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도서관과 걷기

오주관 2021. 12. 11. 10:10

 

 

 

 

 

 

 

 

 

 

 

 

 

 

 

 

 

 

 

 

 

 

 

 

 

 

하루는 도서관, 하루는 걷기

 

요즘 내 일상을 소개하면 하루는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하루는 올레길을 걷는다. 며칠 전에 올레길을 걷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지러웠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코로나를 떠올렸다. 1, 2차까지 맞았는데 혹시? 어지럽나? 내 동선이라야 정해져 있다. 도서관, 마트, 올레길. 코로나19가 너무 길게 간다. 옆구리가 아파 물리치료를 2주 정도 받았는데, 잘못 되었나? 그럴리... 만무. 마스크를 철통같이 끼고 받았는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며칠 잠을 못 잤다. 비몽사몽이었다. 하루는 못 자고 그 다음 날은 자고, 그런 식으로 두 번 진행된 끝에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잠을 못 자는데 이길 장사는 없다. 내 몸도 흔들리고 지구도 흔들린다. 병원에 갔다. 밤에 식은땀이 흐르고 잠을 못 잡니다. 압박과 스트레스다. 내 근황을 설명 드리고 수면제를 좀 주십시오 했다. 노여의사가 귀에 온도계를 꽂고 체온을 쟀다. 집에서도 정상, 병원에서도 정상이었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런 거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양제 한대 맞을까요? 지금까지 살면서 영양제를 맞아본 역사가 없다. 선생님, 잠부터 먼저 자는 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그럼 5일치를 드리겠습니다. 네, 변경사항이 있으면 다시 오겠습니다. 

 

약봉지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처방전을 써 준 노 여의사도 오씨, 약을 준 약사도 오씨, 아픈 사람도 오씨, 제주도는 의외로 오씨가 많은 것 같다. 결론은 기력이 딸려서이고, 의학적으로는 면역력 저하이고, 집사람은 먹은 게 부실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럼 16년 동안 저런 식으로 먹고 살아온 그 역사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닌가. 

 

답은 다른데 있었다. 바로 '당'이었다. 내가 어지러웠던 것은 당이 부족해서 온 일시적 현상이었다. 그 다음 날부터 도서관에 갈 때도 믹서커피 한 봉지를 타 보온병에 넣었다. 올레길을 걸을 때도 믹서커피를 타 보온병에 담아 갔다. 너무 안 먹는 소금도 문제이고, 너무 안 먹는 설탕도 문제이다. 내가 어지러웠던 것은 당 부족에서 온 일시적 현상이었다. 코로나19의 델타도 아니고, 영양부족에서 온 것도 아니었다. 당 부족과, 정치판에 모인 인간쓰레기들로부터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내 몸을 휘청이게 만들고 있다. 

 

집사람 말에 의하면 최면진정제를 먹고 잔 그 날 밤 잠꼬대를 열심히 하더라고 했다. 옹알옹알 뭐라고 하는데 우스웠다고 했다. 잘 잔 그 덕을 믿고 어제는 4코스 표선해수욕장에서 남원포구까지 걸었다. 네 시간 동안 걸으면서 내가 먹은 거라고는 작은 건빵 한 봉지와 삼다수, 그리고 믹서커피 한 봉지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저렇게 먹어도 아직까지 영양부족은 없다. 뇌혈관이 깨끗하고, 팔다리도 이상 무이고, 머릿속이 깨끗해서 노트북으로 워드작업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이제 3차 백신을 맞을 차례다. 

 

●토요일 3차백신을 예약하고 가기 전에 시간이 남아 집사람과 MBTI 검사를 했다. 문항이 많았다. 결과는 전 세계 0,2%에 속한다고 나왔다. 나는 항상 나를 0,1%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세상사람들과 소통이 안 되고 있다. 집사람은 호기심이 많은 예술가라고 했다. 여러모로 당신도 맞고 나도 맞다. 이제 갑시다. 며칠 전에 나에게 최면진정제를 처방한 노여의사 선생님으로부터 3차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 이제 해방이 되나? 돌아오는 길에 야외찻집에서 달달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물질과 정신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신만을 이야기하는 얼빵이가 있다면 그 얼빵이에게 3일을 굶어보라고 해라. 그래야 물질과 정신의 무게를 알 것이다. 정신이 50이요 물질이 50이다. 집은 물질이고, 명패는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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