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연주대에 오르다
강북에 사는 사람은 강북에 많이 놀고, 강남에 사는 사람은 강남에 많이 논다. 시야를 널힌다는 것, 매우 중요하다. 도봉산 아니면 삼각산 그것도 아니면 수락산이 전부다. 오늘은 관악구에 있는 연주대를 오르자. 그래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자. 며칠 전에는 도봉산 자운봉을 올랐다. 한 달에 두 탕을 뛰는 꼴이다. 오르자, 그냥 오르자, 내 안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용암을 식히자. 그리고 다시 한 번 나를 담금질하자. 열정적 끈기를 실천하는 날이다. 끝내 승리하는 자들은 인생의 일희일비를 넘어 희노애락이라는 거한 산을 오른 사람이다.
화장실을 찾다
관악산 입구를 지나 이제 오르막을 막 접어들었을 때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살살 똥이 누렵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빼고 오는데, 그 때는 아무런 신호가 없었다. 화장지는 배낭에 있는데, 화장실이 안 보인다. 정 안 되면 산 속 깊이 들어가 나무에 부주를 하는 수밖에. 그런데 나타났다. 하하, 들어가 시원하게 변을 보았다. 쾌변이다. 내 이 황금변을 변비환자들에게 팔 수는 없나? 다 뺐으니 이제 연주대까지 오르는 일뿐이다. 갈증과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물은 있고, 아픈 다리는 참아야 한다. 참는 것도 열정적 끈기의 하나다. 그랜드슬램을 눈 앞에 둔 나에게 육체적 고통은 이길 수 있다.
연주암과 연주대
연주암은 그렇다치고 연주대를 쳐다보는 순간 입이 벌어졌다. 오 마이 갓! 저게 바로 백척간두 그 끝이다. 그리고 열정적 끈기를 가진 자들이 오르는 바로 그 정점이다. 잠깐이지만 아무도 없는 연주대 앞에서 나는 합장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 그래, 마지막 그 고지를 향해 내 에너지를 다 쏟자. 관악산을 오르면서 내 마음을 정리했고, 비웠고, 그리고 채우면서 천천히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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