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화요일, 7코스를 걷다
11월 날씨치고는 여름에 가까웠다.
낮기온이 21도나 되었다.
일주일에 세 번은 도서관으로 가고,
그리고 네 번은 걷는다.
팔자가 좋아서 걷는 게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지키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면서 걷는다.
걸으면 누구나 다 철학자가 된다.
특히 혼자 걸으면 더 그렇다.
마음을 정리하고,
설계도를 꺼내 수정을 할 수 있다.
가방에 시원한 물을 한 통 넣었는데,
그 물을 놔두고 귤밭에서 주운 귤로 갈증을 다스렸다.
이제 귤 수확철이다.
귤밭에 열심히 허리만 숙이면 떨어져 있는 귤이 널널하다.
외돌개 가기 전에 무인판매대가 보였다.
4년 동안 사먹었다.
6개에 천원이다.
한 봉지를 사 까먹으며 가는데
내 앞에 물도 없이 걷고 있는
아가씨가 보였다.
아가씨에게 귤을 세 개 주었다.
물보다 낫습니다.
저는 드릴게 없어 어떻게 해요.
괜찮습니다.
갈증도 다스리고 비타민C도 얻을 수 있다.
과거나 먼 미래보다 지금이 중요하다.
그렇듯이 걷는 시간이 나에게 있어 제일 행복하다.
오롯이 나와 대화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그 길에 시내 우생당 서점에 들어갔다.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작가의 책이 있나 싶어.
있었다.
이번만큼은 인터넷으로 사지 않고
지역서점을 살리는 운동에 동참하자.
이제 책이 안 팔린다.
전부 유튜브에 꽂혀 있다.
지역 서점을 이용하자.
소설을 안 본 지 오래되었다.
황석영작가가 쓴 철도원삼대를 산 이후로 소설을
안 보고 있다.
볼 시간도 없고.
서점 안에 한강작가의 코너가 자리잡고 있었다.
반가웠다.
한강작가의 책이 다 있었다.
나는 세 권을 샀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그리고 4,3를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나는 제일 먼저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싶었다.
궁금했다.
4,3을 어떻게 그렸을까?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기 전까지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기 시작했다.
30분쯤 읽었는데,
내 심장이 뛰지 않았고,
혈압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너무 집중을 했나?
참선과 명상을 하듯 그렇게 읽었다.
또 하나, 4, 3사건을
풀어나가는 그 접근법과 전개가 나를 놀라게 했다.
경하와 인선
두 친구가 풀어나가는 4,3사건이 내 몸을 움츠려들게 했다.
친구의 기억이 4,3사건을 그려나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웨덴의 한림원이 정확하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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