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천안함 때문에 남북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어버렸다. 지난 10여 년 공을 들여 쌓아올린 남북관계가 하루아침에 허물어져버렸다. 정말 이렇게 해도 되나? 우리 한국의 정치 수준이 이렇게 밖에 안 되나? 지혜로운 자는 적을 친구로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친구를 적으로 만든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어느 나라가 대박을 터뜨리고 어느 나라가 쪽박을 찰 것인지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옛말에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게 속지 말고, 일본사람 일어난다, 조선 사람 조심해라.’ 라고 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포항을 찾았을 때, 후배들과 나눈 대화의 주제가 다음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몇 달 뒤 부산을 찾았을 때, 누이 모녀와 나눈 대화도 다음 대통령이었다. 포항 북부해수욕장의 방파제에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다음 대통령을 이야기했다.
‘형님, 서울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실물경제에 밝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빠, 이명박 씨는 어떤데?’
‘후보들 중 경제에 밝은 사람이라 안 되겠나.’
그때까지 나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지식이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전부는 그는 현대에서 신화적인 인물이었다. 현대그룹에서 초고속으로 승진한 사람이었다. 정주용 회장이 가장 신임을 한 인물이었다. 일에 미쳐 고향을 찾지 않은 인물이었다. 이게 전부였다.
조중동과 방송 어디에도 그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현대그룹에서 승승장구한 사실 외에는 일체 함구했다. 만약 이명박의 아킬레스건인 전과 사실이 적나라하게 밝혀졌으면 그는 과연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을까?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는 조중동과 보수단체들에 힘입은 바 크다.
눈이 두 개인 것은 오른쪽도 보고 왼쪽도 보라고 있는 것이다
인간 노무현은 평생 오른쪽과 왼쪽을 바라보면서 살아왔다. 비록 부산상고가 그의 학력의 끝이지만 그는 일생 독서를 통해 앎과 지혜의 지평을 넓혀 나갔다. 이명박 역시 야간상고 출신이지만 대학교를 졸업했고, 그리고 현대에 입사를 해 퇴사할 때까지 한 곳만 바라보고 전력질주를 한 사람이다.
나는 생각한다
여행의 백미는 비행기가 아니라 배낭을 메고 걷는 도보여행이다
나에게 조카가 여럿 있다. 그 조카들을 끔찍하게 좋아했다. 옛날, 새벽에 잠을 깬 조카가 무릎걸음으로 기어와 내 배 위에 올라와 뺨을 꼬집으며 잠을 깨우면 그냥 행복했다. 얼굴에 오줌을 쏴도 행복했다. 그리고 어린 조카들에게 맡아지는 살 냄새가 나를 잠시나마 행복하게 만들었다.
조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선물은 여행과 책이었다. 시간만 나면 나는 조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멀리 못 갈 때는 자전거에 태워 들판을 달리곤 했다. 가끔씩 기차를 타고 고향과 서울을 오르내렸고, 가깝게는 경주와 부산을 많이 갔었다.
내가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닌 것은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서였다. 감성의 지평을 넓혀주고 싶었다. 인간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5학년의 가을, 나는 고구마 밭에 쳐놓은 텐트에서 밤을 새운 적이 있었다. 쌀쌀했고 적막했다. 자기 위해 촛불을 껐을 때 다가온 공포는 가슴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잠이 들 때까지 나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몸을 떨어야 했다. 그 다음날 아침, 밤의 두려움을 사라지게 만든 그 따뜻한 아침햇살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독서의 중요성은 어디에 있나? 독서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의 지식을 얻는데 있다. 책 속에는 인생의 희노애락이 들어 있다. 그리고 상상이라는 세계가 있다. 내가 조카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가르친 진짜 목적은 1.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훗날, 큰 고통을 만났을 때, 큰 좌절을 만났을 때, 큰 절망을 만났을 때, 큰 실패를 만났을 때 그 난관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였다. 2. 균형감각을 길러주기 위해서였다. 사물의 이쪽과 저쪽. 3. 지식과 어울리면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를 심어주고 싶었다. 우리에게 지식만 있고 상상의 세계가 없으면 사막에 오아시스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식은 나를 여기서 저기로 옮기는 에너지이자 동력이다
지혜는 내가 왜 여기서 저기로 가야 하는지를 묻게 하고 답을 준다
상상의 세계는 꿈인 동시에 무에서 유를 건설하는 창조의 근원이다
인간 노무현은 꿈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 꿈을 이 세상에 심어보려고 노력한 지도자였다. 그는 세상의 중심에 인간을 두고 싶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고 추억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물론 그의 꿈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실패한 그의 실험정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실패가 우리에게는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 꿈은 실험 그 자체였다. 그런 것들이 보수들에게는 눈에 가시였다.
