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좌선이고, 다른 하나는 경행이라고 했다.
좌선은 앉아서 하는 참선을 말하고,
경행은 걸으면서 하는 참선을 말한다.
나는 걸으면서 참선을 한다.
지난 6월 12일 오전,
포항의 막내누이로부터 매제의 사고 소식을 들었다.
그 전날 밤 누이가 포항의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야야, 아침에 출근을 한 니 형부가 11시가 되어도 안 들어오고 있다."
"뭐라고? 그럼 형부한테 빨리 전화해봐라?"
"전화해도 안 받는다."
그 시간의 매제는 119에 실려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사인은 뇌진탕이었다.
내 매제는 적이 없는 사람이다.
늘 밝고 맑고 정이 많은 사람이다.
비록 지난 몇 년
만나지는 못해도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든든하고 기쁜 사람이었다.
어떻게 이 백세 시대에 70도 못 채우고 69에 그렇게 가나?
내 마음이 이렇게 쓸쓸한데 내 누이 마음은 어떨까?
늘 하나가 되어 다니곤 했다.
내 누이는 운전도 못 한다.
자기 신랑 차만 타고 다녀 운전할 기회가 없었다.
매제가 정말 죽었나?
예고된 죽음이 아닌 하루아침에 일어난 사고사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
"처남, 처남댁, 잘 지냈지요?"
하고 지금이라도 선물꾸러미를 들고 성큼성큼 다가올 것 같다.
그 날 밤 매제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나 또한 큰 아픔과 싸우고 있었다.
밤 10시, 나는 머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 왼쪽 머리가 말도 못하게 아팠다.
30분 정도 아팠을 것이다.
"내 머리가 왜 이렇게 아프노?"
"어떻게요?"
"머리를 못 움직이겠다. 그리고 한쪽 뇌가 아프다."
고개를 숙인 채 끙끙 앓으며 시간과 싸우고 있는데
순간 안개가 걷히 듯 아픔이 서서히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매제가 그 시간에 나에게 온 것이다.
도서관에 있어도,
걷고 있어도,
내 머릿속은 온통 매제와 누이뿐이다.
이제 하늘 아래
그 어디에도 매제는 없고, 볼 수가 없다.
그게 가장 슬프다.
시간이 지나면 이 쓸쓸함과 아픔이 사라질까.
"신서방,
신서방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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