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스트레스에 무너지다

오주관 2017. 9. 5. 19:46




복병 스트레스를 만나다


지난 8개월, 지독한 스트레스와 싸워왔다.  

내 몸이 그런 나에게 두 달 전부터 계속 경고를 했다.

무조건 쉬어라!

좀 쉬어라!

나는 채식을 넘어, 비건이다.

그런데도 스트레스 앞에는 혈압이 감당이 되지 않았다.

190-110도 나오고

180-90도 나오고

160-90도 나오곤 했다.

그런 와중에 나에게 온 복실이.

일주일, 나와 복실이는 하나가 된 채 집에서 뒹굴었다.

태어난지 이제 70여 일.




내 몸이 마비가 되다


그날 아침, 8월 31일 목요일 아침 10시 20분.

나는 동물병원에 가기 위해 머리를 감았다.

평소에는 따뜻한 물로 감는데, 그 날 아침은 찬물로 머리를 감았다.

감고 수건으로 머리를 닦는데, 왼쪽팔이 감각이 없는 것이었다.

순간 아, 왔구나!

그 사실을 떠올리면서 나는 급하게 머리를 닦고 나왔다.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머리를 돌렸고, 팔운동을 했지만 팔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왼쪽다리까지 감각이 없었다.

나는 빨리 병원에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옷을 입었다.

그리고 복실이를 데리로 집을 나와 허겁지겁 걷는데 옆집의 통장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냥 통과.

나는 복실이를 안은 채 어린이집 계단까지 갔다.

그런데 더는 갈 수가 없었다.

계단으로 내려가면 앞으로 넘어질 것 같았다.

나는 계단에 주저앉았다.

형수한테 전화를 했다.

놀란 형수, 빨리 병원에 가보세요?

옆지기에게 전화를 했다.

지난 8개월,

내가 사력을 다해 매달린 그 프로그램은 이제 98% 완성단계에 와 있다.

2%만  더하면 미국과 일본으로 날아갈 것이다.

만에 하나, 내가 말을 하지 못하면 아떻게 하나?

옆지기가 전화를 받았다.

내 팔과 다리가 움직이지를 않는다.

네?

완쪽팔과 왼쪽다리가 움직여지지 않는다.

빨리 119부르세요.  

응.

당신, 단디 들어라.

네.

내가 만약 말을 못하면 내 노트북을 열어 문서에 들어가면 그동안

내가 만든 5가지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

네.

그 중에 지금 당장 보내야 할 그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

그래서 부탁인데, 만약 내가 몸을 쓰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하면,

 당신이

나 대신 그 프로그램을 실행시켜라.

편지는 안 써도 된다.

내용에 다 들어 있으니까.

반드시 당신이 보내야 한다.

알았제?

네.




나는 119에 전화를 했다.

통화가 끝나자 내 위치가 잡혔다면서 무슨 일로 그러냐고 물었다.

내 왼쪽 팔과 왼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병원에 가야 하니 좀 도와주십시오.

거기가 화계사 어린이집이 맞지요?

맞습니다.

곧 출동하겠습니다.

복실이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복실이 목줄을 놓지 않고 꽉 쥐고 있었다.  

복실아,

니 치료시키기 위해 머리를 감았다가 아저씨 잘못하면 황천가게 생겼다.

119가 도착했다.

간단하게 내 증세를 묻고 들 것을 내려 나를 옮겼다.

강아지를 데리고 가야 하는데.

개는 차에 못 태웁니다.

그래요,

그 때 통장 부인이 아저씨, 왜 이러세요? 하고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복실이 좀 묶어놓으십시오, 우리 집사람이 옵니다.

예, 제가 묶어놓을 게요.

차는 떠났다.

어머니, 집사람, 복실이, 형제들,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사력을 다해 만든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이런 염병, 비건인 내가 중풍협회 회원이 되나?

담배를 태우나?

술을 먹나?

고기를 먹나?

우유를 먹나?

계란을 먹나?

치즈를 먹나?

해산물을 먹나?

해산물 중에 내가 먹는 것은 오징어와 낙지뿐이다.

히틀러보다 더 독한 나를 쓰러뜨린 스트레스.

독한 놈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독한 놈인지는 몰랐다.

스트레스라는 그 놈 앞에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2%를 채우기 위해 덤비다 결국 이꼴이 되었다.

과욕일까?






이적이 일어났다


응급실에 도착한 나에게 이적이 일어났다.

내 마비된 왼쪽팔과 왼쪽다리가 다시 살아난 것이었다.

의사가 내 설명을 듣고, 자기 양쪽손을 잡아보라고 했다.

잡았다.

꽉 쥐어라고 했다.

꽉 쥐었다.

마비된 팔에 힘이 돌아왔다.

두 다리를 올리라고 하고는 의사가 자기 손으로 내 양쪽 다리를 힘껏 밑으로

밀었다.