보수는 도전과 파괴를 싫어한다
진보는 도전과 파괴를 창조로 인식한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려고 몸부림을 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두꺼운 보수층과 조중동이 더더욱 부채질을 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충돌
필연이다. 하지만 여기서 진보와 보수의 충돌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이 지향하는 세계관과 사고의 차이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이명박 대통령을 위험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는 외눈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사람이다. 그는 성공한 사람이다. 그의 좌절과 절망은 어릴 때의 일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지금까지 그의 삶은 ktx를 타고 달려온 인생 그 자체였다.
그는 크게 출세를 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출세는 자신과 가문의 영광일 수는 있지만 우리 국민의 영광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혼신을 다한 사람이다. 한번도 궤도를 이탈해 본 적이 없다. 오로지 한길로 달려온 사람이다. 출세지향주의에 충실한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그의 지식은 너무 얕고 편협하다. 그는 물질적으로는 부자이지만 지적 재산은 크지 않다. 가난한 사람이다. 그에게는 상상력과 지혜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앞만 바라보는 외눈박이다.
당장 천안함 사태를 보아도 그렇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공을 들여 쌓아올린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한 그루의 나무를 키우기는 어려워도 베기는 쉽다. 너무 평범한 이 진리를 이명박 대통령은 외면하고 있다. 이 사실 앞에 많은 국민은 큰 혼란에 빠져 있다.
매파가 주장하는 강공이 한 방법일 수는 있다. 하지만 답은 아니다. 이념으로 갈라져 있는 남과 북은 결국 하나가 되어야 한다. 미운 인간에게 떡 하나 더 주라고 했다. 떡이 부족한 사람에게 매를 대거나 자꾸 염장을 지르면 어떻게 될까? 쥐도 달아날 구멍이 없으면 돌아선다. 그리고 문다. 그렇다면 우리의 바람직한 대북정책은 무엇일까?
무력일까?
흡수일까?
상생과 공존일까?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크고 작은 개인의 싸움과 세계 전쟁의 시발점은 감정에서 출발했다. 감정이 상하면 사랑하는 부부도 돌아선다. 감정이 뒤틀리면 수십 년의 우정도 무너진다. 사람을 뒤틀리게 만드는 감정을 무엇으로 막아야 하나? 이성과 지혜다.
전쟁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 군대의 존재목적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하루빨리 이명박 정부는 이성과 지혜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내 잘못을 솔직히 인정을 하고 다시 한 번 내가 아닌,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남과 북은 끝까지 상생과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 길만이 칠천만 우리 민족이 사는 길이다.
뒷이야기-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살얼음판이다. 공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이렇게 후퇴를 해도 되는 것일까? 어떻게 붙잡은 민주주의인가. 우리가 끝까지 붙잡아야 하는 민주주의는 무엇일까? 다양성이다. 다양한 색깔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흑과 백만 존재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와 다양한 색깔이 공존할 때 민주주의는 더욱 더 튼튼하게 발전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반대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용공분자와 좌파로 몰아가고 있다. 이 대명천지 21세기에. 2010525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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