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때 이곳을 지나가면 데크의자에 70대 아저씨가 캔맥주를 앞에 놓고 제사를 지내고 있다.
고민이 많은 철학자를 닮아 있다.
고독한 사내.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보는 풍경 중의 하나.
루비콘과 아우디를 타고 온 젊은이가 저들 속에 있다.
그리고 자주자주 신규교육을 받는 모습을 본다.
들어 오고 나가는 젊은이가 많은 모양이다.
제 1관문
여기서부터 고근산까지 마르고 닳도록 치고 올라가야 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제 2 관문.
제 3관문.
백구 한 마리가 있는데 옆을 지나가면 눈길을 한 번만 주곤 외면한다.
먹을 걸 줄 때는 꼬리가 끊어질 정도록 좋아라 하더니
주지 않으니 시큰둥하다.
내 목마름을 해결해주는 곳.
이 나무에만 귤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아마 주인되시는 분이 이곳을 지나가는 객이 목이 마르면
따 먹으라고 그대로 놓아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올라갈 때 두 개, 내려올 때 두개.
내 전용 밭이다.
어젯밤에도 두 개 따먹었고,
오늘 아침에도 두 개 따먹었다.
받지만 말고,
목 마른 사람들을 위해 물보시라도 좀 하면 좋을 텐데.
성경 하나만 파지 말고,
인문학을 샘 파듯 파면서 식견을 넓혀 나갔으면.
참새가 쉬었다 가는 방앗간.
가성비 짱이다.
언젠인가 7코스 바닷가에 위치한 카페에서 6천원짜리 커피를 마셨는데,
혀 끝에 느껴지는 그 맛이 수상했다.
어디서 마신 커피인가?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자주 마시는 1500원짜리 콤포즈의 핫아메리카노 그 맛이었다.
오르막의 끝.
여기서 5분 정도 쉰다.
이제부터 내리막길이다.
사통팔달 횡단보도.
봄은 없고 여름이 다가왔다.
등어리에 땀이 흥건하다.
며칠 전까지 기승을 부리던
으슬으슬 그 추위는 어디 갔나?
종점인 도서관.
내 아지트다.
오늘은 목요일.
내일은 올레길을 다시 씩씩하게 걸을 것이다.
어젯밤 콤포즈.
찬바람이 휑하니 분다.
병천순대국.
사람들로 제법 북적거린다.
세상의 모든 종교가 이제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불교, 기독교, 카톨릭, 무슬림 등등.
썩은 부분을 다 도려내고 새로운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
제주방송 서귀포지국.
고객이 부르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소프트뱅크의 손 회장이 2조를 투자하지 않았으면 쿠팡이 우뚝 설 수 있었을까?
어쨌든 쿠팡은 이제 정상의 자리에 올라섰다.
어젯밤에는 인이어를 낀 채 막걸리와 싸우는 60대의 사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딱 두 병이다.
추위와 싸우면서 사내는 무슨 그림을 그릴까?
술, 담배를 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 보면 측은지심이 발동이 되곤 한다.
홀수는 외롭다.
외로운 사내.
일주일 전,
종달리 1코스 소금밭 체험장에서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아가씨.
걸음이 보통 빠르지 않았다.
가다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내가 앞서 가면
잠시 후 언제 따라붙었는지 내 옆을 바람처럼 지나가곤 했다.
뒤에서 아가씨 몸매를 보니 황금비율이었다.
2대 4대 4.
무용을 전공하지 않았을까.
발레, 아니면 현대무용.
걸음걸이도 팔자가 아닌 일자걸음걸이었다.
오조리 GS25 앞에서
그녀는 직진을 했고,
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어갔다.
8, 300Km를 걷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내가 가는 곳은 도서관이다. 금요일은 도서관이 휴관이기 때문에 올레길을 걷는다.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은 집사람과 시간을 보낸다. 주로 바닷가를 찾거나 아니면 올레길을 걷곤 한다.
하루에 14Km씩 걸으니 한달을 계산하면 그 길이가 만만찮다. 20일만 잡아도 280Km이다. 두 달이면 560Km. 보통 그 이상 걷는다. 웃으면 복이 와요, 라는 말이 있다. 나는 걸으면 행복하다. 걸을 때 내 머리는 균형을 찾고 평행을 이룬다. 걸으면 몸은 더워도 내 머릿속은 피톤치드가 쏟아져 나오곤 한다.
보통 저녁을 먹는 시간은 정해진 것은 아니나 7시 30분 전후가 된다. 강황가루가 든 현미밥과 채소 그리고 시래기국과 콩자반을 곁들인 식사가 끝나면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우리가 주로 보는 프로그램은 벌거벗은 세계사, 벌거벗은 한국사, EBS의 세계테마기행, 유퀴즈 온 더 블럭 등을 자주 본다. 그 전에 소화를 시킬 겸해서 동네 산책길에 나선다. 집사람을 운동시키기 위한 걷기운동이다. 30분 정도 걷는다.
우리가 한바퀴 도는 그 길에 고깃집이 세 군데 있다. 오늘은 손님이 많나 적나, 확인하는 그 재미도 솔솔하다. 국민고기인 삼겹살에 소주 한잔. 보지 않아도 비디오다. 지글지글 삼겹살이 구워지면 소주 한잔을 카, 하고 마신다. 그리곤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어 씹는다. 소주 한잔이 몸을 잠깐이나마 떨게 만든다. 뒤이은 고기 한 점은 그 몸을 어루만진다. 저들에겐 삼겹살 한 점과 소주 한잔은 엔도르핀 그 이상일 것이다.
10시 정도 되면 집사람은 명상을 한다. 지금 인도에 가 있는 처제가 몇 년 전 소개한 명상을 계속 하고 있다. 나는 다리 하나가 시멘트라 양반다리가 안 된다. 그래서 포기. 그 대신 걸으면서 명상과 사색을 한다. 걸을 때의 정신일도도 훌륭한 명상이고 사색이다.
11시, 취침.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낮시간에 몸이 경직되어 있다면 밤시간은 이완을 한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우면 아침에 기상할 때까지 두 번 정도 일어난다. 2시에 한번, 6시에 한번. 물론 소변을 보기 위해 일어난다. 문제는 2시에 일어나 소변을 보고 나면 그때부터 잠을 쉽게 못 잔다는 것이다. 하루 14Km을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잠이 이어지지 않는다. 집사람은 약하게 코를 골면서 잠에 빠져 있다. 눈은 감고 있지만 잠은 달아나 있다. 특히 커피를 좀 마신 날은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낮 2시 이전까지 두 잔 정도는 괜찮다. 그 이상 마시면 그 날 밤은 뒤치락 엎치락을 해야 한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상감, 마님, 하고 불러본다. 대답이 없다. 깨어 있으면 왜 그러시오? 하고 답을 하곤 한다. 그렇게 싸우다 4시쯤 끊어진 다리가 다시 이어진다. 꿈 속에서 나는 씩씩하게 또 걷는다.
웽, 하고 믹서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당근사과주스를 갈고 있구나. 우리 아침이다. 그럼 이제 일어나야지. 하나둘 셋, 일어난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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