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설악에서 별을 보다

오주관 2015. 5. 26. 17:42

 

 

속초에 가다

속초의 매력은 바다와 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의 속초행은 바다가 아닌, 산이었다.

서울에서 12시 넘어 출발한 버스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열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열차의 장점은 정체가 없다는 거다.

그냥 쭉 간다.

위안이라면 버스가 휴게소에 들어갔을 때, 커피와 삶은 옥수수를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옆지기가 쪄온 보리떡도 배를 채워주었다.

자고 또 자고 하다 눈을 떠보니 인제를 지나 황태의 고장인 용대리를 지나고 있었다.

용대리는 낯이 너무 익은 고장이다.

백담사 가는 길목이 아닌가.

수도 없이 갔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전두환이의 흔적을 찾기 위해 간 게 아니라 마음을 세탁하고, 깨끗한 기를 받기 위해 수시로 갔었다.

용대리 산에 설치되어 있는 풍력발전기가 마지못해 돌아가고 있었다.

저렇게 힘이 들면 병이 들고 암이 생길 텐데.

차라리 풍력보다는 태양광발전기가 더 나을 것 같다.

전 국토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원자력발전소는 없어도 된다.

화력발전소도 마찬가지다.

지구가 앓고 있는 중병을 치료할 수도 있고.

아울러 우리가 필요로 하는 충분한 전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놈의 원피아 때문에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내일이 아닌 오늘만 생각하는 원피아들이다.

마피아만 문제가 아니다.

학피아, 언피아, 원피아, 군피아, 모피아, 관피아 등등.

 

 

 

 

설악에서 별을 보다

술 대신, 라면을 끓여 배를 채우면서 바라본 밤하늘.

오, 서울에서 볼 수 없는 별이 보였다.

하나 둘 셋이 아닌 무더기의 별을.

고향의 여름밤, 마당의 돗자리에 누워 바라본 그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만약 우리가 술을 마셨으면 아마 저 별을 보지 못했을 거예요.

그렇지, 술이 감히 하늘을 못 보지?

술은, 땅을 보게 만들어요?

술이 들어가면 머리가 일단 무거워지잖아.

무거워지면 상학이 아니라, 하학이지.

응. 그리고 육두문자와 친하고.

그럼, 하늘은요?

하늘은 순수이고 그리고 근원을 생각하게 만들지.

어떤 근원을요?

출발점.

 

 

 

 

석가가 짊어진 그 짐

석가는 과연 고통이 없었을까요?

없긴, 우리보다 더 많았지.

고통 없는 깨달음이 어디 있노.

그 엄청난 고통이 그를 근원으로 인도했겠네요?

그렇지. 예수도 마찬가지다. 십자기에 못 박힌 그 고통도 대단했지만, 그를 부정하는 반대의 목소리도 참을 수 없었던 고통이었을 거다.

부정은 정말 고통 그 이상인 거 맞아요.

 

 

 

 

삶과 생존

당신, 생존과 삶의 그 차이점을 아나?

지금 여기 현주소와, 고향 같은 본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내일 가야 되는데, 오늘밤 하산해야 되겠다.

하하하.

우리가 정말 찾아야 할 주제는, 삶이다.

생존에서는 답이 없다.

죽이고, 내치고, 속이고, 짓밟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인류가 없고, 나와 우리편밖에 없다.

술이 없으니, 차원이 확실히 다르네요.

마약에서 무슨 이데아가 나오겠노?

설악에서, 별을 만났고, 그리고 삶을 만났네요.

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가 세세생생 붙잡아야 할 주제도 잡았고.

이제 내일 아침 하산해도 되겠다.

하산하면, 이제 무리 속으로 한번 들어가봅시다.

칼 한자루 차고!

네.

 

 

 

 

뒷이야기-1박 2일, 우리 두 사람은 설악에서 도망을 간 것들을 끌어모았고, 그리고 추수렸다. 모아보았다. 과연 소용됨이 있나, 없나? 얻은 결론은, 과정은 돈오점수여도, 그 끝은 돈오돈수여야 한다는 것. 그 힘은 그리고 직관이다. 술이 빠진 그 자리에 찾아온 자연과 순수, 그리고 근원의 힘은 아름다웠고, 막강했다. 아니, 황홀했다. 2015524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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