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7코스에서 생명과 소멸을 생각하다

오주관 2020. 6. 5. 21:11

 

안개가 낀 문섬과 섶섬의 풍경이다.

그림이다 

 

 

5월부터 육지에서 온 젊은이들이 저 선녀탕에서 아침부터 수영을 하곤 한다.

그들에게는 추운 게 문제가 아니다.

 

저 소나무의 송악을 뗄 때도 땀을 흘리곤 했다.

결국 톱이 시간과 힘을 들어주었다.

열심히 말라죽어 가고 있다.

땡큐다.

 

7코스를 걸으면서 지금까지 지렁이와 달팽이를 14마리 구해주었다.

지렁이는 손으로 만지면 그 감촉이 대단하다.

달팽이는 혹시나 싶어 나뭇잎을 이용해 풀 속에 던져준다.

내 손가락에 묻어 있는 로숀이 달팽이에게는 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여고 버스정류장에서 우측으로 15도 각도에 있는

소나무와 삼나무에 기생하고 있던 송악나무가

장렬하게 전사했다.

이틀 동안 돌로 치다 힘이 빠지고 기운이 다해 포기했다.

그러다 9천 원짜리 톱을 사 360도 돌아가며 송악나무를 베어버렸다.

4타수 3안타.

 

3시간을 걸어 먹는 점심.

꿀맛이다.

통밀빵이 땡큐다.

커피도 땡큐고,

토마토도 땡큐다.

 

법환포구에 있는 해녀체험장.

저 체험장을 만드는데 도비 17억이 들었다고 한다.

눈으로 보니 12억이라는 돈이 허공에 날아가버렸다.

눈이 먼 돈은 먼저 먹는 놈이 임자다.

5억이면 여러모로 생큐다.

어쨌든 저 해녀체험장은 내가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는 장소다.

이상한 체험을 한 이상한 장소이기도 하다.

 

군함을 오늘 처음 보았다.

상선은 자주 보는데, 군함은 처음이었다.

저 동네에 문정현 신부님이 지금도 저 해군기지를 평화대학으로

만들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살아 있는 예수님이다.

 

오늘까지 7마리를 구해주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어느 분은 그럴 것이다.

오선생이 이제 쪼잔해지셨네.

지렁이와 달팽이, 그리고 송악나무에 목숨을 걸고 있다니

이해가 안 되네.

선생,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구축합니다.

저 일이 쪼잔해 보입니까?

저 7코스를 걸으면서 나는 신성과 우주지성과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신성과 우주지성이시여, 풍부한 부가

제 가슴 한가운데로 흐르게 해주십시오.

저는 뭐뭐사업으로 땡조를 벌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부자 랭킹 땡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 부의 99%를 전세계에 환원을 시킬 것입니다.

그래서 150개국에 대학교와 종합병원을 짓겠습니다.

가난한 전 세계 젊은이들이 마음놓고 공부를 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또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 하고,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 하는 그들을

무료로 수술을 시켜주고 치료를 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쪼잔합니까?

생명은 위아래가 없습니다. 

생명에 대한 지극한 제 사랑입니다. 

같이 살아야지요.

 

하나는 수컷이고 다른 하나는 암컷이다.

자세히 보면 다 보인다. 

두 마리가 계속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하면서 구애활동을 했다. 

 

저 넝쿨도 이야기가 많다.

한 달 전, 7코스에 정글터널이 있다.

그 안에서 저 넝쿨을 뿌리째 뽑았는데 버릴 때가 없었다.

그래서 질질 끌고 나와 여기 물이 흐르는 곳에 던져버렸다.

그런데 저렇게 죽지 않고 싱싱하게 살아 있다.

하지만,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다.

그래도 한 달 동안 저렇게 살아 있는 걸 볼 때마다 난감하다.

 

저녁의 범섬.

비상과 낙하를 거듭하던 갈매기도 이제 날개를 접을 시간이다.

네와 내가 쉬는 곳.

날개를 접고 이제 쉴 시간이다.

 

퀴즈.

몇 살로 보입니까?

뭣이라, 사십이라고요?

하하하, 그래도 그렇지,

조금만 더 얹으시오.

삼십이라고요?

하하하, 농담도.

하지만 기분이 좋아 보말칼국수 한 그릇 사드리고 싶습니다.

힌트.

에 또, 문씨 이씨와 갑장입니다.

한 사람은 상감마마이고 다른 한 사람은 노론 소론의 대장입니다.

 

저기 까마득한 곳에 헬스타운이 보인다.

중국 왕서방 하나가 영리병원을 세워 돈을 한 번 왕창 벌어볼까

하고 빈 손으로 덤볐다가 투자자가 안 나타나자 공사가 중단이 된

헬스타운.

저기서 조금만 더 가면 치유의 숲이다. 

지난 주 집사람과 치유의 숲에 가 몸과 정신을 세탁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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