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화두

삶과 일, 그리고 죽음

오주관 2017. 9. 20. 19:18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지난 토요일 밤, 자기 전 우리 두 사람은 삶과 일 그리고 그 끝에 찾아오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신은 내가 100살까지 살 것이다, 라고 했지만, 아니다.

……

앞으로 10년만 더 살 수 있으면 원이 없겠다. 10년만 살면 내가 만든 프로그램 다섯 가지를 다 실행시킬 수 있다.

그 이상은 왜 생각 안 하세요?

내 몸의 에너지가 지금 95% 정도 소진이 되어버렸다. 당신 말대로 아버지가 94세에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지금 94세이시다. 나는 그 두 분보다 건강관리를 더 잘하고 있기 때문에 100세까지는 살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아니다. 내 속은 이미 석탄백탄이 되어 있다. 지금까지 나는 내 몸과 정신을 너무 혹독하게 태웠었다. 내 일생은 한마디로 과로였고, 스트레스였다. 중학교 때 찾아온 이명도 스트레스 때문에 온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때부터 사십 중반까지 나는 밤마다 가위눌림에 시달렸다. 하루에 한 번도 좋고 많을 때는 서너 번씩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곤 했다. 그 공포, 모르제? 당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밤마다 찾아오는 공포의 가위눌림을 피하기 위해 잠을 자지 않고 책을 붙잡고 살았다. 슬픈 이야기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보다 정신세계가 예민한 건 맞아요.

많이 다르다. 그리고 나는 내 마지막을 병실이나 방에서 맞고 싶지 않다.

저도 그래요.

오늘처럼 햇빛이 좋은 가을의 어느 오후, 언덕 위 벤치에서 질 좋은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그리고 붉게 물든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그렇게 작별하고 싶다. 당신이 옆에 있으면 더 좋고.

저도 당신처럼 그렇게 가고 싶어요.

너무 호화롭나?

아니에요.



 

다시 시동을 걸다

 

다시 찾은 병원. 풍 때문에 나는 여러 가지 기록을 세웠다. 난생 처음 병원에 입원을 해보았고, 난생 처음 링거라는 것을 맞아보았고, 그리고 난생 처음 병원에서 주는 밥을 먹어보았다. 신경외과 과장이 물었다.

좀 어떻습니까?

팔에 힘이 빠지는 일은 이제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풍은 다른 말로 바람입니다. 찬 성질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찬물에 머리를 감다 풍을 만나 병원에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겨울철에 목과 머리를 따뜻하게 잘 보호하세요.

 

한 달 치 약을 처방받았다. 약은 네 가지였다. 신경안정제와 위보호제, 그리고 혈관확장제와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약이었다.

 

과장은 무조건 나보고 쉬라고 했는데, 좀 쉬었나? 쉰다고 했지만, 쉬는 게 아니었다. 나라는 사람은 아침이면 무조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집을 나온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야 집에 돌아간다. 한평생 몸에 밴 습관이다. 집은 감옥이다. 특히 낮 시간의 집은 더더욱 감당할 수 없는 감옥의 독방이나 마찬가지다.


 


늘 젊은 오빠로 살아 온 나

 

나는 지금까지 나를 잊고 살았다. 나는 내가 늘 젊은 오빠인 줄 알고 있었다. 일에 파묻혀 지내다 보니 늙어 가고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리고 인식을 못하고 살았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펄펄했다. 내 두 다리는 내가 원하는 그 장소에 무리 없이 나를 데려다 주었고, 내가 아무리 많이 걷고, 그리고 숨 가쁘게 뛰어도 고장 한 번 나지 않은 채 목적지까지 나를 데려다주곤 했다. 그 해 12월, 내 두 다리는 서울에서 포항까지 하루에 50Km를 걸어 포항북부해수욕장까지 나를 데려다주었다. 심장도 마찬가지였다. 내 심장은 10년 간 마라톤을 할 때도 아무 무리 없이 펌프질을 계속 해주었다.

