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동네 뒷산을 산책하다

오주관 2021. 11. 13. 16:36

 

 

 

 

 

 

 

 

 

 

 

 

 

 

 

 

 

 

 

 

 

 

 

 

 

 

 

 

 

 

 

 

 

 

 

 

 

 

 

 

 

 

 

 

동네 뒷산을 산책하다

 

한달 전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지난 해 12월 눈길을 걷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은 그 후유증인가?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났는데 허리가 시끈했다. 며칠이 지나자 아픈 부위가 오른쪽이 아닌 왼쪽 허리였다. 재발했나? 그러다가 어젯밤 잠을 자면서 아픈 부위가 드러났다. 왼쪽 갈비뼈 바로 밑이었다.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요로가 나왔고, 신장이 나왔고, 췌장이 나왔고, 위암까지 나왔다.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패혈증까지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니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내일 아침 병원에 가봐야겠다."

"가보세요."

 

아침에 서귀의료원에 전화를 했다. 토요일이라 진료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연륜이 있는 내과를 찾아야 한다. 작년에 독감주사를 맞은 내과 의원으로 가자. 원장님에게 상세히 설명을 했다. 침대에 누우라고 했다. 왼쪽 옆구리를 쿡쿡 지르기 시작했다. 바로 거기입니다. 원장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일주일 정도 약을 먹으면 나을 겁니다. 헛걱정을 했구나. 소염진통제와 근이완제, 그리고 위점막보호제가 들어 있었다. 어쨌든 살았다. 돈도 벌었고. 

 

집에 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기로 했다. 오늘은 중학교 3학년 애들이 기말시험을 두고 보충수업이 있다. 그 시간에 뒷산에 산책이나 갔다 올게. 그러세요. 지난 주 같이 올라갔다 중간에 돌아왔다. 오늘은 그 민가가 있는 동네까지 가보자. 동네가 있고, 몇 가구가 산다고 그 날 언덕길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가 말했다. 

 

평소에 올레길을 걷는 그 이력으로 보면 동네 뒷산은 산책이다. 만산홍엽은 이곳 제주도도 해당이 된다. 사방팔방 노란 귤밭이 천지였다. 그리고 삼나무가 메인이고 나머지 나무들이 삼나무를 떠받치면서 제주의 산들을 덮고 있었다. 풍경이 그윽하다! 

 

강이나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우울증이 올 수 있지만, 산 속이나 숲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우울증이 찾아오지 않는다. 강이나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맥박도 빠르고 심장도 불규칙 바운드다. 그러나 산이나 숲 속에 사는 사람들은 심신이 편안하다. 호흡도 가쁘지 않고, 마음이 차분하다. 불규칙적인 파도와 강물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동네 뒷산의 풍경을 만끽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서울 어느 동네가 이런 풍경을 가지고 있나? 성북동과 평창동도 이렇게까지 예쁘지 않다. 내가 살고 있는 오패산 동네보다 풍경이 더 뛰어나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어느 동네를 가도 이런 풍경을 만난다.

 

살아야 될 날보다 떠날 날이 더 가까워오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힐링이다. 마음도, 심장도, 맥박도, 혈압도 편안하고 차분하다. 평화 그 자체다. 제주도는 나에게 여러모로 많은 것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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