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원순 서울시장, 떠나가다

오주관 2020. 7. 12. 15:39

7월 9일 오후 5, 바닷가 바위 한쪽에 가방을 놓은 나는 깔판 위에 앉아 눈을 감았다. 호흡을 세 번 한 나는 가부좌를 한 채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인도 명상센터에 머물고 있는 이종사촌 처제가 집사람에게 명상을 소개했고, 집사람은 나에게 소개를 해 시작한 명상이다. 명상을 하면서 내 정신은 통일이 되었고, 사물이 명료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고 했다. 그래 플랜B를 작동시키자. 플랜A가 작동이 안 되면 플랜B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지금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그러니까 플랜A를 위한 플랜B에 몰두를 하고 있다. 기회는 온다. 그 때를 위해 체력을 튼튼하게 만들자.

 

 

명상이 끝난 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제의 그 바다였다. 차이점이 있다면 바다 색깔이 다르고 밀물 썰물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방 위에 놓았던 핸드폰을 쥐고 다음 창을 클릭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딸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즉각 수색에 나섰다. 공관인 가회동을 나온 박 시장은 와룡공원 부근에서 핸드폰의 전원이 끊겼다. 가회동과 와룡공원은 내가 즐겨 다니는 곳이다. 도서관을 나와 가회동 그 언덕길을 오르면 감사원이고, 감사원 언덕길을 올라가면 성대와 와룡공원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성대 아니면 와룡공원이다.

 

우리 두 사람은 허탈했다. 12시까지 경찰은 박 시장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서울시정과 코로나사태 때문에 정신적 고통이 심하구나. 그리고 시정을 그렇게 잘 이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선후보들 가운데 낮게 나오고 있는 인기가 그를 괴롭히고 있구나.

 

그 해 가을의 어느 날, 나는 백팩을 멘 채 조계사 건너편에서 안국역으로 가고 있었고, 박원순 NGO는 검은 백팩을 멘 채 조계사에서 종로 쪽으로 좀 머씨처럼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가방 안에는 노트북과 서류뭉치, 그리고 책이 들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그도 그럴 것이다.

 

대한민국 NGO의 아이콘인 그는 뛰어난 지도자이다. 그의 공은 크게 두 가지다. 시민단체를 만들어 민주주의를 지키면서 독재 권력을 감시했다. 그리고 있는 자들이 아닌 없는 자들의 편이 된 그는 혁신을 내세워 척박한 우리 사회를 살맛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미쳐 지냈었다.

 

 

그런 어느 해 시민단체에서 정치권에 진입을 한 박원순. 최장수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소유한 그의 꿈은 대한민국의 근본을 바꾸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8부 능선 그 고지에서 자신의 삶과 역사는 그렇게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우리 시대의 영웅들은 하나둘 바람처럼 우리 곁을 떠나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회찬 전 의원, 정두언 전 의원,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 참으로 쓸쓸했고 쓸쓸하다. 왜 참 일꾼인 우군들은 그렇게 갈까? 나는 박시장을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다.

 

박 시장님, 제가 보낸 메시지와 DMZ PROJECT를 보셨습니까?“

 

나는 생각한다. 한 때 당신들이 있어서 우리는 참 편안했다. 편안하게 다녔고, 편안하게 잠을 잤고, 편안하게 내일을 설계할 수 있었다. 늦게나마 다시 한 번 당신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 시대의 영웅인 당신들은 독재 권력으로부터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철통 같이 방어를 해주었고, 그리고 늘 앞장을 서 공격을 해주었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고소사건은 그냥 지켜볼 뿐이다. 지금 박시장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흑과 백은 드러난다. 그 때 말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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