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없이 하는 수술
몇 년 전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때 잇몸이 탕탕 부어 동네 치과에 갔더니 위험하다고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큰 병원에 갔더니 잇몸에 염증이 생겨 일주일 정도 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마취를 안 하기 때문에 많이 아프다, 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오른쪽 다리에 염증이 생겨 포항시에 있는 동광병원에서 수술을 했는데 그 때도 마취를 하지 않고 수술을 했다. 마취를 하지 않아야 빨리 낫는다고 했다. 그 날 수술침대에 눕자 의사가 내 팔과 다리를 묶었다.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에게 다리 종아리를 붙잡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메스로 내 오른쪽 허벅지의 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쓱, 싹, 하고 칼이 내 다리 살을 가를 때마다 아아, 아부지요! 하고 내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 다리는 결국 낫지 않았다. 구룡포 읍내에 있는 이신근(내 6촌 형님의 큰외삼촌인 그는 독학으로 의사가 된 분이다) 의원에서 다시 한 번 수술을 했지만 낫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어머님이 어느 날 용하다고 소문이 난 흥해의 한 한의원에 가서 처방을 받아 왔는데, 얇은 광목에 찹쌀밥을 얹고 그 위에 말량말량하게 녹인 엿을 발라 상처부위에 매일 붙여주면 살이 돋아난다고 했다. 하루에 한 번씩 광목을 다리에 감고 기다렸다. 그런데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병원에서도 낫지 않은 수술받은 그곳에 살이 돋기 시작한 것이다.
염증이 생긴 잇몸 때문에 일주일을 지옥에서 살았다. 대바늘 같이 생긴 굵고 긴 주사바늘로 이쪽 잇몸에서 저쪽 잇몸 끝까지 찔러 염증을 빼기 시작하는데, 그 때의 그 아픔을 떠올리면 지금도 식은땀이 나면서 입 안이 말라온다. 하루에 십 분씩 일주일 동안 나는 도살장에 들어가는 소가 되어 지옥 체험을 했다.
조국가족이 당한 수술
조국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열의 대검특수부 검사들이 장장 122일 동안 조국가족을 들쑤셨다. 허파도 찌르고, 간도 찌르고, 위도 찌르고, 폐도 찌르고, 염통도 찌르면서 썩은 고름이 있나, 하고 뒤져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해 양심은 감추어놓은 채 죄 하나를 잡아내기 위해 사생결단 수사를 감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가족들은 죽지 않고 살아났다.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예수도 부처도 저런 식으로 들쑤시면 못 산다.
윤석열 검찰총장
결론부터 말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나도 지지했고, 조국도 지지했고, 진보도 지지했고, 그리고 문대통령도 지지했다. 그 끝에 그는 위풍당당 검찰총장 자리를 꿰찼다. 그는 신림동 고시촌에서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을 했다. 그의 검사생활의 시작은 그렇게 초라하고 미미했지만 그 끝은 너무 화려했고 장대했다. 기수를 다섯 계단이나 건너뛰는 파격인사를 감행하면서까지 그를 검사들의 마지막 고지인 검찰총장이라는 자리에 꽃가마를 태우고 앉혀주었다.
대통령은 그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당부했다.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를 하라. 그 말은 적폐를 수사해서 우리나라를 깨끗한 나라를 만드는데 열과 성을 다해라. 나도, 조국도, 그리고 우리 국민도 당신의 칼솜씨를 믿는다. 그 당부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제일 값진 보검을 그에게 맡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초장부터 믿는 도끼에 발등이 꽉 찍혀버렸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조국법무부 장관 가족을 상대로 특수부 검사들을 전부 동원해 수사하고 수사를 했다. 그래도 혐의가 잘 나오지 않자 마침내 조국 가족을 상대로 마취도 없이 수술대 위에 눕혀놓고 오장육부를 찌르기 시작했다.
