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시간을 아는 이 누구이냐?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누구나 다 태어나는 시간이 있지만, 갈 때는 정해진 시간이 없다. 가는 시간을 알면 좋을까, 나쁠까?
당신은, 2017년 12월 24일 저녁 5시 정각에 갑니다.
통보를 받은 당사자는
Ok! 군말 없이 가겠습니다.
뭐라고요, 5시에 간다고요? 아니 크리스마스 전야에 저녁도 못 먹고 간다고요? 나는 못 갑니다! 나는 안 가요!
라고 방바닥에 누워 떼굴떼굴 구르며 미쳐 날뛸까? 모르긴 몰라도 가는 시간을 알 길 없는 우리 모두는 벽에 똥칠할 때까지 그렇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하고 속으로 은근히 바랄 것이다. 오죽하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라고 하지 않나? 그렇지만 그게 그렇게 되나?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우리 인간의 생과 사를 거머쥐고 있는 그 절대자는 감정은 없고 이성뿐이라 얼음 같이 냉정하다.
아무꺼시야, 이제 올 시간이 됐다, 냉큼 이리 오너라!
하고 부르면 그냥 가야 된다. 예외가 있다. 이판사판 공사판이 아닌, 진짜 이판사판의 그들이다. 절 살림을 살면서 돈독이 올라 있는 사판들은 살림 사느라 공부를 안 해 머리를 두드리면 팅팅 소리가 난다. 머릿속이 여물지 못해 자신이 언제 가는지 알지 못 한다. 그런데 주야로 일편단심 화두 하나에 존재를 건 채 수도에만 전념해온 이판들은 자신이 언제 이승을 하직하는지 그 가는 날을 대충 안다. 그래서 오늘 아침 공양을 마치고 상을 물린 큰스님이 상좌에게 지나가는 말로 일갈한다.
상좌야!
예, 스님.
아침을 먹었으니 나는 이제 갈란다.
스님, 무슨 말씀을 하세요? 가시다니요?
아, 이놈아, 왔으면 가야지.
스님, 지금은 안 됩니다. 따뜻한 봄에 가십시오.
그리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스님마다 다 다른꼴로 이승을 하직한다고 한다. 어떤 스님은 좌탈입망이라고, 결가부좌를 한 채 숨을 거두고, 어떤 스님은 물구나무를 선 채 돌아가시고, 어떤 스님은 원산폭격 자세로 엉덩이를 바짝 든 채 세상을 떠나고, 어떤 스님은 양다리를 목에 감은 자세로 이승을 하직한다고 한다. 부러울 뿐이다. 가는 날을 안다는 그 자체도 부럽지만, 갈 때의 그 퍼포먼스에 정말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 다시 태어나면 교수가 되어 만나자
나는 옆지기에게 종종 말했다. 내가 죽으면 나를 화장을 해 그곳 도서관에 뿌려다오. 한 달 전, 옆지기에게 말했다. 앞으로 내가 10년을 살면 축복이고, 5년을 살면 기본은 세우고 갈 수 있다. 그리고 종종 산을 찾고 사찰을 찾을 때마다 옆지기에게 그런 말을 했다. 나를 태우면 아마 사리가 나올 것이다. 스님만 나오라는 법은 없다. 나라는 사람은 도서관에서 평생을 보냈다. 도서관에 앉아 마르고 닳도록 이 세상을 읽었고, 그리고 해석을 했다.
20일 전 밤, 만약 다음 세상에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면 우리 또 만날래? 네, 만나요. 그럼 우리 교수가 되어 만나자. 네, 그래요. 나는 뉴욕대 정치학교수가 되어 5대양과 6대주가 공생을 하며, 그리고 6대주의 사람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내 손으로 설계를 하고 싶다. 내가 뉴욕대 정치학교수가 되겠다고 결심을 한 것은, 그 대학에 나와 성향이 비슷한 아담 쉐브로스키라는 정치학 교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 교수도 열정이 대단한 분이다. 야망, 열정, 통찰력, 그리고 존재를 다 태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나는 미치도록 좋아한다. 베를린 필하모니를 지휘한 카라얀, 뉴욕 필하모니를 지휘한 번스타인, 그리고 뉴욕대 정치학교수인 아담 쉐브르스키교수 이 세 사람과 나는 여러모로 닮은 구석이 많다. 우리는 그리고 도 아니면 모이다.
