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

나를 즐겁게 만드는 복실이

오주관 2017. 8. 14. 15:54



처음에는 이름이 없었다.

복덩이로 할까, 복실이로 할까,

어쨌든 복실이는 2017년 8월 10일 한번도 와본 일이 없는 장모님집에 왔다.

온 날 날이 너무 더워 옆지기가 에어컨을 틀었는데, 복실이가 그 추운 칼바람을 맞고 그만 감기에 걸려버렸다.

밤이 다하도록 자지 않고 캑캑 기침을 하더란다.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폐렴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입원을 시키라는 걸 약을 일주일치 받아가지고 왔다.

그 약을 먹고 어느 정도 회복을 한 복실이.

그 다음 날부터 기고만장 설치기 시작하는데, 반장이라도 된 듯 천방지축,




복실이의 저 눈을 보는 순간 나는 그만 반해버렸다.

너무 잘 생겼고,

너무 귀엽게 생겼다.

그런데, 문제는 장모님이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극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복실이의 운명이 이제 풍전등화다.

그러거나말거나 나는 옆지기에게 복실이의 동영상을 찍어 보내라고 계속 주문을 한다.

복실이를 보는 즐거움이 어마어마하다.

아, 저래서 반려견이구나.

아, 저래서 개를 끌어안고 사는구나.

이해가 되었다.

밥도 많이 먹고 똥을 네 번이나 싸네요.

하하, 복실이가 아니라 빵순이고 똥순이구나.

그래도 귀엽네.


나와 개와의 인연


나는 이상하게 개들과 친화력이 아주 높다.

그 옛날, 경상북도 영일군 오천면 용덕동에 살 때였다.

내 나이 5살 때, 모르고 동네 미친 개를 발로 툭 건드렸다 그만 다리를 물렸었다.

지금도 종아리에 그 상처가 남아 있다.

그 미친개는 동네 사람들에 의해 결국 죽임을 당했다.

문제는, 살아남은 나다.

나는 미친개에 물린 것이다.

나도 광견병에 걸려 미쳐야 했다.

그 소식을 고향의 할아버지가 들으시고 강원도에서 구한 범고기를 가지고 오셨다.

범고기는 먹고, 털은 태워 종아리 상처에 발랐다.

아무리 미친 개도, 호랑이를 이기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나는 거짓말 같이 멀쩡하게 살아났다.


하하하, 나는 범고기를 먹은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그 때부터 아무리 사나운 개도 내가 다가가 워리, 워리, 하면

쪽을 못 쓴다.

바짝 올렸던 꼬리를 바닥에 깔고, 경계를 풀지 않은 사나운 눈을 풀면서 동시에

낮은포복 자세로 순한 양이 되어 나에게 다가온다.

그 놈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면 그냥 오줌을 질질 내지르면서 발랑 몸을 뒤집는다.

항복!

복실이도 나를 보면 금방 알아보지 싶다.


















뒷이야기-말귀를 잘 알아듣는다고 한다. 이미 자신의 운명을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복실이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옆지기에게 사생결단 매달리고 있는 모양이다. 날 버리기 없기, 애교작전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아, 저 일을 어떻게 하나? 고민을 해본다. 저 복실이를 어떻게 해야 다 사나, 그 방법론에 대해. 2017814해발120고지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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