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

2018년 무술년 새해, 대모산에서 복실이와 놀다

오주관 2018. 1. 9. 12:45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건강한 무술년,

그리고 내 꿈이 만개하는 무술년이 되어 주십시오,

기도를 했다.


그리고 7일 일요일 아침, 

막내누이와 조카가 왔다는 전화를 받고 상계에 갔다.

막내가 포항에서 아마 회를 가져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찰떡 두 개만 사 기지고 가자.

찰떡과 소고기버섯죽이,

어머니 건강을 떠받치는데 1등 공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찰떡은 골을 메우고,

죽은 소화가 잘 되어 위에도 좋다.

찰떡 힘으로 어머니는 이제 95세가 되셨다.

막내가 가지고 온 방어회와 참돔으로 식구들이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나는 봄동과 무친 진저리로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다 비웠다.


점심을 먹고 어머니와 작별을 고했다.

또 올게요.

집을 나온 우리 두 사람은 복실이에게 갔다.

1시간 거리다.

도봉산과 대모산은 그렇게 멀다.

옆지기가 아파트로 들어갔고,

나는 입구에 있는 마트 안에 있었다.

조금 후,

복실이가 앞장을 선 채 용감하게 아파트를 빠져 나오고 있었다.

창문으로 보니 복실이는 신이 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트에 도착하자마자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가 숨어 있는 곳으로 쑥 들어왔다.

복실이는 이제 안다.

내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각인을 시킨 것이다.

오메, 우리 복실이!

나에게 달려온 복실이,

울고불고,

오줌을 내 지르고 난리블루스를 친다.




복실아,

대모산에 바람쐬러 가자.

아파트에서 산다고 답답했제?

운동부족인지 몸이 많이 불어 있었다.

폭풍성장을 한 것이다.

운동이 필요하다.

가면서 변을 한 번 보았고, 오줌을 한 번 눴다.

대모산 벤치에서,

복실이에게 단팥빵 하나를 먹였다.

앉아!

조금씩 떼어 주었다.

기다려!

냠냠.

태어나 아마 처음 먹어 보았을 것이다.

얼마나 맛이 있었을까?

아저씨,

하하, 맛이 기가 막히네요!

너무 맛있네요!

맛이 좋고말고!

단팥빵을 다 먹은 복실이,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를 한잔 따라 먹자

입을 다시며 나를 본다.

좀 주까?

꼬리를 격하게 흔든다.

그래, 니도 한 번 맛봐라, 하고 한 컵 따라 주었다.

멋도 모르고 먹다 화돌짝 놀란다.

아이고, 떠거바라!

떠겁제?

떠거바,

혀가 얼얼하니더.

임마,

니가 알아서 먹어야지

맛은 있는데,

좀 떠겁네요.

준다고,

무조건 덤비지 말고,

식하가 묵아라.




그 날,

복실이는 대모산에서,

단거리 장거리 선수 모양 마음껏 자가 기량을 발휘했다.

사람들이 없는 베드민트장에서,

야외에서,

그리고 대모산 정상 아래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스트레스를 날리는데 총력을 다했다.

그 날 나는 13000걸음을 걸었다.

보통 1만 보를 걷는 내가 그 날 일요일은 복실이 때문에

조금 더 걸었다.

복실이와 우리 두 사람,

언제부터인가 하나로 묶여져 있다.

지금은 떨어져 지내지만,

언젠가 하나로

다시 모여 살자.


복실아,

집에서 골 난다고,

아무 물건이나 막 물어뜯지 말고,

기도도 좀 하고 그래라.

노는 입에 염불한다고,

2018년 무술년 새해,

우리 아저씨,

일이 잘 되어,

우리 셋이 함께 살게 해주십시오!

신령님,

빌고 또 비나이다~


뒷이야기-대모산에서 2시간을 보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져서 아파트로 돌아왔다. 다시 헤어질 시간. 복실이를 잡고 복실아, 아저씨 이제 간다. 할머니 말씀 잘 듣고 말썽 피우지 마라. 아침에 할머니가 복실아, 마트에 가 두부 한 모 사오너라, 하면 충성, 하고 지하마트에 가 풀무원 두부 한 모 사드리고 그래라? 알았지? 네. 행복을 잡으려면 반드시 몸고생이 뒤따라야 한다. 조금만 기다려라, 좋은 소식이 올 것이다. 아저씨, 또 올게! 복실이가 아파트로 들어가면서 한번 뒤돌아보았다. 복실이도 이제는 안다, 헤어지는 그 현실을. 201719해발120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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