나는 그럼 가는 날을 알고 있나?
라고 누가 물으면 안다, 라고 답을 할 수 있다. 위에서 내 몸을 태우면 아마 사리가 나올 것이다, 라고 했다. 그 정도면 가는 날을 안다. 알기 때문에 얼마 전 나는 유서를 썼다. 옆지기에게 보내는 길고 긴 유서를 썼다. 내가 쓴 유서를 USB에 담아 줄까, 하다 혹시 USB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고민을 하다, 그래 문서에 담아 놓자. 그리고 이메일로 보내면 영원히 도둑맞을 일은 없다.
그 유서에 나는 나의 역사를 다 담았다. 지금까지 도서관에서 내가 만든 6개의 스타트업을.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5개다. 그 5개 중에 하나를 꺼내 지난 5개월 마르고 닳도록 철골구조에 시멘트를 부어 건물을 완성시켜 나갔다. 이 세상에 처음 선을 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유서에 나는 그렇게 섰다. 만약 이 사업을 펼치기 전에 내가 죽으면 당신이 이 사업을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 어떻게? 그 방법론을 자세하게 기록을 해놓았다. 그리고 이번에 완성을 시킨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면 당신은 1%만 가지고 살고, 나머지 99%는 재단을 만들어 그 재단에 기부를 해 내가 그린 사업을 펼쳐나가라.
지난 여름 8월 30일 목요일 아침 10시, 나는 찬물에 머리를 감다 어, 하고 얼덩방아를 찍었다. 팔과 다리 하나가 마비가 된 것이다. 아, 드디어 왔구나! 뇌경색이 찾아온 것이었다. 왼쪽 팔이 덜렁덜렁했다. 기분이 착잡했다. 나하고 악수를 하자고? 지금은 안 돼! 아직 할 일이 좀 남아 있거든? 채식을 하는, 아니 비건을 하는 나에게 뇌경색이 오다니? 내 생사를 거머쥐고 있는 그 절대자가 미쳤나?
NO!
미치지 않았다. 내 생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 절대자는 나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텔레파시로 자주자주 경고와 그 날짜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 채식주의자이면서 비건이지만, 그 옛날의 나는 극과 극을 오가는 모 아니면 도인 인생을 살았었다. 지금까지 아무나 세울 수 없는 기록을 나는 몇 개 가지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록들
1. 나는 두 트럭 반의 책을 읽었다
2. 나는 10년 동안, 1년이면 360일 술을 마셨다
3. 어떤 날은 소주 16병을 마신 날도 있었다
4. 나는 10년 동안 담배를 하루에 3갑에서 5갑을 태웠다
5. 나의 일생은 방황과 절망의 나날이었다
6.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걸은 사람이다
7. 내 일평생은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
뇌경색이 온 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 왔는데, 살아났다. 분석을 했다. 나는 왜 중풍협회 준회원에서 다시 일반회원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나를 넘어지게 만든 것은 스트레스, 과로, 수면부족이었지만, 나를 다시 살린 것은 내 속에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 내 거대한 야망과, 10년 넘게 실천해온 비건 그 덕이었다.
채식을 하면서 나는 사람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만나자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나는 전부 NO! 하고 거절했다. 만나면 일단 차를 마신다. 그리고 밥을 먹을 것이고, 술을 마실 것이다. 밥을 먹고, 고기를 먹고, 담배를 태우고, 술을 마시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면 그들이야 기분이 좋겠지만, 밥과 고기, 그리고 담배와 술을 안 태우고 마시는 나는 그 자리가 재미있을 리 만무다.