내 두 다리는 보라는 듯이 의사의 팔을 밀어내고 있었다.

중풍협회 회원에서 탈출한 것이다.

다음은 MRI검사.

30분 동안 찍는데, 좀 시끄럽습니다.

찍고 나와 3층 병실롤 옯겨졌다.

얼마 후, 신경외과 전문의가 내 병실에 와서 설명을 했다.

뇌가 깨끗합니다.

심장도 이상 무입니다.

협심증도 없습니다.

고지혈도 없고, 콜레스톨도 낮습니다.

쇼크인 것 같습니다.

쇼크로 일시적으로 팔과 다리가 마비된 것 같습니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 비건이어서 살아났다.

내가 술도 먹고, 담배도 태우고, 고기도 먹고,

이 것 저 것 다 먹었다면 살아나지 못 했을 것이다.

어쨌든 며칠 병원에 있으면서 지켜봅시다.

우리 두 사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당신, 빨리 가라.

가서 복실이 데리고 가라.

네, 갔다 저녁에 올게요.

그래라.




토요일 퇴원을 했다.

그리고 일요일 두물머리에 갔다.

바람이나 쐬러가자.

두물머리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우리 두 사람은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1개월이 고비이고, 1년이 고비라고 하니,

한 달만 쉬자.

쉬세요.

내일부터는 가방 대신 배낭을 메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심신을 단련시킬게.

그리고 자주자주 멍때리기도 하고,




죽 한 그릇과 찰떡 하나를 사 어제 어머니에게 갔다.

궁금해 했을 것이다.

왜 둘째가 안 올까?

이실직고했다.

어머니, 제가 몸이 좀 아파 병원에 5일 입원해 있다 어제 퇴원을 했습니다.

이제 다 나았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산 죽을 드시지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후에 한가지 더 조사할 일이 있어 병원에 가야 합니다.

병원에 갔다 다시 올게요.

오야 그래라.


다시 병원에 갔다.

내과의사가 24시간 혈압을 체크해보자고 했다.

그러자고 했다.

어제 오후 3시부터 오늘 오후 세시까지 저 자동혈압계를 달고 있었다.

다행히 혈압은 약을 먹어서인지 크게 높지는 않았다.

한달만 약을 먹으면서 과정을 지켜봅시다.

그 안에 변화가 생기면 다시 바꾸기로 하고.

나는 동의했다.




그 날 아침 나를 뻗게 만든 주범은 내 프로그램이었다.

98%였다.

나머지 2%는 어느 날 나에게 온 복실이었다.

복실이와 보낸 일주일 나는 잠을 잘 자지 못했다.

밤에 일어나 보면 복실이는

추운 현관에 몸을 깐 채 머리만 거실바닥에 올려놓고 자고 있었다.

나는 복실이를 안고 따뜻한 집에 넣어준다.

그러다 또 일어나보면 복실이는 현관에 가 있었다.

아, 복실이의 조상이 한뎃잠을 주로 잤구나.

DNA는 못 속인다.

임마, 품격 떨어지게 와 추운 현관에 자노.

일로 오너라.

그 때마다 나는 복실이를 방에 불러 나와 같이 자곤 했다.

지금까지 복실이를 안고 한강을 네 번이나 건넜다.

강을 건널 때마다 복실이는 눈을 크게 뜬 채 한강을 바라보곤 했다.

태생이 갑은 아니었어도 머리 하나는 좋았다.

말귀를 잘 알아듣고, 상황판단이 뛰어났다.

복실이 니 운명도 정말 얄궃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이상순, 이효리씨 집에 입양이 되었다면 아마

천국에서 살 건데, 개를 싫어하는 장모님 집에 올 건 또 뭐고.





복실아,

이 일을 어떻게 하나?

이제 아저씨와 같이 살 일은 없지 싶다.

그 대신 약속을 할게.

나중에 아저씨가 마당이 있는 집을 마련하면 그 때,

복실이 니가 어디에 있든 너를 꼭 데리려 갈게.

그 때까지 건강하게 살아라.

알았제?

지난 일주일, 나는 지옥과 천국에서 놀다 왔다.

나는 한 때 스트레스라는 병을 한 번 앓아보았으면 했던 시절이 있었다.

암보다 더 무서운 스트레스.

그 복병을 피하는 방법은 머릿속을 비우는 일이다.

멍때리기를 자주자주 실천해야 한다.

내 개인적 야망이 부른 화를 뒤집어쓴 지난 일주일이었다.

아, 망할 스트레스!



'사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제 대학로에 가다  (0) 2017.11.06
Looking at the top  (0) 2017.10.13
나에게 찾아온 친구 하나  (0) 2017.07.25
내가 싸우고 있는 나의 주적  (0) 2017.06.26
어머니 94회 생일  (0) 2017.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