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동숭골과 낙산재

오주관 2007. 6. 9. 19:49
   

지난해 12월 삭풍이 몰아치는 어느 날 와룡동 생활을 접고 동숭동으로 이사를 왔다. 문화의 거리, 연극의 거리, 젊음의 거리, 원두커피 맛이 일미인 학림과 그리고 음악과 미술과 퓨전 예술이 숨을 쉬고 있는 서울의 한복판으로. 우리가 둥지를 튼 낙산재 아래 쉼터골이라고 이름을 붙인 곳은 산사처럼 조용했다. 뿐만 아니라 약간은 성스럽기도 했다. 지금은 은퇴한 어느 늙은 성직자가 말년을 보내시고 게시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쉼터골은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의 출발지라고 해도 괜찮다. 그동안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처럼 살았다. 한 사람은 강남에서 또 한 사람은 강북에서. 해서 한강철교를 하루에 몇 번씩 넘나들었는지 모른다.

 

 

 

 

 하루는 강북에서 소주를 마셨고, 그 다음날은 강남에서 소주를 들이키며 삶을 낚시질하곤 했다. 그리고 밤이면 우리 두 사람은 성대로 가 운동을 하곤 했다. 운동이라야 운동장에서 맨손체조와 걷기. 운동장 열 바퀴를 도는 게 운동의 전부였다. 그 다음에는 화장실로 직행해 하루의 찌꺼기를 말끔히 비우곤 했다. 비데가 있는 곳에서.

 

 

  

   

그러다 그날 밤 우리 두 사람은 성대행 대신 낙산재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산 밑에 사는 사람들이 남산을 잘 오르지 않듯 낙산재 아래에 살면서 낙산재를 가보지 못하고 살고 있었다. 수 년 전 그곳에는 시민 아파트가 몇 동 있었다. 그때 그곳을 몇 번 찾은 나는 그 아파트 동네를 낙산 블루스 라고 이름을 지었었다. 지금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린 아파트촌. 그 자리에 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그날 밤 우리 두 사람은 낙산재를 찾았다.      

 

 

 

낙산재 정문

 

 

 

 

 낙산재 길

 

 

 

 

 성곽에서

 

 

 

 

 팔굽혀펴기. 육체나이는 아직도 삼십 후반이다. 

 

 

 

  

 낙산재와 한성대 경계

 

 

  

 

 낙산재

 

 

 

 

  

 

 

 

 대학로 뒷골목 

 

 

 

 

 어느 레스또랑 

 

 

 

 

 둥숭아트센터. 우리 두 사람 전용 화장실이 있는 곳. 영화를 한번도 보지 않았고, 그곳 커피숍

에서 차 한 잔 팔아주지 않았지만 화장실은 뻔질나게 이용했다. 아마 경비 아저씨도 우리 두 사

람을 알 것이다.

 

 

 

 

대학로 학림에서

  

 

 

 

 낙산재로 올라가는 길목

  

 

 

 

 성곽에서의 데이트. 뒤에서 몰래 짤깍 찍었다. 애틋하고 짜릿해서. 

 

 

뒷이야기-그날 낙산재를 오른 게 처음이었다. 성대행을 뒤로 하고 오른 낙산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사라져간 옛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였다. 이곳을 떠나면 언제 다시 와 보리요. 아마 그런 이야기를 하며 낙산재를 내려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번 가면 역사의 뒷편으로 밀려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닌가.20074,27낙산재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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