나는 이제 시간이 없다
운이 좋으면 10년이고, 운이 나쁘면 5년이라고 했다. 이제 나는 내 삶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시간이다. 그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 나는 지금까지 내 에너지를 다 태워버렸다. 이제 더 태울 에너지가 없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보아야 무슨 낙이 기다리고, 또 무슨 도움이 있으리오. 만에 하나 그들에게 프로젝트 하나를 주면서 한 달 후에 설계도를 그려 내게 좀 주십시오! 하고 주문을 하면 답을 제출할 수 있겠나? 솔직히 이 세계를 읽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해석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옆지기에게 그랬다. 만약 내 사업이 성공을 하고, 그리고 내 생명이 조금 더 연장이 되면 그 때는 내 마지막 소망인 대통령 선거에 도전을 하겠다. 나는 대통령을 시험으로 뽑으면, 도전을 할 것이고, 또 1등을 할 자신이 있다. 그런데 시험이 아닌 경선제로 뽑는다. 그 경선에 나가려면 최소한 5억 정도가 있어야 한다. 그 돈이 없어 결국 도전장을 내지 못하고 내려왔다, 그렇게 열심히 설계도를 그려놓고. 세상사 모든 일이 씨줄날줄이 잘 만나야 한다. 운칠기삼이라고 했나?
나는 생각한다. 내가 대학교수면 시가꾼 이명박은 고등학생이고, 추재비 박근혜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박근혜는 솔직히 통장 실력도 안 된다. 그래서 사기꾼 최태민과 그의 딸 최순실에게 멱살이 잡혀 저모양 저꼴이 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앞세워 빨대를 꽂은 채 지금까지 단물을 쫙쫙 빨아먹은 친박과 진박들은 홍반장 표현 대로 바퀴벌레보다 못한 기생충들이다.
이명박과 박근혜, 그리고 그 두 사람에게 달라붙어 부역을 한 년놈들은 바퀴벌레보다 못 한 인간말종이다!
나는 평생 가난하게 살아왔지만, 후회는 없다. 지난 세월, 정말 목숨을 걸고 이 세계를 읽고 해석하려고 나는 내 존재를 태웠었다. 마침내 나는 이 세계를 읽었고, 그리고 이 세계를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동력은 어디서 왔을까? 두 분 부모님과 내 옆지기다.
아버님은 나에게 정직과 부지런함을 물려주었다
어머님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도전정신을 물려주었다
옆지기는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눈부신 재능을 일깨워주었다
내 마지막 소망
그날 밤, 잠자리에서 옆지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삶의 끝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그리고 스위스에서 마지막을 맞이한 영국인 사업가 부부이야기를 했다. 스위스는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다. 그 50대 중반의 영국인 사업가는 부인과 함께 스위스를 찾는다. 원장인 여자 앞에 앉은 부부. 여자원장이 다시 한 번 당신에게 찾아올 죽음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내 생각은 불변이다. 원장여자가 우유 같은 액체가 담긴 작은 컵을 건넨다. 남자가 받아 천천히 마신다. 남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고약하다, 라고 하자 원장여자가 초콜릿을 하나 건네며 미소를 짓는다. 고약합니다. 이 초콜릿을 씹으면, 5분 후에 잠이 올 것입니다. 그럼 부인 어깨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으십시오. 고맙습니다. 얼마 후 진짜, 잠이 옵니다. 남자는 부인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 조용히 숨을 거둔다.
스위스에 갈 처지가 안 되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에게 신호가 오면,(그 전에 내 두 다리가 나를 대한민국 어디에든 데려줄 수 있어야 한다)나는 석양이 지는 언덕에 올라갈 것이다. 붉게 타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나는 옆지기가 건넨 질 좋은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나의 존재를 내려놓을 것이다. 그리고 지나온 내 삶을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원더풀~
원더풀~
여보시오 내 사랑, 당신을 하늘 만큼 땅 만큼 사랑합니다.
뒷이야기-내 50이 언제 지나갔나? 50이면 나는 내 존재를 활활 태울 것이다. 그런데 망할, 60하고도 다섯이다. 그래도 5년과 10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 자체가 축복이 아닌가. 그 축복을 깡그리 태우고 가고 싶다. 20171123해발120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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