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6코스 쇠소깍을 갔다.
항구에 그 배가 보였다.
범섬을 지나가면서 가끔씩 보는 상선.
어제 서귀포항에 그 배가 정박해 있었다.
Sea World Line
집 사람은 범섬 그 너머로 가는 상선의 배이름을 말하자
글씨가 보여요?
물었다.
응, 보인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나는 임꺾정의 콧구멍 속까지 볼 수 있다.
그런데 코 앞의 글씨는 당달봉사다.
어제 내가 6코스를 간 것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 달 전 6코스를 걸으며 나는 정지작업을 했다.
소나무나 삼나무, 그리고 키다리 열대나무를 칭칭 감고 있는 송악나무를 톱으로 제거를 했다.
그 결과가 궁금했다.
드디어 그 결과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만세!
만세!
그 싱싱하던 송악나무가 노랗게 추풍낙엽이 되어 있었다.
오호, 만세!
박수를 쳤다.
아이고, 다 죽었구나!
장렬하게 전사를 했다.
20여 그루의 나무가 가슴 가득 숨을 쉬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형님, 하영 고맙수!
돌아가면서 다시 한 번 현장을 확인했다.
한 달 만에 변해 있었다.
그래, 기생충은 죽어야 해.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전속사진사가 없으니 혼자 찍을 수밖에.
역사를 기록해야 함은 내 자신과 후대를 위해서다.
보목방파제 고양이.
낚시꾼들이 잡은 고기를 회로 쳐 먹고 버린 생선껍질과 뼈를 주워먹으며
방파제의 터줏대감이 된 길고양이.
다이버들을 싣고 오가는 배.
취미인지 직업인지 모를 다이버인 그들이 나는 1도 부럽지 않았다.
아저씨들은 고기를 잡으소.
나는 육신을 좀 눕혀야겠소.
여자로 태어나느니 소로 태어나는 게 낫다.
제주 해녀들의 삶을 읽고 범섬의 그 할머니를 단번에 이해했다.
개 ㅈ같은 놈이라고 여러 수십 번을 말한 그 할머니의 고난에 찬 그 삶이
해녀보다 소가 낫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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