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7, 400Km를 걷다

오주관 2022. 11. 8. 15:44

 

 

 

 

 

 

 

 

 

 

오늘 20Km를 걷다  

나에게 있어 걷기는 운동을 넘어 나의 다스림이다. 물론 1차적으로는 운동이다. 그렇다고 운동이 다는 아니다. 핵심은 나를 다스리는 것이다. 내 몸과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걷는다. 운동이면서 명상이요 그리고 다스리기다. 걷기만큼 좋은 것은 없다. 

집을 나와 걸으면서 나는 내 안의 나를 비우기도 하고 채우기도 한다. 걸으면서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본다. 뿐만 아니라 걸으면서 흐트러진 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바로 잡는다. 짧게는 하루에 14Km에서 길게는 20Km 이상 걷는다. 어떻게 보면 고행이다. 아침에 먹은 채식, 그리고 점심으로 먹은 고구마 누룽지 죽으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허기를 느끼곤 한다. 있다면 갈증을 다스리는 물뿐이다.

가끔씩 갈증을 다스리기 위해 편의점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쉴 때마다 만나는 자전거팀. 그들을 보면 늘 부럽다. 그들의 단단한 다리.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허벅지가 꿀벅지라는 것이다. 하루에 50~100Km씩 타니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들에 비하면 내 다리는 새다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전거를 타지 않고 걷는 것은 걸으면서 얻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 몸을 강타하는 강한 자외선. 그러다 보니 입고 걸친 모든 것이 탈색이 되어 색깔이 변해 있다. 신발도 변해 있고, 바지도 변해 있고, 티셔츠도 변해 있고, 모자도 변해 있고, 심지어 장갑색깔도 변해 있다. 얼굴은 안 변할까? 얼굴도 마찬가지다.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는 꼭 낀다. 3만 5천 원을 주고 인터넷에서 산 중국제 싸구려 선글라스. 모자를 벗을 때마다 모자창에 얹어놓은 선글라스가 떨어지면서 동시에 알이 빠져 달아난다. 이쪽저쪽 번갈아 떨어진 알을 본드로 덕지덕지 도배를 해놓았다.

걷는 것은 운동이면서 고행이다. 그런 고행을 나는 왜 하나? 걸으면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인다. 걸으면 질문과 답이 나온다. 걸으면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상상력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걸으면 고행을 끌어안는 엔도르핀이 샘솟는다.

'사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 계묘년 새해  (0) 2023.01.02
1년 중 5달이 고립되는 봉정암  (0) 2022.12.06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0) 2022.10.03
작가 김성동, 우리 곁을 떠나다  (0) 2022.09.29
7, 000km를 걷다  (0) 202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