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다. 이문열 작가의 인터뷰 기사가 내 눈을 잡아끌었다. 사십 초반의 어느 날부터 내 시야에서 사라진 사람. 이문열은 누구인가. 한 때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간 작가였다. 그는 책을 낼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곤 했다. 그의 대표작인 ‘그 겨울의 끝’ ‘사람의 아들’ ‘삼국지’ 등등.
그는 소설을 써서 인세수입을 엄청 올린 작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소설로 큰 부를 이루었다. 그만큼 그의 소설을 독자들이 사랑한 것이다.
소설가 이문열은 한국의 보수 우익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너무 그 색깔이 강렬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진보세력들이 그의 책을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 쌓아 화형식을 가지며 전국적인 불매운동에 돌입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진보세력들로부터 몰매를 맞기 시작한 이문열. 그때부터 조금씩 대중들에게 잊혀 가기 시작했다. 보수 우익을 대변하는 그의 언동에 몸과 정신을 떤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한 기사 중 일부
―그런 맥락에서 하버드大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수십만부가 팔려나간 것은 한국사회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보는데.
"책은 못 봤고 기사는 읽었다. 그 책을 특히 좌파들이 좋아한다고. 아마도 우리 사회를 향해 '정의가 있는가?'라고 묻고 싶어서겠지. 그런데 지금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이다. 즉, 대한민국은 있는가 하고 묻고 싶다. 내 생각부터 말하자면 대한민국은 없거나 있다 해도 절명 직전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을 나서서 지키려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그 나라가 온전히 존속될 수 있겠는가? 플라톤의 '공화국'도 정의의 문제가 핵심이다. 정의와 국가는 함께 가는 사안인데 국가는 없이 정의만을 물어서 뭘 하겠는가?"
―만일 좌파들이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그런다고 반박한다면?
"좌파에게는 이념만 있다. 정의도 없고 대한민국은 더더욱 없다. 천안함사건에 대한 좌파나 젊은이들의 견해를 보라. 내가 지원하는 이 '부악문원'에 오는 작가 지망생이나 신진작가 10명 중 9명은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다. 그런 판에 무슨 정의요 대한민국인가? 대한민국 반대세력이 너무나도 많다.
―후배작가들이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 인터넷상의 틀로 보는가? 선배작가로서의 존경심은 갖고 있는가?
"존경심? 그런 것은 있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 때만 해도 10년 차이도 안 나는 선배였지만 이청준 최인훈 이호철 김승옥 등 전후(戰後) 작가들의 작품을 탐독하고 숭배하면서 문학의 세계를 배웠다. 그런데 요즘 후배작가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다수는 '보수 꼴통이다'며 슬슬 피해버리고 그나마 소수들도 그저 자기 학급의 우등생 대하는 정도다. 아마도 선배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탐독하고 숭배하며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문학 전통을 가진 작가는 신경숙씨가 마지막일 것이다."
새는 양 날개로 난다. 날개 하나만으로는 날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발전 동력도 이와 마찬가지다. 찬과 반이 동력이다. 하나가 나와 같지 않다고 인정을 하지 않으면 그 하나가 사라질까. 사라지지 않는다.
소설로 부를 이룬 그는 경기 이천에 부악문원을 열어 신진작가들과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 문학 창작을 돕고 있다. 자기 집에 들어와 숙식을 하는 사람들 열에 아홉이 천안함 사태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주인 입장에서는 속에 천불이 날 것이다. 공짜 밥에 공짜 잠을 제공해주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젓는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심경은 어떠할까.
그리고 소설을 쓰는 후배 작가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마치 보수우익 꼴통을 바라보듯 한다고 했다. 이래저래 안과 밖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천안함 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애초에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은 정부다. 정부가 신뢰와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 벌어져 있는 그 틈을 메우지 않는 한 70프로는 등을 계속 돌릴 것이다.
뒷이야기-작가 이문열 씨와 진보세력들이 바라보는 세계는 다르다. 그 간격은 뭘까? 믿음과 신뢰다. 정부는 이번 천안함 사태에서 믿음과 신뢰를 주지 못했다. 안개 속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명쾌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을 외면하는 한 천안함 사태는 계속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덧붙이자면 작가는 밤바다를 비추는 등대이면서 밤하늘을 비추는 달이어야 한다. 그리고 견고한 룰을 지키는 것보다 깨는 자리에 서야 한다. 그게 작가의 몫이다. 지지할 위인이 그렇게 없나. 둘 다 맛이 간 사람이다.2010910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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