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산 반디푸스. 한국 이름은 복실이. 생후 5개월. 밖에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이 강아지 무슨 종이에요? 하고 자주 묻곤 한다. 인터넷에서 본 기사가 생각이 나 옆지기에게 설명을 했다. 앞으로 누가 물으면 노르웨이산 반디푸스라고 하자.
반디푸스 이야기
자기 친구 오아무꺼시 하나가 어느 날 밤 회사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사거리 골목에서 어느 아저씨가 새끼강아자들을 팔고 있었다. 라면박스에 든 올망졸망한 강아지들이 너무 귀여워 물었다고 한다.
아저씨, 이 강아지들 똥개에요?
아가씨,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세요?
아니에요?
이 강아지들은 노르웨이에서 온 반디푸스라는 종입니다.
반디푸스라고요?
네.
그 귀여운 반디푸스들 중 한 마리를 3만 원에 사 집에 가지고 갔더니 시어머님이 화를 크게 내면서 야야, 나는 이 강아지 안 키운다. 내일 당장 버려라! 라고 한 할머니가 3일 만에 마음이 변해 반디푸스와 동고동락을 하며 친구로 살았다고 한다. 아들내외가 어디 해외로 출장을 가면 얘, 프랑스에서 올 때 우리 반디푸스 비옷도 좀 사가지고 와. 집에서도 밖에서도 할머니의 친구는 반디푸스뿐이었다. 그 반디푸스가 할머니와 17년을 같이 살고는 어느 해 저 세상으로 갔다고 한다.
그런 혈통을 가진 반드푸스 복실이는 노르웨이에서 코리아를 거쳐 성남모란시장까지 진출을 한다. 그곳에서 1만5천원을 주고 산 모양이다. 그런데, 장모님이 요지부동이다. 작은 아들이 복실이가 15년만 살아주면 우리 어머니는 100세가 된다. 아마 그런 계산을 하고 사온 모양이다. 그런데 그 계산이 지금 삐꺽거리고 있다.
나는 못 키운다!
그러다 나한테 왔다. 나는 저 복실이를 금이야 옥이야, 로 생각하고 돌보았다. 나는 한번 필이 꽂히면 미치는 사람이다. 목숨 걸고 덤비는 체질이라 좀처럼 인연을 맺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스트레스, 과로, 그리고 복실이가 결국 강철만큼 튼튼한 아톰즈인 나를 바람 풍을 앞세워 그 날 그렇게 무너뜨려버렸다.
추석 다음 날 복실이는 다시 우리에게 왔다. 나는 일원까지 지하철을 타고 복실이를 데리려 갔다. 그 날, 복실이를 도봉산역에 있는 창포원에 데리고 가 놀았다. 개는 집보다는 집 밖을 더 좋아한다. 다음날은 북서울숲에서 놀았고, 그 다음 날은 오패산에서 놀았다. 아마 천국에서 놀았을 것이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목욕을 시키고 나면 복실이는 그대로 잠에 떨어지곤 했다. 저녁 8시에 자기 시작해 아침 7시에 기상을 한다. 그것도 우리 이불 위에서. 3박 4일을 보내고 다시 장모님 집에 간 복실이의 운명이 지금 풍전등화이다. 나도 이제는 못 본다. 더 이상 복실이를 돌보면 그 때는 완전히 황천골로 갈 수가 있다. 옆지기도 이제 손을 떼겠다고 한다.
승가사에 가다
일요일, 일주일 휴가를 마무리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승가사에 가자.
3호선을 타고 경복궁역 3번출구를 나와 7212번을 타고 승가사 앞에 내렸다.
러시아대사관과 현대빌라를 지나 본격적으로 등산에 나섰다.
500고지에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섬이 있다.
승가사가 바로 그 섬이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도 나타나지 않았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승가사 일주문.
집을 나설 때 늘 준비물 없이 나와 우리 두 사람은 항상 뒤늦게 당황한다.
물도 없었고, 초콜릿 하나 없이 오다 보니 기진맥진이었다.
작은 규모가 아니었다.
경사가 심한 곳에 위치한 승가사는 그래서 계단이 많다.
우리는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비우려 사찰을 찾나?
나는, 그동안 5개월이라는 시간과 사투를 벌이며 만든
그 프로그램을 세계적 CEO이자 투자자인 그들에게 이제 보내려고 한다.
반드시 좋은 결실이 있으리라 확신을 한다.
아, 비경이다!
차가 없던 그 시절,
이곳 신도들은 어떻게 승가사를 오르내렸을까?
왜 전국의 이름 있는 사찰들은 전부 약속이라도 하듯
이렇게 숨이 턱까지 오르는 높은 산의 중턱에 있는 것일까?
교회는 전부 평지에 있다.
숨이 찰 리가 없다.
