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생활을 마감하면서 좀 늙었네. 예전의 내가 아니다. 고민이 많은 지 얼굴이 어둡다. 솔밭집이라는 상호를 걸어놓고 장사를 한 지 세 달 만에 간판을 내렸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라는 노래 가 있듯이,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그 골목에서 내 별명은 깡패였다. 도대체 내가 두려워 그 골목의 껄렁이들이 들어오지.. 단상 2008.02.18
거부와 천부 아침에 가게에 오면 제일 먼저 청소를 한다. 빗자루로 바닥의 먼지를 쓸고, 그리고 대 걸레를 물에 씻어 바닥을 닦는다. 케이비에스 제 일 에프엠에서 귀에 익은 음악이 흘러나오면 대 걸레는 음악의 물결을 따라 바닥의 구석구석을 닦는다. 청소 끝. 부엌에서는 옥수수와 결명자를 넣고 끓인 물이 구.. 21세기 화두 2008.01.31
양평기행 훌훌 털고 집을 나가 지하철을 타고 내린 곳은 덕소. 그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양평으로 내뺐다. 겨울 양평. 강으로 가기에는 길을 몰랐고, 그리고 추웠다. 시장으로 가자. 인간의 냄새가 나는 시장에 가서 언 몸을 녹이고 속을 달래자. 낯선 곳에 가면 나는 시장부터 찾는다. 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있.. 여행 2008.01.28
하느님, 시원하시지요 하느님, 제가 잘못된 사람이면 용서해주십시오. 저는 범신론자입니다. 그리고 또 있습니다. 저는 교회 밖에도 구원은 있다, 라고 생각합니다. 옛날이야기 아마 이십 후반 때의 일이지 싶다. 그때의 나는 갈팡질팡 그 자체였다. 답을 구할 수가 없었다. 해서 나는 배낭 하나 울러 메고 길을 떠났다. 포항.. 단상 2008.01.20
20년만의 외출 오랜만에 겨울이 온 것 같다. 강원도 대관령에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져 있고, 이곳 서울도 어제 오늘 깡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체감온도 마이너스 14도란다. 어제 오늘 우리 두 사람은 오랜만에 서대문으로 외출을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다시 옆지기의 학교를 찾았다. 정문을 들어서면서 옆지기.. 풍경 2008.01.17
집으로 가는 길 양심은 어디에 붙어 있을까? 소설가 김성옥은 양심은 눈꺼풀에 붙어 있다고 했다. 전남 순천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데 그 당시에는 입석이라 자리에 앉지 못한 채 서서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 가운데 나이가 많은 노인 분들이 서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자리에 앉은 젊은이들.. 풍경 2008.01.14
밤길 그 시간이면 고단한 하루를 접고 길을 나선다. 배낭을 멜 때도 있고 안 맬 때도 있다. 문을 잠근다. 배달을 나간 분식집의 오토바이가 들어온다. 그러자 다른 오토바이가 불을 밝힌 채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둠 속의 두 얼굴이 굳어 있다. 골목을 나와 도로를 건넌다. 그리고는 지름길인 시장으로 들어.. 풍경 2008.01.10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지금 시간이 새벽 5시 42분. 어젯밤 내가 잠에 떨어진 시간이 아마 10시쯤이었을 것이다. 고향에 내려가셨다 올라오신 어머님을 뵙고 나와 당신과 나는 역에서 헤어졌다. 당신은 일원동으로 나는 우리의 보금자리로. 집에 오니 피곤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눈꺼풀과 씨름을 하다 불을 껐다. 어떻게 할 방.. 사색 2007.12.31
카페열차 오늘 지하철을 타고 겨울 산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어느 식당에서 키우고 있는 백구 세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경계를 하다 금방 무장해제를 하고는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날 좀 안아주십시오, 하며 꼬리를 쳤다. 그래, 그래, 하며 우리 두 사람은 백구들을 쓰다듬었다. 개도 사.. 풍경 2007.12.26
조카 성일이, 서울에 오다 미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내 조카 성일이가 어제 서울에 왔다. 대구에 있는 Y대학교 기계공학과에 다니다 해병대에 지원을 해 올 봄 제대를 했다. 어려서 내가 3분의 1을 키운 조카다. 이놈 이름도 내가 지어주었다. 수많은 별 중에 하나의 별이 되어라 라는 뜻으로. 별 성, 한 일. 영화배우 이름이.. 풍경 2007.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