이 너무 못 차고 있었다.
나는 양 팀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인간사를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가 좋아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션찮으면 그 선수는 좋은 선수로 대접을 못 받는다. 잘 차는 팀에도 못 차는 팀에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그들의 특징은 온힘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전반 45분, 그리고 후반 45분을 아주 미친 듯이 찬다는 것! 그 과정이 너무 가슴 벅차게 다가왔다. 그렇게 관전을 하고 있는데 내가 앉아 있는 곳으로 공과 함께 선수들이 쏜살 같이 우르르 다가왔다.
골키퍼와 마주한 스트라이커, 누가 더 불안할까?
내 앞의 지역 프로팀의 골키퍼가 소리쳐 외친다. 빨리 붙어! 빨리! 빨리 붙어 수비를 하라는 것이다. 자, 드디어 프로팀 진영의 골에어리어 안에서 마주한 골키퍼와 선수. 저 상황에서는 누가 더 심적 부담이 클까? 골키퍼의 몸이 바싹 오그라들면서 입에서는 연신 어어어~ 하고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다. 방귀가 잦으면 똥은 나온다. 드디어 신생팀의 선수들이 정신을 차렸는지 무소의 뿔처럼 저돌적으로 골키퍼 앞으로 돌진해온다. 어어어~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오그린 골키퍼를 향해 순간 공이 빠르게 골키퍼의 두 팔 사이로 빠져 나와 철렁~ 하고 그물을 때린다. 그리고 오 분 후 다시 한 번 골키퍼의 몸과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공이 날아와 그물을 사정없이 때린다. 골키퍼 뒤의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몸도 덩달아 오그라들었다.
결과는 4대 2. 신생팀의 골키퍼가 죽을힘을 다해 막아서 4대 2가 되었지, 안 그랬으면 8대 2 정도 되었을 것이다. 경기에서는 졌지만 곰돌이 신생팀도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 저 곰돌이 신생팀도 지역 프로팀의 반열에 들어갈 것이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처럼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축구에 미치고 그리고 열정을 다하면 된다. 그렇게 하나가 되면 결과도 좋을 것이다.
시작은 미역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였느니라!
벤치에서 일어나 돌아오다
두 시간의 축구경기는 내 무거운 골을 어느 정도 소제를 했고, 박근혜와 김무성 그리고 국정교과서에 진드기처럼 달싹 달라붙어 단물을 빨아먹고 있는 간신을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청소해주었다. 내가 관찰하고 있는 박근혜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이고, 정신구조가(효심과 국심, 그리고 가정사와 국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이미 깨어져버렸고, 국정을 운영할만한 실력 또한 안 된다. 요즘 연일 입에 게거품을 문 채 박근혜를 향해 충성을 서약하고 있는, 덩치는 김유신이지만 머리는 小한 김무성은 간신에다 아첨까지 가세한, 친일의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반쪽 인간이다.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은, 권불 5년이다! 여자 하나가 미치니까 덩달아 다 미쳐버리는 저 어처구니들을 보라! 국민들에게 충성을 해야 할 인간들이 한 여자에게 꼼짝을 못하고 있다. 박근혜와 여당 그리고 정부를 보면 국정교과서가 왜 위험한지를 알 수 있다. 견제, 균형, 다양성이 실종되고 없다. 오늘의 역사에 또다시 죄를 짓고 있는 매국노들! 이제 아지트에 돌아가 오늘 영풍문고에서 산 세 권의 책을 차례대로 읽을 일만 남았다. ‘덴마크 사람들처럼’이 오늘밤 내가 읽을 책이다. 그 다음은 스웨덴 복지정책, 그 다음은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옆지기에게 오늘밤 운동장에서 있은 일과 박쥐를 촬영한 그 풍경을 문자로 사진으로 보내고 일어나 운동장을 빠져 나와 숲으로 들어가는데, 어랍쇼~ 불타는 두 청춘이 빠져 나오고 있었다. 하! 입이 벌어졌다. 두 시간이다. 저 불청 커풀은 산속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나? 들어갈 때는 분명 손을 잡고 있었는데 나오는 누나를 보니 어깨와 등이 조금 처져 있었고, 제 2의 김국진은 어깨에 힘이 살짝 들어가 있었다. 짜식, 골을 넣었구나! 제법인데!
쇠똥이 이놈아, 오늘은 네가 전쟁터에서 이긴 나폴레옹처럼 의기양양 어깨가 즐거워 춤을 추지만, 먼 훗날 네 어깨는 좌절과 절망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노를 힘겹게 저을 날이 있을 것이다!
펄렁이 누나, 오늘밤 네 어깨가 비록 오그라들어 쳐져 있지만, 먼 훗날 네 어깨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 희망의 춤을 출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너무 기죽지 마라! 그것이 인생이고, 사랑을 배워 나가는 한 날인 것이다!
쇠똥이와 펄렁이, 인생에 있어 영원한 승자도 없고, 영원한 패자도 없다! 있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그 시간, 최선을 다하는 일뿐이다. 그 사실을 명심해라, 불타는 청춘아!
그러나 저러나 하! 흘러가버린 내 청춘은 이제 이 땅 어디에도 없다~ 크흐흐
뒷이야기-아지트에 들어온 나는 늦은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은 나는 정신을 일도한 채 왜 덴마크 국민들이 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사는지 그 답을 구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또 있다. 라디오의 에프엠을 켰다. 음악 선곡이 좋은 평화방송을 켠 나는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며칠 전에는 양희은 씨가 부른 한계령이 너무 좋아 매트에 벌렁 누워 그 옛날 옆지기와 설악산을 다니면서 찾은 한계령을 추억하곤 했다)책을 폈다. 그리고 레디액션! 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20151023해발120고지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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