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20일 넘게 지옥에서 보내다

오주관 2021. 1. 21. 18:04

 

허리전선 이상 유

 

1230일 오후 고근산 그 길을 걸어오다 비탈길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다리와 허리를 다쳐 20여 일 고생을 하고 있다. 허리를 움직일 수 없어 물리치료 대신 한의원에서 10일 넘게 치료를 받았다. 양 무릎에 쑥뜸을 떴고, 허리와 다리에 침을 맞으면서 치료를 계속 했지만 허리의 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10일째 아침 한의원 원장에게 허리와 오른쪽 엉덩이가 계속 아프다고 하자 그제야 병원에 가 엑스레이를 한 번 찍어보라고 했다.

 

그 다음 날 아침 서귀포의료원에 갔다. 내 설명이 끝나자 의사가 일어나 허리굽혀를 한 번 해보라고 했다. 되겠나 싶었는데 정신이 기압이 들었는지 허리를 숙이게 만들었다. 엑스레이를 한 번 찍어보자고 했다. 사진을 보여주면서 척추도 튼튼하고 골반도 튼튼하다고 했다. 타박상이라고 했다. 타박상인데 허리가 그렇게 아프냐? 근육이 놀라 정신이 얼어붙었다. 하루아침에 펴지지 않는다. 라고 하면서 7일치 진통제를 처방해주었다. 나으면 먹지 말라고 했다.

 

15일 진통제를 먹다 끊었다. 진통제 부작용인지 아니면 허리보호대 때문인지 등이 가려워 움직일 수가 없었다. 파스 하나만 붙여도 내 몸은 견디지를 못 한다. 어쨌든 등이 너무 가려워 할 수 없이 진통제를 끊었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

 

식도 중요하고, 운동도 중요하지만 우리 몸에 가장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스트레스다. 우리 몸을 쥐고 흔드는 것은 스트레스다. 나는 4년 전 그 스트레스에 한 번 패배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비건인 나도 스트레스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삶의 의욕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스트레스가 내 몸을 짓누르자 머릿속이 압이 높아지면서 혈압이 올라갔다. 사물이 흐릿하게 보였다. 노안인가 하다 혈압계를 꺼내 재어보았다. 190-120이었다. 이럴 때는 약이 없다. 한 달에 한 번씩 찾아가는 그 병원의 과장이 내게 하는 마지막 말은 하나, 릴렉스다.

 

마음을 비우십시오

 

이 망할 스트레스를 쫓아내자. 가부좌를 한 채 명상을 한다. 호흡을 들이쉬고 깊게 내쉰다. 동시에 내 머릿속에 진지를 구축한 점령군을 내쫓는다.

 

“스트레스야, 조용히 나가거라~”

 

몸이 넘어졌는데 정신도 따라 넘어져 버렸다. 주범은 테스형이 아니라 스트레스다. 아픔과 스트레스를 쫓는 길은 진통제뿐이다. 진통제에 의지한 채 하루에 한 번씩 걸었다. 몸을 안 움직여도 아프고, 움직여도 아프다. 아픔을 안고 걸었다. 그러다 자리에 누우면 그 때부터 지옥이다. 소변통을 머리 위에 놓은 채 잠과 싸운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 AI도, 로봇도, 전자상거래도, 게임도, 바이오도 건강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말년의 스티브 잡스도 건강 때문에 무너져 버렸다. 건강을 잃으면 삶도 꿈도 희망도 달아난다. 건강한 것 이상 축복은 없다. 내 다리로 걸어 다니고, 내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20여 일. 건강전선 이상유에서 무엇이 하나 빠져 나가고 있다. 그동안 내 허리를 통해 나를 짓이기던 그 고통이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빠져 나가고 있다. 20일 넘게 나를 좌지우지한 그 고통의 나날은 생지옥이었다. 다시는 넘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팔은 다쳐도 허리는 보호해야 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 몸에서 빠져 나가고 있는 고통의 등을 힘을 주어 민다. 그리고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축복에게 미소를 보내며 기쁜 마음으로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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