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하귀초등학교에서 애월까지 걷다

오주관 2025. 5. 15. 10:39

 

 

 

 

 

 

 

 

 

서일주, 동일주 도로를 다 걷다

 

이곳 제주에서 그동안 내가 좋아하는 올레길을 걷다, 이왕 시작했으니 가보지 않은 서일주도로와 동일주도로를 걸어보자. 그렇게 해서 걷기 시작했다. 14일 동일주도로의 마지막인 함덕해수욕장에서 김녕해수욕장까지 걸었다. 그리고 13일, 서일주도로의 마지막인 하귀초등학교에서 애월까지 걸어 서일주도로도 걸었다. 

 

제주는 걸어 다녀야 제주의 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차를 가지고 다니면 3개월이면 제주 구석구석을 다 보게 된다. 그 다음은 갈 곳이 없다. 집사람과 같이 이곳 제주도에 온 부부가 있다. 남편은 모기업의 CFO인 재무책임자로 일하다 퇴직을 한 사람이었다. 내려올 때는 제주에서 남은 인생 보내겠다고 온 사람이다. 

 

가장 먼저 실책을 한 것은 서울의 집을 팔았다는 것이다. 서울 집을 판 돈으로 이곳 서귀포 중산간의 아파트를 비싼 값으로 샀다. 그리고 귤밭을 해보겠다고 귤밭도 얻었다. 그런데 일년 귤농사를 짓고는 안 짓겠다고 포기를 했다. 돈은 자기가 대고 수입은 후배들이 거의 차지한 모양이다. 

 

어느날, 빵을 좋아한다는 그 부부를 빵가게 앞에서 만났다. 그런데 남편이 몰고온 차가 벤츠였다. 술을 좋아하는지 얼굴이 검게 타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저녁마다 술집에서 고기를 안주로 술을 마신다고 했다. 서울에서 손님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대접을 받는 사람은 한번일지 몰라도 그 한번이 한번이 아니다. 계속 연락이 오고 온다. 저녁마다 파티를 하면 간이 좀 피곤하겠나? 얼굴이 타 있었다. 간이 살짝 나빠지려고 하는 징조가 보였다. 제주도에 관광차 내려오는 분들은 육지에서 제주도에 내려와 살고 있는 그들에게 신세지려고 하지 마라. 당신 같은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냥 술을 한잔 사줄 용의가 충분히 있다. 그럼 연락을 하라. 내가 그랬다.

 

"저 부부, 오래 못 있는다. 제주는 걸어야 한다."

 

남은 인생 제주에서 살겠다고 내려온 그 부부는 지난해 서울에 올라갔다. 이곳 서귀포에 정착하려고 산 아파트는 팔리지 않아 값싸게 전세를 놓고 올라갔다. 저 친구가 재무책임자로 일한 게 맞나? 공급과 수요를 예측 못한다. 머리가 약간 흔들렸다. 서울의 집을 전세를 놓고, 이곳 서귀포 아파트도 전세로 얻었으면 만사가 오케이었을 텐데. 경제는 간단하다. 공급과 수요가 시장을 결정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그러니까 시장이다. 

 

제주도에 오는 관광객이 빠지고 있다. 그 이유는 제주 물가가 너무 비싸다. 그래서 일본,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지로 가고 있다. 그렇다면 대책이 있어야 한다. 물가를 잡아야 한다.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은 저렴해야 한다. 그런데 그 반대다. 그 물가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원인 중에 하나는 제주도지사가 좀 띨띨하다. 서귀포 시장 나으리도 띨띨하다. 책상 행정은 항상 실패한다. 시장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제주도민과 머리를 맛대고 대책을 강구하고 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당근, 무, 양파, 양배추가 육지보다 더 비싸면 안 된다. 시장에서 부르는 게 값이다. 제주도를 위해 충언을 하자면 육지사람들을 제주도 도지사와 서귀포 시장에 나설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안 되면 모셔야 한다.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너무 많다. 그 강점을 살리면서 관광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주도로 만들어야 한다. 제주도 출신이라고 도지사와 시장, 그리고 국회의원을 주고 하는 그 인센티브 제도를 이제는 없애야 한다. 제주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육지 사람이다. 그럼 가마를 태워서라도 모셔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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