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이상한 체험

오주관 2020. 6. 10. 10:31

 

어제는 바람도 세었고, 파도도 거세었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생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바람과 파도가.

 

역시나 선녀탕에는 젊은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저들에게는 수온은 괄호 밖이다.

있다면 추억을 남기는 일뿐이다.

 

나는 저런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설렌다.

열정과 진지함.

 

외국 통신사 사진기자일까?

멋이 있었다.

 

 

365일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우리 두 사람이 먹는 밥이다.

점심은 저렇게 먹고, 아침저녁은 현미에 채소 그리고 두부와 국 등등이다.

 

가슴이 뻥 뚫렸다.

마음 같아서는 저 바닷물 속에 다이빙을 해 뿌글뿌글 바닥까지 들어가

뿌우 하고 수면 위로 올라오고 싶은 마음이 꿀떡이지만 참는다.

잘못하면 골로갈 수가 있기 때문에.

 

낚시꾼이 용케도 알고 오지 않는다.

어풀을 깔아 집에서도 일기를 보고 있다.

 

여기가 해녀체험장이다.

어제는 물이 제법 들어와 있었다.

나는 그 날 내가 체험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그 날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방을 베게 삼아 낮잠을 자려고 누웠다.

길게 자야 10분 정도다.

핸드폰의 시계를 보니 1시 12분이었다.

눈을 감고 잤다.

비몽사몽 눈을 떠보니 시계는 1시 14분이었다.

뭐야, 1시 14분이라니?

해를 보니 넘어가고 있었다.

내가 2분을 잤나?

너무 이상해 가방을 메고 젊은 커플에게 다가갔다.

'지금 몇 시쯤 되었어요?'

여자 아이가 핸드폰을 보면서 말했다.

'4시 15분이에요.'

'네?'

내가 누워 잔 시간은 2분이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3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나는 3개월째 명상을 하고 있다.

3시간의 행방이 증발해버렸다.

지금도 그 날 일어난 사건은 오리무중이다.

 

자리를 잡는 사람은 재미가 솔솔하다.

넣었다 하면 올라온다.

범섬의 낚시꾼들을 태우고 들어오는 해조호.

이제 법환포구의 배들을 다 안다.

강일호, 오현호, 해조호. 트윈스, 동명호, 법환호, 보순호.

법환호는 해녀들 전용선이고, 보순호는 자리를 잡는 배이고,

나머지 배들은 낚시꾼과 다이버들의 전용선이다.

 

초코라고 하는 저 백구가 영리하다고 한다.

말을 한 마리 가지고 있는 그 분에 의하면 말을 밖에 데리고 나왔다 시간이 되면 데리고 

들어가는 리더인데, 머리가 좋다고 한다. 

말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사람을 보아도 말이 없다.

저 혼자 고독을 씹고 있다.

 

잘 생겼다.

비계가 없고 근육뿐이다.

 

저 때가 오후 6시.

올레시장에 가 두부 두 모를 사고, 그리고 통밀빵을 사가야 한다.

우리가 다니는 파리바케트가 리모델중이라, 동문로터리에 있는 다른 바케트로 가야 한다.

통밀은 없고, 옥수수빵뿐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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