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사색-발이 가는 대로

오주관 2017. 4. 17. 15:42



15일 토요일,

나는 옆지기를 보내고 길을 나섰다.

오후 5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남은 시간을 어디에 가서 보내나.

어디로 가나, 아무리 머릿속을 떠올려도 갈 곳이 많지 않았다.

너무 많이 다녀서 그러나 정말 갈 곳이 없었다.

모르지, 백두산이나 금강산이면 모를까 국내는 이제 가보고 싶은 곳이 없다, 라고 생각하는데

갈 곳이 생겼다.

풍납토성.

가보니, 풍납토성은 교과서에나 존재하지 실지로는 아주 작은 토성이 전부였다.

후퇴다.

해서 다시 찾은

몽촌토성.




서울올림픽공원이라는 곳을 지난 8일 토요일 처음 찾았다.

이곳은 몽촌토성으로도 유명하다.

오늘은 그래 신라야 고구려야 백제야 중에 백제 땅의 한 성을 접수하자.

나는 신라인의 후손이고,

옆지기는 백제인의 후손이다.

한 때 백제의 수도는 위례성이었고,

위례성에는 두 개의 큰 성이 있었다.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풍납은 왕성이었고, 몽촌토성은 풍납토성을 지키는 요충지로 설명되고 있다.






몽촌토성은 이곳 강남 시민들이 산책을 하거나 쉴 수 있는 훌륭한 장소이다.

강북의 촌놈인 나는 사실 몽촌토성에 처음 와보았다.

강북을 역사, 전통, 문화, 철학, 사상, 그리고 인간의 본향이 묻어 있는 지역이라면

강남은 도시적이고, 진취적이고, 역동적이고, 그리고 천부들이

올망졸망 모여사는 지역이다. 

 그러니까

강북이 서울의 소프트웨어라면

강남은 하드웨어라고 볼 수 있다.




오나 가나 미세먼지

이곳 몽촌토성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이 멸망하지 않는 한, 미세먼지는 우리 대한민국의 운명이다.

같이 지고 갈 수밖에 없는 무거운 짐이다.

왕서방 당신들, 이제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연기 좀 잡아라

너희 중국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명대로 이제 못 살 것 같다.

세계의 공장이요 시장인 중화인민공화국인 중국은

어쩌면 대국이 아니라 소국이고

소인배들이다.

서해 남의 바다를 마음대로 침범하고, 미세먼지에 대해 분석하고,

그리고 대책 같은 것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중국은, 소국이다.





찰떡 인절미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찰떡 인절미.

이상하게 10일 전부터 머릿속이 비어버렸는지 손가락으로 두들기면

머리에서 퉁퉁 소리가 난다.

아, 또 골이 빈 것이다.

어머니는 옛날부터 그러셨다.

골이 비면 찰떡을 먹어 골을 메워야 된다고.

채식 10년 차인 나에게 세 번째 찾아오는 퉁퉁.

골을 메우자,

앞으로 당분간 찰떡으로 끼니를 떼우자.

풍납토성이 있는 그곳 재래시장에서 2500원을 주고 찰떡을 샀다.

먹기는 풍납이 아니고, 몽촌토성이다.


찰떡을 먹고 있는데, 나와 나이가 비숫해 보이고,

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무슨 이야기 끝에 나와 연결이 되었다.

떡, 좋아하세요?

좋아서 먹는 게 아니라, 골을 메우려고 먹습니다.

예, 골을 메운다고요?

네, 지금 골이 텅 비어서요.

이해가 잘 안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못 드립니다,

아저씨, 그럼, 단백질이 부족하네요,

라고 임마누엘 대형교회 신도인 부부 중 아주머니가 그러신다.

단백질은 현미와 콩자반으로 채웁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수육을 드세요. 태우고 구운 게 아니고 삶은 거라, 나쁜 기름이 빠져 먹어도 괜찮습니다.

라고 했다.

그 때까지 옆에서 할렐루야 김계화와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조용기목사를 성토하던 여자가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더는 이 부부와 교회이야기를 해보아야 건질게 없어

이제 간다, 라고 결심을 했는지 손을 한 번 들어보이면서 자리를 떠나는 순간 할렐루야! 라고 외친다.

놀래라!


옛날, 나를 따르던 고향의 한 후배가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에게 자기 학교 학보를 보내준 할렐루야 열성팬인 그가

어느 해 아주 추운 겨울 밤 나와 돌문을 지나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다

느닷없이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딱 소리가 나게 치면서

할렐루야!

라고 벼락을 치듯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내가 놀란 적이 있었다.

귀신이 씌였네!

그 망할 후배놈은 지금 서울의 유명대학교 정치학교수가 되어 있다.


형님, 지난 세월 한 때, 형님에게 참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제가 그랬지요?

형님, 제가 러시아로 떠나기 전에 한 번만, 한 번만 저가 다니는 온누리교회에 같이 가십시다,

하고 애원 아닌 애원을 했었지요?

하지만 형님은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형님이지만,

왜 제가 모르겠습니까,

태평양보다 더 넓은 형님의 그 정신 세계를.


임마누엘교회는 금란교회 목사인 김홍도 형제들 중에 한 분이 세운 교회입니다.

아 예.

교회가 어마무시하게 훌륭합니다.

크지요.

저도 교주님이 계십니다.

아, 그러세요?

어느 교회에 나가세요?

할레루야 남편분이 물었다.

목숨 걸고 편식하기 교주이신, 황성수박사님이 제 교주입니다.

아, 그 분 교회 장로이십니다.

