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31일, 서울 치과병원에 가다

오주관 2023. 6. 1. 17:24

 

 

31일, 나는 다시 지옥을 구경했다

 

31일 새벽 5시에 일어난 나는 전날 밤 만들어놓은 당근사과주스를 한잔 마시고는 가방을 메고 집을 나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집사람이 차로 데려다 드릴까요? 아니 혼자 갈게. 중앙로터리에서 성판으로 해서 제주공항으로 가는 첫차가 6시 8분이다. 우산을 썼지만 비를 쫄딱 맞고 도착했다. 요즘은 이틀에 한번씩 비가 내리곤 한다. 

 

8시 40분에 떠나는 비행기를 타고 서울 김포에 도착하자 10시 10분이었다. 연착을 한 것이었다. 서울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 팀장과 두 번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도착시간을 수정했다. 처음에는 오후 두 시로 잡았다가 11시로 수정했다. 그런데 11시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다시 11시 30분으로 수정했다. 

 

9호선을 타고 신논현역에서 강남으로 가는 지하철로 환승을 해 강남역에 도착하니 11시 20여 분이었다. 알려준 대로 12번 출구를 해서 병원에 들어서자 대기실에 사람들이 많았다. 임플란트 풍년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엑스레이를 두 번 찍었다. 상담사와 상담을 했고, 그리고 대표 원장을 만났다. 대표 원장이 말했다.

 

"치아 7개를 발치하고, 잇몸염증치료를 하고, 뼈이식을 할 겁니다."

 

그야말로 원데이 치료였다. 이곳 서귀포에서 할까 하고 두 군데 치과병원에 갔는데 설명이 다 달랐다. 한 병원은 이쪽저쪽 어금니에 임플란트 두 개씩을 해 합이 네 개라고 했다. 비용은 5백에서 6백 사이. 다른 치과에 갔더니 오른쪽 아래위에 임플란트 6개를 하는 게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고 했다. 뼈이식까지 포함해 비용은 7백이었다. 

 

의료진과 시설이 좋은 서울의 치과병원은 금액이 제주보다 오히려 샀다. 한 치과에 상담을 했다. 전체가 4백이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사진을 찍어보아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했다. 날짜를 잡았다. 이제 더는 작전상 후퇴를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어제 31일 올라간 것이었다.

 

도합 5백이었다. 4백을 먼저 지불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백은 치료가 끝날 때 주면 된다고 했다. 집사람이 준 카드로 지불을 했다. 이제 남은 건 수술이다. 소파에 앉아 있는데 아가씨 하나가 1시부터 2시까지 점심시간이니 나가서 식사를 하고 오세요, 했다. 나갔다. 주변을 보니 내가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없었다. 중국집에 들어가 짜장면을 시켰다. 그나마 짜장면에는 양파가 들어 있다. 고기는 안 먹고 면과 양파만 건져 먹었다. 상담을 할 때 오늘 오후 비행기로 내려간다고 하면서, 4시에는 나가야 한다고 했다. 상담사가 태블릿PC로 의사와 챗봇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타진을 했다. 가능하다고 했다. 2시부터 수술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다시 빠진 지옥

 

그 옛날 잇몸이 부어 동네 치과병원에 갔더니 상급병원에 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험하다고 했다. 병원에 가는 게 즐거운 사람은 없다. 특히 치과병원은 더더욱 가기가 싫다. 위험하다고 하니 안 갈 수가 없었다. 상계 백병원에 갔다. 염증이 심하다고 하면서 일주일 정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 다음날 나는 지옥에 빠져버렸다. 잇몸에 마취주사를 놓고 시작한 치료. 큰 댓바늘 같은 주사기로 잇몸을 사정없이 쑤셨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주사바늘이 관통을 했다.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왔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두 주먹을 부셔져라 쥐는 것뿐이었다. 이래서 죄를 지으면 안 된다. 죄의 값은 사망이 아닌가. 사망 밑이 생지옥이다. 일주일 치료를 받을 생각을 하자 앞이 캄캄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몸이 얼어붙곤 한다. 

 

마취주사를 네 군데 놓았다. 따끔합니다 라고 했지만 그 정도는 견딜 수 있다. 그 다음이 문제다. 일곱 번의 발치가 지옥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그 다음은 바로 지옥이었다. 갈고리 같은 것으로 잇몸을 다닥다닥 긁기 시작하는데 너무 아팠다. 주먹을 잡은 두 손이 경기를 일으키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아니 내 몸이 경직이 되면서 떨었다. 다 긁었는지 이번에는 잇몸에 망치로 탕탕탕 때리면서 무엇을 심는 것 같았다. 잇몸이 그렇게 강하나? 그것도 모자라 나사로 못을 박는 것처럼 돌리곤 했다. 간호사 아가씨가 말했다. 아픕니다. 너무 아프면 아, 하세요. 너무 아파 아, 하면 수술이 중지 되나? 집행관인 의사는 냉정했고, 배려가 없었다. 때리고 박고 그리고 나사를 돌리곤 했다. 어느 할머니는 방송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70 평생이더라고 했다. 그걸 실감하면서도 나에게 어제의 한 시간은 가도가도 끝이 없는 막막한 사막이었다. 1시간 후 양쪽 어금니에 솜뭉치를 넣고 나서야 비로소 수술이 끝났다. 나는 거울을 보았다. 얼굴이 찐빵처럼 탱탱하게 부어 있었다. 그렇게 망치질을 했는데 얼굴이 안 부을 수가 있나? 다시 엑스레이를 찍었다. 잠시 후 다가온 의사가 말했다.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염증도 제거를 했고, 뼈이식도 잘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주의해야 할 것은, 상처가 아물 때까지 당분간 기침을 해서도 안 되고, 코를 풀어서도 안 되고, 빨대를 사용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는 다시 다른 수술실로 들어갔다. 상담사 아가씨가 말했다. 

"다음 예약날짜는 11월 16일 오후 2시입니다."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 4Km 걷기 운동의 기적  (0) 2023.09.05
건강  (0) 2023.07.05
집사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다  (0) 2023.01.20
당근사과주스로 아침을 시작하다  (0) 2022.11.30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다  (0) 2022.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