속담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윤석열 총장을 두고 한 말 같다. 그의 용감한 한 면만 보았지 어두컴컴한 뒤를 보지 못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칼은 배신의 칼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수우파를 대변하는 대변자에 불과했다. 검찰은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마지막도 공정하고 공평해야 한다. 대검의 특수부가 수사를 해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미국으로 도망을 간 전 기무사령관 조현천과 그 일당이 모의한 국가내란음모는 손도 안 대었다. 조선시대 같았으면 역모죄로 삼족을 멸하는 중대 범죄다.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8, 9 번을 고발한 나경원의원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패스트도 마찬가지였고, 세월호도 그랬다. 그렇게 수사를 하면 안 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신림동 9수 이야기다. 사법고시에 붙을 때까지 인격은 닦지 않고 분노와 한을 키웠지 않았나 생각한다. 진보 쪽이 바라보는 윤석열 총장의 칼 그 어디에도 공정과 공평, 그리고 정의는 없다. 그런데 수상한 것은 윤총장이 자꾸 정치와 특정언론에 눈길을 준다는 것이다. 검찰이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채 정치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 결론은 궤도이탈에 욕심이 너무 과하다. 과하면 체하고, 그리고 피를 토할 수 있다.
속았다. 우리 모두 속았다. 이 땅의 진보들은 지난 122일 동안 윤석열의 칼춤을 쳐다보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싸워야 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9수를 하면서 오로지 육법전서만 달달 외운 달달이에 불과한 그에게 너무 막중한 자리를 준 그 죄가 그렇게 컸다.
물러날 줄 아는 자의 뒷모습
어쨌든 이제 싸움의 끝은 종지부를 찍을 것 같다. 국회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통과가 되었다. 조국 전 장관과 진보들은 공수처법에 목숨을 걸었고, 윤석열 검찰총장 더하기 검찰과 자한당, 그리고 조중동은 공수처법을 막기 위해 하나가 된 채 조국일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조국과의 사생결단의 그 싸움에서 조국은 물러났지만, 결국 진보의 승으로 끝났다. 진보 승, 윤석열과 보수우파 패.
그렇다면 남은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제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사내다. 그런데 과연 그가 순순히 그 자리에서 물러날까?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공수처법이 있다. 그래서 죽을 때 죽더라도 마지막 싸움을 걸지 모른다. 그러기 전에, 그 싹을 도려내어야 한다. 추 장관은 윤석열 총장이 또 다른 일을 도모하기 전에 그를 총장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 몸이 된 채 개망나니 칼춤을 춘 특수부의 그들도 함께 청소를 해야 한다. 이제야 윤석열 검찰총장을 바라본 내 결론은 그 역시 몇 년 전 안철수 씨 모양 시대의 흐름과 시대의 정신을 읽지 못하는 눈 뜬 당달봉사이다.
윤속열 총장, 당신의 에토스는 솔직히 조폭도 아니고 양아치 수준입니다. 당신뿐만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황교안, 나경원, 그리고 자한당과 최성해, 전광훈씨를 보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입니다. 이 시대가 독재까지는 아니어도 권위주의 시대였으면 저들이 과연 저렇게 사대문 안에서 활개를 칠 수 있을까? 아마 그 직에서 쫓겨났거나 물대포에 다 날아갔을 것입니다. 총장 당신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당신을 천거한 조국과 당신을 발탁하고 임명을 한 문 대통령의 등에 그렇게 비수를 꽂습니까? 조폭도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은 상식입니다. 당신은 상식도 없고, 그리고 은혜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정무감각과 인문학지식이 1도 없는 당신은 1+1=2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당신의 끝은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뿌린 게 있으니 곧 거둘 게 나타날 것입니다.
근본이 바뀌고 있는 대한민국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영 간의 싸움은 더 튼튼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야할 벽이다. 지금까지 70여 년 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비정상이 판을 치고 있었고, 비상식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친일파와 독재정권, 그리고 그들에게 붙어 기생해온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그 비정상의 세상이 드디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룰과 법칙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난 세월동안 사대문 안에서 단물만 빨아먹은 그들 기득권이 들고 일어나 문재인 정권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물론이고 사법부, 경찰, 언론 학계 등등. 그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제부터 자기들에게 돌아올 이익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좌파빨갱이를 앞세운 그들은 무지한 대중들을 상대로 선동을 하면서 난리굿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지금까지 사용했던 그 공식을 바꾸어야 한다. 21세기는 탈이고, 공유이고, 배려이다. 어쨌든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시동을 걸었고. 부르릉! 하고 위풍당당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비상식이 상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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