그래요, 처음 듣는데요.

얼마나 독실한 장로이신데요.

아 예.




찰떡을 다 먹고 나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들과 헤어진 나는 산책길에 나섰다.

하지만 내 주제는 단백질도, 골 메우기도, 산책도 아니다.

내가 붙잡고 있는 주제는 따로 있다.

글로벌이고, 또 글로벌이다.

월드이고.

두 개의 스타트업과 몇 달째 씨름을 하고 있다.

거의 기획단계는 이미 끝났고,

투자자를 만나기 전 마지막을 위해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그 포장을 위해 벌써 일주일째 한 문장과 싸우고 있다.

체언 뒤에 붙어 숨을 쉬고 있는 ~의라는 관형격 조사를 가지고 지금 일주일째 싸우고 있다.

넣어야 하나, 빼야 하나, 를 놓고 사생결단을 하며 골을 썩히고 있다.

나이 탓일까,

아니면 진짜 골이 비어 그러나?

아니면 과한 스트레스?

뇌를 너무 혹독하게 사용해서!

생각해보면, 그동안 너무 독하게 쓰기는 썼다.

내가 받은 스트레스를 0,1%만 주사하면 1개사단병력이 아마 죽을 거다.

암.




저 젊은 청춘들을 보라!

참말로 좋다.

환장하게 좋다.

청춘이라는 것이!

다이아몬드를 주어도 No할 것이다, 저 빛나는 청춘들은.

청춘은 뭘까?

가능성이고, 미래이고, 보석이고, 이 우주다.

I can do it,

We can do it!

그래, 도전하고, 도전하고, 그리고 아낌없이 다 태워라!

그것이 청춘이다!










평생 나를 따라 다니고 있는 스트레스,

진짜 친구다.

나는 한 번도 나에게 찾아온 불청객인 스트레스를 물리치지 않았다.

친구처럼 끌어안고 지냈다.

요즘 내 친구인 스트레스에 또 하나의 불청객이 찾아왔다.

나는 청력의 반을 상실한 사람이다.

왼쪽이 유일하게 바깥세상의 소리를 듣는 내 소통의 신문고다.

그 보배가 요즘 기타통이 되어 있다.

쿵쾅, 쿵쾅.

모든 소리가 엄청나게 공명이 되어 울린다.

하, 이놈도 또 친구로 찾아왔나?

그래, 친구하자.

쿵쾅, 쿵쾅.

밤에 자리에 누우면 밖에 비오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비 오나?

아니요?

비가 쏟아지고 있는데?

아니에요.

스트레스와 공명.

덤으로 찾아온 어깨통증.

양어깨가 돌덩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 그리고 도전이다.

왜냐하면, 인생은 한번밖에 찾아오지 않는 기회이고,

한 번밖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다 태워야 한다.

다 태우고...가자.






전화가 왔다.

이제 갑니다, 그곳에서 기다리세요.

아니다, 내가 글로 갈게.

제가 갈게요.

아니다, 내가 갈게, 같이 가자.

네. 참, 공부 많이 했어요?

응.

백제에 대해 많이 주워담았다.

지난 중, 고등학교 시절, 역사선생들 중

어느 누구도 마한 진한 변한에 대해 심도 있게 설명을 한 선생이 없었다.

BC, AD에 대해서도.

축구등신들.


가면서 생각했다.

내 사색의 끝은 어디일까?

내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의 끝은 어디에서 멈출까?

그 날까지 내가 싸울 적은

빈 골이 아니고, 월드이고, 글로벌이다.

한국이 중심이고, 일본, 중국, 미국, 그리고 유럽이 두 손 들고 내가 만든 작품을 대대적으로 환영을 할 것이다.


만약 내 스타트업의 두 작품을 미국의 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보면 틀림없이 한 걸음으로 달려올 것이다.

형님, 형님의 작품, 참으로 좋습니다.

동상, 고마우이.

투자자는 걱정 마십시오!

제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댈러스농구단의 마크 큐번, 야후의 제리 양, 아니면 일본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씨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래 주면 좋지.

아닙니다, 형님의 스타트업, 너무 원더풀입니다.

동상이 그 방면에 지식이 있고, 좀 잘 알지.

알고 말고요, 형님.

동상, 거듭 고마우이.

형님, 아닙니다.

아니, 진심일세.

형님, 물건만 좋으면 투자자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건 맞는 말이야.

형님, 나중에 대박을 터뜨리면 저에게도 콩고물이 좀 있겠지요.

암, 있고말고. 지분 1%를 줄게.

아이고, 고맙습니다.

내가 고맙지.

형님, 저희 식구들, 평생 굶어죽을 일은 없겠습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유 아 웰컴.

하하하.




뒷이야기-어제 옆지기와 떡집에 가 현미찰떡 반말을 신청했다. 야야, 골이 비면 찰떡을 먹어 골을 메워야 한다. 옛날 어머니는 자주자주 찰떡을 잡수셨다. 나는 어머니를 믿고 찰떡으로 빈 내 골을 메우려 한다. 너무 고기를 안 먹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게 사실이면 내 교주인 황박사가 100% 책임을 져야 한다. 그 교주를 믿은 죄밖에 없다, 나는.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내 빈 골은 순전히 나만 앓고 있는 나만의 스트레스 때문에 찾아온 친구이다. 그래, 친구야, 한 번 놀아보자. 놀다 싫으면 그 때 돌아가라. 신념이 태산을 옮긴다고 했다. 채식을 해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다. 그래서 아이 러브 채식!2017417일해발120고지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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