그런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사찰은 대부분 높은 산에,
그것도 깎아지른 절벽 그 끝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답이 있다.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무대에서 죽을 힘을 다해 싸우고 있는 그 고해를 끌어안고 오른다.
고해도 버거운데, 숨이 찰 정도로 사찰로 가는 그 길은 멀고 험하다.
나는 생각한다.
성철스님은 왜 자신을 만나려면 3천배를 해야 만나준다고 했을까?
거만이 아니고, 깊은 뜻이 있다.
3천배가 목적이 아니고,
3천배를 하다 보면,
나를 만나지 않아도 본인이 풀어야 할 그 숙제의
답이 구슬땀과 함께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와 답을 구하는 길은, 스님이나 사찰 안의 대웅전이 아니고,
바로 사찰까지 오는 그 험하고 가파란 산길에 있는 것이다.
나무관세음보살~
지난 5개월,
나는 최선을 다했다.
목숨을 걸고,
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한반도 통일 프로젝트도 그렇게 만들었다.
내가 만든 한반도 통일 프로젝트를
아무도 안 알아주는 게 지금 너무 고맙기까지하다.
쉽게 알면 안 된다.
알아주면 그들은 그 즉시 나와 동격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와 동격이 절대 될 수 없다.
저 마애여래좌상 앞에서 나는 손을 모아 기도를 한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로했다.
정말, 수고했다.
정말, 큰 일을 했다.
그대가 20억의 인구를 구하고, 살릴 것이다.
꿀맛을 보았다!
배가 너무 고팠다.
물도 마시지 않고, 그 흔한 초코바 하나 없이 500고지를 걸어 올라왔다.
이십대 때, 절생활을 한 경력이 있는 나는 옆지기를 데리고 식당으로 갔다.
밥, 무생채, 그리고 콩나물국.
누가 나에게 진짜 꿀이 어디에 있느냐?
라고 물으면 승가사에 가라,
그곳 식당에 가면 설탕꿀이 아닌 진짜 꿀을 맛볼 수 있다.
저 사진은 사실 도선사에서 먹은 밥 사진이다.
아차, 하고 생각이 났을 때는
무생채를 넣고 비빈 밥은 이미 내 배속에 들어가고 난 뒤였다.
500원짜리 커피는 또 얼마나 달던지
두 잔을 마셨다.
그날 일요일,
힐링이라는 폭포수가 우리 두 사람의 몸과 마음을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모든 일에
미치고,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또 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인연을 함부로 맺지 말고, 만들지 마라!
꿈이 이루어졌을 때, 그 때부터는 이 세상을 위해 나의 전부를 기부해라!
내 몸은 아직도 줄 위에 선 피에로다.
비우고 비우고, 하나만 손에 잡은 채 조심스럽게 2부 남은 그 고지를 향해 가고 있다.
한글날, 나혼자 도선사에 가다
어제 옆지기와 같이 나와 성심여대에서 헤어졌다.
나는 우이동으로 가는 기관사가 없는 두 칸짜리 무인지하철을 탔고,
옆지기는 복실이를 만나기 위해 일원으로 갔다.
오늘 아침 옆지기로부터 온 문자.
오늘부터 복실이를 놓아줍니다.
정을 앞세우면 멀리 못 간다.
좋아하지만, 복실이가 주가 될 수는 없다.
나중에, 복실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면 그 때 내가 찾아올게.
옆지기와 나에게 한 약속이다.
뒷이야기-장모님 집에 오자마자 복실이를 화장실에서 재우는 바람에 습기 때문인지 피부병이 생겨 옆지기가 동네 동물병원 세 군데에 다니면서 치료를 해 지금은 말끔하다. 옆지기 친구 언니가 관심을 가졌을 때도 피부병이 있어 안 된다고 했다. 이번 추석에 우리집에 왔을 때 맛있는 걸 많이 먹었다. 통닭 한 마리를 사 산에서 먹였고, 소세지와 간식거리인 말린 포도 먹었다. 자장면이라는 노래에 자식들은 자장면을 아주 맛있게 먹는데, 어머니는 원래 자장면을 좋아하지 않아 안 먹는다는 그 노래가 생각났다. 바로 그 짝이었다. 우리는 먹지 않고 복실이만 먹였다. 이놈이 우리 상전이네! 잠도 이불 위에서 만포장으로 누워 다리를 벌린 채 자는 바람에 옆지기는 다리를 펴지 않고 오그린 채 자기도 했다. 왜, 개가 아프면 동물병원에 당장 데리고 가 치료를 시키면서, 자기 부모가 아프면 본 체 만 체 어련히 또 그러신다 하고 내팽겨치나? 도대체 인간과 반려견은 무엇이 작용을 하기에 그렇게 다들 미치나? 답은 바로, 수평이 아닌 수직관계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only you뿐이다.20171010해발120고지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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