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석가 탄신일

오주관 2012. 5. 28. 22:53

 

 

 

참 섭섭한 것이, 오늘은 조계사의 입장에서 보면 잔칫날이다. 집에 불자 손님들이 찾아오는 날이다. 그렇다면 손님 맞을 준비를 해놓고 기다려야 한다. 우선 먼 곳에서 온 손님들이 대문을 들어서면 목을 축을 수 있게 얼음을 띄운 시원한 감주를 재빠르게 한 그릇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배고픈 손님들을 위해 국수를 넉넉하게 끓여 손님 앞앞에 한 그릇씩 내놓아야 한다. 떡도 좀 내놓고. 술은 못 내놓는다 하더라도. 갈증을 채우고 배까지 넉넉하게 채운 손님들은 절대 빈 손으로 법당에 돌아가지 않는다. 기분이 좋아 만 원이 이 만원으로, 십만 원이 이십만 원으로 둔갑을 한다. 인심을 쓰면 그만큼 돌아온다. 그런데 입구부터 사람의 시선을 끄는 것은 돈 잡아먹는 불전함이었다. 무조건 내놓아라! 평소에 세 개 천 원이던 가래떡이 오늘은 하나에 천 원을 받고 있었다.

 

 

 

 

 

 

 

 

 

 

 

 

 

 

 

 

 

 

 

 

 

 

 

 

 

 

 

 

 

 

 

 

 

 

 

 

 

 

 

 

 

 

 

 

 

 

 

 

 

 

 

 

뒷이야기-오전 내내 쑥과 전쟁을 하다 점심 무렵 마무리를 했다. 쑥을 씻는 일이 너무 번거러웠다. 만드는 김에 쑥술도 한 단지, 쑥 효소도 한 단지 만들었다. 나머지는 쑥차. 물냉면을 한 그릇 먹고는 조계사로 갔다. 오늘은 붓다가 오신 날. 불교는 무엇일까? 나를 찾아 떠나는 긴 여행이다. 그 점이 불교의 매력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파 들어가면 나와 이 세계의 근원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불교는 심오하다. 내가 주체가 되는 종교. 나는 누구인가? 정말 모르겠으면 이장희 씨가 부른 '나는 누구인가?' 를 들어보라. 나무관세음보살. 2012528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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