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제주 올레길 7-1과 7코스를 걷다

오주관 2020. 3. 3. 10:24

제주살이


제주살이를 시작한지 이제 두 달이 넘는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좋은 점은 미세먼지가 크게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풍경이 나쁘지 않다. 어디에 가든 거리와 골목이 깨끗하다. 나는 시간만 나면 산으로 내뺀다. 귤밭뿐이다. 배우 배정남 씨 말 대로 귤밭이 천지배까리다. 목이 마르면 귤밭에 들어가 제일 큰 놈을 주워 껍질을 벗겨 먹으면 갈증도 다스리고 비타민 C도 해결이 된다. 또 하나, 목줄이 풀린 개들도 천지배까리다. 줄에 묶여 있는 불독을 빼고는 전부 순둥이들이다. 이미 나와 친한 아이도 몇 있다. 나쁜 점은 물가가 비싸다. 턱없이 비싸다. 그래서 터져 나온 말이 제주도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겁이 나는 게 아니라 바가지 바이러스가 더 무섭다 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분석을 해보니 올레길 때문이었다. 올레길이 처음 알려졌을 때 제주는 전국에서 온 인파들로 넘쳐났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깨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남대문시장에서 6천원에 먹을 수 있는 갈치조림이 제주에서는 물엿을 잔뜩 넣어 만든 갈치조림 1인분이 보통 2만 원이었다. 골은 나지만 한두 번은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먹었다. 그러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제주의 올레길을 카피하기 시작했다. 너거는 올레길이가? 우리는 둘레길이다! 자, 값도 싸고 맛도 좋고 방도 따뜻하고 인심까지 후한 우리 고장의 둘레길로 오십시오! 그러자 제주 올레길이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 많은 인파가 썰물이 되어 사라진 것이다. 한 치 앞을 못 본 그 죄다. 그나마 바가지만 없었으면 어느 정도 윈윈이 되었을 텐데...하나가 무너지면 덩달아 주변산업이 무너진다. 게스트하우스, 민박집, 펜션, 호텔 등등이 주저앉았다. 제주 상인들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었다. 한 번 지나간 바람은 두 번 다시 불지 않는다. 이제 사람들은 올레길도 둘레길도 아닌 동남아로 빠지고 있다. 그 돈이면 일행들이 배터지게 먹는데, 뭣하러 올레길을 갈 것이며 또 둘레길을 가나. 


위기 뒤에 찾아온 기회. 빠져 나간 올레길 인파를 대신한 건 비단장수 왕서방들이었다. 다시 한 번 제주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갈까? 이번에도 그 계산을 못 했다. 관광도 부동산도 다시 한 번 거품이 빠지고 있다. 내가 본 제주는 이제 개발을 하면 안 된다. 개발은 제주의 원형을 망치게 한다. 인심까지 망친다. 공항도 만들면 안 된다. 제주의 자연을 보존하는 쪽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것만이 제주가 살길이다. 이제 알아야 한다. 제주사람들을 갈라치기 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제주 사람들은 물어야 한다.


'누구를 위한 개발이냐?'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레길 순례  (0) 2020.03.11
3월 3일 올레 6코스 쇠소깍까지 걷다  (0) 2020.03.05
관악산 연주대에 오르다  (0) 2019.05.11
도봉산 자운봉에 오르다  (0) 2019.05.07
봄소풍  (0) 2019.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