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 폭풍성장을 하다
8월 17일 복실이 사진이다
관상학적으로 보았을 때, 합격이었다.
눈이 깊고, 사색형이었다.
나를 닮아 있었다.
덮어놓고,
아무 생각 없이,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는,
트럼프 같은 인간형을 나는 극도로 싫어한다.
이 사진도 그 때의 복실이다.
대변과 소변을 잘 가리지 못 할 정도로 어릴 때다.
그래서 선풍기 위에 올라와 소변을 보고는 내뺄 때가 많았다.
이놈, 안 돼!
해도 그때뿐이다.
어제 만난 복실이
아파트를 나와 정문에서 나와 눈이 마주친 복실이는
2주 전과는 달리 털모자를 쓴 나를 한눈에 알아보고
우다다다 달려왔다.
두 다리를 만지니 튼실튼실했다.
몸도 다리도 폭풍성장을 했다.
몸무게가 무려 6kg.
65kg인 나를 대모산 불국사까지 소가 쟁기를 끌듯이
잡아끄는 바람에 어제 나는 녹초가 되었다.
중간중간에 이놈아, 워띠 워띠, 하며 목줄을 잡아당기며
천천히를 강조했지만, 복실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전진을 계속했다.
2주일 만에 보는 복실이
가기 전에 복실이에게 주려고 고구마를 삶았고,
찐계란도 두 개, 밤과 호박이 들어간 찰떡,
그리고 청담동 사거리에서 산 마늘바게트도 준비를 했다.
다 먹었다.
딱딱한 찰떡 껍데기는 내가 먹었고, 말량말량한 나머지
반의 찰떡은 복실이가 먹었다.
바게트는 딱딱한 부분은 복실이가 먹고,
속은 내가 조금 먹었다.
주면 주는 대로,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 복실이는
풀쩍풀쩍 뛰며,
좀 더 주소!
좀 더 주소!
하며 저렇게 난리 블루스를 추고 있다.
천방지축 복실이, 이제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복실이도 우리도 힐링을 좀 하자,
라는 제목으로 갔는데, 이놈이 너무 잡아끄는 바람에
산에서 땀을 비오듯 흘리곤 했다.
산에서 만난 복실이 친구들은 전부 점잖았고, 단정했고,
그리고 천천히 우아하게 걸었다.
그나마 천방지축인 복실이에게 그래도 칭찬할 부분이
있다면, 이제 사람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머리가 보통을 넘어, 영재에 가까웠다.
가만히 있어!
앉아!
라고 하면 그 말을 듣고 따르기 시작했다.
이제 제트기 같은 성격만 고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복실아,
안 돼!
라는 말을 빨리 집에서 학습을 해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알았지!
복실아, 그리고 집에 가면 할머니 말씀 잘 들어야 한다.
아침에 할머니가 일어나 부엌에 가면 복실이 니가 쪼르르 다가가 그래라.
할머니, 지하마트에 가 두부 한 모 사올까요?
그래.
풀무원 두부를 사올까요, 촌두부를 사올까요?
통통한 촌두부 사오너라.
예.
그렇게 니가 알아서 할머니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알았제?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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