 

사십 초반, 딱 한 번 말썽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 때의 나는 골초였다. 그런 어느 해, 내 심장은 하루에 다섯, 여섯 번씩 정지를 하곤 했다. 공황장애도 힘을 보탰다. 영화관을 못 갔고, 지하는 아예 들어갈 수가 없었다. 지하철도 마찬가지였다. 버스도 어려웠다. 극은 극으로, 독은 독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책에서 읽었다. 나는 내 정신의 비타민이라고 하는 담배를 끊어버렸다. 술도 끊어버렸다. 그리고 그 때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10년을 달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360여 일을 달리고 달렸다. 그러자 심장마비와 공황장애가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이번 검사에서도 내 심장은 튼튼함으로 나왔다. 문제는 내 머릿속이었다. 한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려보내곤 했지만, 나가는 물보다 들어오는 물이 너무 많아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 맞지 않았다. 결국 과부하가 나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그 주범은 바로 과로와 스트레스였다. 내가 풍을 만난 것은 순전히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

 

가끔씩 좌탈입망을 생각하곤 한다. 나도 고승들처럼 그렇게 가고 싶다. 입망까지는 아니어도 좌탈은 나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스님은 물구나무를 한 채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렇게 가고 싶지는 않다. 만약 물구나무를 한 채 숨을 거두었다. 그 사실을 모른 채 동자승이 방에 들어왔다 어, 큰스님이 왜 물구나무를 하고 있을까, 하고 툭 건드리면 콰당, 넘어져 뼈라는 뼈는 몽창 부러질 수가 있다.


아이고 아파라, 인마야!

 

어쨌든 내 생명은 짧으면 5년이고, 길면 10년이다. 운이 나쁘면 5년이고, 운이 좋으면 10년이다. 10년이면 너무 감사하다. 그 시간이면 나는 내가 골을 싸맨 채 만든 내 프로그램들을 다 실행시킬 수 있다. 만약 그게 아니면, 그럼 지금 목숨을 걸고 있는 그 프로그램에 매달려야 한다. 완성단계에 와 있다. 이제 남은 일은 두 가지. 프로그램 번역과 편지 보내기. 나는 일본과 미국의 IT업계 CEO이자 투자자이기도 한 그들로부터 최소한 3억 달러를 투자받고 싶다. 그래야 전 세계를 커버할 수 있다.

 

경영과 지분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옆지기에게 설명을 한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만약 투자를 받아 실행이 되면, 당장 두 가지 주제와 싸우게 된다. 경영과 지분. 내가 살아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내가 경영을 하면 된다. 내가 없으면, 그 때는 지분이다. 지분을 챙길 때, 반드시 이름 있는 로펌의 변호사 도움을 받아야 한다. 왕왕 경영과 지분 전체를 도둑맞는 일이 없잖아 있다. 당신도 알고 있듯이, 중국의 마윈이 만든 알리바바에 야후를 만든 제리 양이 200410억 달러를 투자하고 40%의 알리바바 지분을 챙겼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후에 마윈이 그 야후를 인수했다. 그리고 초창기에 2000만 달러를 알리바바에 투자를 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지금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내가 만든 프로젝트도 비슷하다. 사실 3억 달러가 많은 액수는 아니다.

 

5년이면 충분하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실행이 되면, 5년 동안 기반을 완전히 다지고, 그 다음은 3, 40대의 실력이 있는 유능한 글로벌 A급 인재를 발굴해 물려줄 생각이다. 그런 말이 있다. B급 인재는, B급이나 C급 인재를 발굴하고, A급 인재는, A급이나 A급을 능가하는 유능한 인재를 발굴한다고 한다. 우리말에 청출어람이 있다. 바로 그것이다. 나보다 뛰어난 인재를 발굴해 물려주어야, 전체가 산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날 팔다리가 안 움직일 때, 그 때 찾아온 그 공포가!

나는 나를 소스라치게 만든 덜렁덜렁 덜렁귀신을 그 때 내 눈으로 똑똑하게 보았다.


 

뒷이야기-나를 무릎 꿇게 만든 문제의 프로그램, 이제 번역과 편지 쓰는 일만 남았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투자를 받아 실행이 되고, 그리고 성공을 하면, 나는 내가 계획했던 대로 내 지분의 1%는 나를 만나 푸지게 고생을 한 옆지기와 우리 가족에게 주고, 나머지 99%는 이 사회에 환원을 시킨다. 부는, 절대 개인의 것이 될 수 없다. 빌 게이츠는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지분 1%만 남겨놓고 나머지 99%를 자신이 만든 재단에 전부 기부했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마크 주커버그 이 세 사람은 자신의 재산 99%를 사회에 환원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이들의 부가, 정답이다. 부라는 것은, 많든 적든 이 사회에 환원을 시켜야 하고, 그리고 이웃과 정답게 농갈래 먹어야 한다. 부의 원천과 그 과정을 추적해보면 답이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까지 65여 년을 공부하면서 내가 얻은 결론 가운데 하나가, 부와 땅과 은행은 개인이 소유해서는 안 된다생략하고, 나는 이 세계 젊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 도전정신과 열정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 그 꿈을 위해, 우선은 건강해야 한다. 천천히, 천천히, 슬로우~슬로우~그렇게 황소의 걸음으로 가는 것이다.2017920해발120고지아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