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나는 오늘도 걷는다

오주관 2017. 4. 19. 14:13



오늘 아침 어머니에게 갔다.

지난 금요일 밤 형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토요일 아침 선우(외손자)한테 가니 삼촌 안 오셔도 됩니다.'

그래서 옆지기를 기다리면서 역사공부나 하자, 하고 몽촌토성에 가 백제공부에 열을 올렸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해물죽 한 그릇을 사 가지고 갔다.

주무시는 어머니를 깨워 따뜻한 죽을 드렸더니 한 그릇을 말끔하게 비웠다.

열흘만에 보는 어머니, 신수가 좋으시다.

참, 저 요즘 골이 흔들려 찰떡을 먹고 있습니다.

찰떡을 꺼내 보여드렸다.

잘했다.

다섯 봉지 먹었는데, 골이 차가는지 이제 크게 안 흔들립니다.

'골이 비고 흔들릴 때는 어예든지 찰떡을 먹어야 한다.'

예.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형수가 오늘 신부님이 오신다고 했다.

한 달에 한번 방문을 해 어머니를 위해 기도를 해주신다.

어머니, 신부님이 오셔서 기도를 해주시면

'신부님, 신부님 기도 때문에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고밉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세요.

오야, 알았다.

신부님이 오시기 전에 나는 집을 나왔다.

이번 주 토요일에 올게요.

오야.


어머니를 뵙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나는 생각했다.

94세인 어머니와 옆지기는 나의 무엇이냐?

옆지기는 삶이 우리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손을 잡고 같이 가는 길동무이며 동지다.

어머니는 내 육신과 정신이 기댈 수 있는 정신의 고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옆지기와 어머니는 길 위의 내가 흔들릴 때마다 나를 잡아주는 내 정신의 오아시스이고 쉼터이다.




옆지기가 떡집에 부탁을 해 현미찹쌀로 만든 찰떡이다. 

반 말로 찰떡을 만들었는데, 떡집에서 이렇게 비닐봉지에 넣어주었다.

총 24개.

이게 한 끼 밥이다.

다섯 봉지를 먹었는데,

하, 물이 차오르듯 빈 골에 찰떡이 들어가 점령을 하는지 흔들리는 게 멈추기 시작했다.

골이 비면 특징이 팅팅 소리가 난다.

수박을 고를 때 두드려보면 속이 꽉 찬 수박은 느낌이 무겁고 그리고 탁탁거리는데 속이 빈 수박은 팅팅 소리가 난다.

골도 마찬가지다.

열흘 전부터 내 머리를 두드리면 팅팅 소리가 났다.

왼쪽 귀도 사달이 나 공명이 되는 통에 신경이 살짝살짝 임계점 그 부근에서 널 뛰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마 돌아버릴까, 안 돌아버릴까, 하고 나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시험을 하고 있었다.

팅팅 팅팅, 쿵쾅 쿵쾅.




찰떡 한 봉지 먹고 버틸 수 있어요?

그냥 떡이 아니고, 찰떡이잖아.

안 적다, 든든하다.

맛있게 냠냠 한 입 베어물고는 염소가 풀을 되새김질을 하듯 아주 천천히 현미찰떡을 씹는다.

떡집아주머니가 찰떡에 소금 간을 했는지 간간하다.

소금을 넣지 말고 그냥 하지.

약으로 쓸 거예요,

라고 물었는데, 정확하게 답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다 먹고 머리를 두드렸다.

이제 여섯 봉지째인데, 머리가 팅팅이 아니고 탁탁거리기 시작했다.

보통 찰떡을 열흘 정도 먹으면 팅팅이 사라지곤 했다.

하,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남자에게 좋은데, 정말 좋은데, 밤만 되면 세워 총! 이 아니고 아래로 아래로 처지고 마는 야 이 웬수야!

내가 미치기 전에, 제발 좀 세워 봐라!

그 웬수에는 직빵인데, 하, 정말

션찮은 빳다에는 다시그만인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라고 자사의 기능성 식품 하나를 선전한 회장인지 사장처럼, 나도 이 현미찰떡의 기적을

설명을 할 방법이 없다.


팅팅이 사라졌고, 왼쪽 귀의 공명 또한 거짓말 같이 사라졌다.

하, 이래서 병은 자랑을 하라고 했다.

여러분, 만약 여러분 주위에 나처럼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골이 비거나, 아니면

귀에서 기타 통처럼 공명이 되어 머리가 마구 어지러워 감당이 안 되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를 해주십시오,

뭐니뭐니해도 찰떡이 그만이라고!

옆지기가 내가 보낸 문자를 보고

정말 신기하네요!

라고 문자를 보냈다.



뒷이야기-골이 비어 머리에서 팅팅 소리가 나거나, 귓속이 벌집처럼 왕왕거리면서 공명이 되면 무조건 찰떡을 먹어라. 과학적 근거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지 확인을 안 해봤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골이 비었을 때는 영양제 주사를 맞거나 보톡스를 맞거나, 이니면 야매 주사아주머니를 몰래 뒷문으로 불러 비타민 주사나 태반주사 같은 것을 맞지 말고, 하루에 한 번씩 찰떡을 사 열흘 정도만 먹으면 끝이다. 돈이 있는 것들이 정품을 안 쓰고, 부끄럽게 야매가 뭐냐? 그러니 그나마 몇몇 충신들을 물리치고, 간신들만 끌여들이는 바람에 정치가 야매처럼 그렇게 죽판개판이 된 것이다.2017419해발120고지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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