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목디스크

오주관 2021. 4. 2. 12:57

 

그 날 그 곳에서 콰당 넘어질 때 그 충격으로 척추뼈 두 개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허리디스크로 변했고, 그래서 두 달 넘게 치료를 받았다. 이제 어느 정도 걸을 수 있다. 그런 어느 날 이번에는 그 날 시멘트바닥에 엉덩이와 심하게 부딪친 왼쪽무릎이 시큰거리고 통증이 찾아와 일주일 정도 치료를 받았다. 나아 가나 했는데, 어느 날부터 오른쪽 어깨가 통증이 찾아오면서 움직이지를 못 했다. 40여 년 전 세수를 할 때 오른쪽 손이 올라가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 팔을 조카가 고쳐주었다. 삼선동에서 재활의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조카를 찾아갔더니 사진을 찍었고, 주사 한 방과 물리치료를 3일 정도 받았다. 계속 가지 않은 것은 다 나았기 때문이었다. 오른쪽 손이 이상 무였다.

 

하, 조카가 명의다.

 

그 오른쪽 팔에 다시 통증이 찾아왔다. 있는 돈 서귀포재활의원에 다 갖다바치네. 너무 아파 다시 갔다. 늦으면 뭉칫돈이 나가는 수가 있다. 상태를 이야기하니 사진부터 찍으라고 했다. 사진을 보면서 목뼈 5, 6번이 붙어 있다. 목디스크다. 신경이 눌려 어깨가 아프다.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아라. 침대에 옷을 벗고 앉아 원장이 놓는 주사를 맞았다. 머리에서부터 목과 어깨까지 8번 정도 맞았다. 오지게 아팠다. 생각해보니, 목디스크가 안 찾아온 게 이상하다면 이상했다.

 

여러 수십 년 동안 고개를 숙여 책을 보았다. 여러 수십 년 동안 고개를 숙인 채 컴퓨터와 노트북의 자판기를 두드렸다. 초등학교 때 나는 세계문학을 읽은 사람이다. 그런데 귀신이 울고가야 할 일이, 이해를 했다는 것이다. 중학교 때는 일본문학을 독파했다.

 

오늘까지 사일째다. 물리치료를 받고 나면 다시 의자에 앉아 목에 기구를 달아 당기는 치료를 받는다. 올라갔다 내려오고 다시 올라갔다 천천히 내려오고. 그러니까 붙은 5, 6번을 당겨서 원상태로 돌려놓는 작업이다. 

 

 

허리디스크에는 걷기가 최고다. 걸어야 디스크 부근에 근육이 생겨 척추를 에워싸면서 지지대 역할을 한다. 가끔씩 허리를 뒤로 눕혀 하늘보기도 허리디스크에 좋다. 그래서 요즘 6코스, 7코스를 다시 걷고 있다. 하루에 20Km. 보목항에서 아주머니들이 자리돔을 손질하고 있다. 날카로운 돌기가 있는 도구로 생으로 비듬을 벗기니 자리돔이 죽는다고 몸부리를 친다. 간셈보살~

 

 

6코스 국궁장 앞에서 만난 누렁이 가족들. 어미개가 나를 보자마자 얼마나 짓는지 귀가 아플 정도였다. 니는 머리가 돌이구나. 이놈아, 한 눈에 알아봐야지. 니는 공부를 눈알이 빠지도록 해도 안 되겠다. 뒤에 누른 새끼 애가 내가 있는 곳으로 살살 내려왔다. 엄마보다 지능이 높다. 나와 10분 정도 놀았다. 배를 살살 만져주니 입을 쫙쫙 벌리면서 좋아 환장을 한다. 내가 동물을 좀 알지! 이 집 앞에 운동기구가 있다. 윗몸일으키기 운동기구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면서 튀어나온 척추를 눌려준다.

 

 

여기는 7코스 강정삼거리.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 10Km 지점이다. 점심을 먹고는 의자에 몸을 눕혀 배낭을 베개 삼아 10여 분 잔다. 바람소리 파도소리 그리고 가고 오는 렌트카 자동차소리를 들으며 나는 잠깐이지만 깊은 잠에 빠진다. 

 

 

그 날은 썰물이라 바닷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톳이가? 성큼성큼 들어가 손으로 뜯기 시작했다. 가방 속에 있는 비닐봉지를 꺼내 넣었다. 제법 뜯었다. 저녁에 잘 씻어 삶아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어야지. 분명한 것은 먹을 수 있는 해조류다. 경상북도 영일군 오천면 해병 1사단 밑 용덕동에 살 때 우리는 해조류를 엄청 먹었다. 시래기도 원없이 먹었다. 보릿고개를 넘어가자면 풀이라도 먹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저녁에 물에 씻어 삶아 고추장과 참기름에 현미밥을 비벼 먹었다. 꿀맛이었다. 하하, 내 입이 솰아 있네! 집사람은 크게 좋아하지 않았다. 환경이다. 어릴 때의 환경이 일생을 따라다닌다. 우리 인간은 유전인자보다 환경인자에 더 지배를 받고 산다. 

 

어릴 때 먹은 해조류와 시래기가 지금도 좋아하는 음식 Best 5 안에 든다. 집사람에게 가끔 이야기한다. 갈비를 먹어본 역사가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그래서 갈비 맛을 나는 모른다. 옛날에 국민고기인 삼겹살도 다섯 점 정도 먹으면 끝이다. 집사람과 나는 제주도의 고기국수를 아직도 못 먹고 있다. 비계 때문에 엄두가 안 난다. 살코기는 조금 먹는다. 옛날(중학교)에 동네 잔칫집이나 초상집에 가면 나는 항상 돼지고기를 같이 간 친구 학이에게 준다. 그럼 학이는 나에게 감주를 준다. 학이가 그런다.

"임마, 이 비계가 얼마나 꼬시한데, 아새끼 이거 진짜 희안하네."

"감주가 더 맜있다 임마."

"씨발놈, 니 앞으로 사회생활 하려면 고생깨나 하겠다."

"와?"

"이런 비계도 못 처묵는 놈이 사회생활이 되겠나?"

"이 자식 이거 무식하네. 그러면 임마, 니 죄와 벌의 소냐를 아나?"

"또 나온다. 그래 내 졌다!"

"다자이 오사무는?"

"임마, 내 졌다 안 그래나."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AZ백신 2차 접종  (0) 2021.08.21
AZ백신주사 이상 무  (0) 2021.06.06
20일 넘게 지옥에서 보내다  (0) 2021.01.21
채식과 명상  (0) 2020.06.18
나는 비건이다  (0) 2019.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