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6코스 쇠소깍에 가다

오주관 2020. 6. 5. 09:17

 

어제는 오랜만에 6코스 쇠소깍을 갔다. 

항구에 그 배가 보였다.

범섬을 지나가면서 가끔씩 보는 상선.

어제 서귀포항에 그 배가 정박해 있었다.

Sea World Line

집 사람은 범섬 그 너머로 가는 상선의 배이름을 말하자

글씨가 보여요?

물었다.

응, 보인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나는 임꺾정의 콧구멍 속까지 볼 수 있다.

그런데 코 앞의 글씨는 당달봉사다.

 

어제 내가 6코스를 간 것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 달 전 6코스를 걸으며 나는 정지작업을 했다.

소나무나 삼나무, 그리고 키다리 열대나무를 칭칭 감고 있는 송악나무를 톱으로 제거를 했다.

그 결과가 궁금했다.

드디어 그 결과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만세!

 

 

만세!

그 싱싱하던 송악나무가 노랗게 추풍낙엽이 되어 있었다.

 

오호, 만세!

박수를 쳤다.

아이고, 다 죽었구나!

장렬하게 전사를 했다.

 

20여 그루의 나무가 가슴 가득 숨을 쉬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형님, 하영 고맙수!

 

 

돌아가면서 다시 한 번 현장을 확인했다.

한 달 만에 변해 있었다.

그래, 기생충은 죽어야 해.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전속사진사가 없으니 혼자 찍을 수밖에.

역사를 기록해야 함은 내 자신과 후대를 위해서다.

 

보목방파제 고양이.

낚시꾼들이 잡은 고기를 회로 쳐 먹고 버린 생선껍질과 뼈를 주워먹으며

방파제의 터줏대감이 된 길고양이.

 

 

다이버들을 싣고 오가는 배.

취미인지 직업인지 모를 다이버인 그들이 나는 1도 부럽지 않았다.

 

아저씨들은 고기를 잡으소.

나는 육신을 좀 눕혀야겠소.

 

여자로 태어나느니 소로 태어나는 게 낫다.

제주 해녀들의 삶을 읽고 범섬의 그 할머니를 단번에 이해했다.

개 ㅈ같은 놈이라고 여러 수십 번을 말한 그 할머니의 고난에 찬 그 삶이

해녀보다 소가 낫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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