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악역을 맡는 그들은 누구인가?

오주관 2008. 12. 2. 00:48

   

  

두 사람의 배우가 있다. 한 사람은 늘 빛나는 역을 맡는다. 다른 한 사람은 늘 악역만 맡는다. 사람들은  빛나는 역을 맡은 배우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람들은 악역을 맡은 배우에게는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아는가?

악역이 얼마나 어렵고 고독하고 외로운지를.

 

옆지기 학원에 중학교 3학년인 꼴통이 하나 있다. 책을 비닐봉지에 담아오곤 하던 놈이다. 그런 아이를 위해 동대문 운동장에 가 배낭을 하나 사 옆지기를 통해 주었다. 고마움을 표현 못하는 아이다. 그 아이를 옆지기는 성심성의껏 가르쳤다. 다른 영어학원에서 퇴출을 당한 아이다. 학교에서 영어시험을 보면 늘 40점이하였다. 5개월 후, 꼴통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80점대로 키다리를 한 것이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가르친 그 결과였다. 학원은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어느 학원도 그런 꼴통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강남에 있는 학원강사는 어떻게 보면 누워 떡 먹기다. 정말 실력 있는 강사라면 계속 뒷걸음을 치는 아이들을 정상 쪽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A급들을 A+로 만드는 게 아니라 F를 C 정도 끌어올려야 한다.

 

80점이 되자 이제 학원비가 없다고 한다. 지난 추석 때도 학원비를 제 때 내지 못했다. 보름 전, 학원비가 없어서 아이를 보내지 않겠습니다, 라고 아버지가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 말을 전해들은 옆지기가 12월  말까지는 그냥 보내세요. 다음 달이면 이제 문법을 끝냅니다. 꼴통은 그 갈등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 말대로 아이를 보내라고 했다. 자존심을 구기면서 말한 그 아버지를 떠올렸다. 학원비 15만 원이 없는 아이의 아버지가 뜬눈으로 보낼 그 고뇌의 밤을 떠올렸다.

   

 

  

어젯밤에는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와야 될 잠은 도노강 위를 날고 있는 갈매기 신세였다. 인천 앞바다에 있어야 할 갈매기가 왜 이 도노강에서 떠돌까? 먹이는 어디서 구할까? 그 생각을 하다 J 이야기를 했다. 올 수시에 J는 y와 k 두 대학교에 되었다. 논술을 칠 때 k대를 포기하고 y대를 선택했다.

 

문제는 J가 경제학 교수가 되겠다고 한다. 머리는 충분하다. 학부는 독일에서, 학위는 미국에서 밟겠다는 당찬 계획까지 마친 상태다. 꿈은 높이 사고 싶다. 희망 또한 좋다. 하지만 경제학은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학문이다. 또 다른 미네르바가 되기 위해 쏟아야 할 땀과 고통을 아스팔트 위에서 자란 J가 감당이 될까. J가 만나야 할 수많은 벽들. 반드시 그 장벽을 뛰어 넘어야 한다. 내일 만나면 전해라. 정말 경제학 교수가 되는 게 꿈이라면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마인드를 폭파시켜라. 무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면 그때부터 깡통을 하나 차고 온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지식을 구걸해야 된다. 동냥아치가 되어야 한다.

 

왜, 경제학 교수가 되겠다고 할까?

그러게요.

앞으로 10년 간 책과 결혼할 자신이 있으면 가능하지만, 그게 아니면 불가능하다.

본인이 결정했다고 하네요.

도서관에서 살아야 될 팔자라야 한다. J가 그런 끈기와 인내심이 있나. 물론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아버지의 피를 생각하면 충분하다. 그리고 당신까지 가세를 하면 필요충분조건은 충분하다. 하지만 학문은 나 한 사람의 영달이 아닌 전체의 안녕을 위해 내 존재를 던져야 한다. 특히 경제학은 우리 전체의 삶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파고 파야 한다. J에게 그만한 지구력이 있을까?

그게 걱정이에요.

내가 볼 때 글 솜씨는 충분한데 독서가 엄청 부족하다. 부족한 그 부분을 메우려면 일 년에 200권 정도는 읽어 제켜야 하는데 그게 또 가능할까?

그러게요.

이 씨가 저렇게 갈팡질팡하는 원인은 공부를 하지 않았다. 전혀 책을 보지 않았다. 그냥 교과서만 달달 읽고 대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저렇게 기본에서 헤매고 있다.

제가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잠시 후, 나는 숙성이 들 된 포도주를 한 잔 담아 와 마셨다. 저녁에 마트에서 사 온 맥주는 냉장고에 넣어놓았다. 배가 불러서. 술 때문에 불어난 뱃살을 빼기 위해 밤마다 나는 도노강 둔치를 좀 머씨처럼 빠르게 내빼곤 한다. 그러니 제발 나를 그냥 내버려두란 말이야! 라는 말은 내뱉지 않은 채. 포도주 한잔을 마신 나는 다시 누웠다.

 

OJOSAN PROJECT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떨린다.

그렇지요.

그 프로젝트를 이 도노강을 내려다보면서 탄생시켰다.

그러게요.

그 사실을 세상 사람들은 알까?

모를 거예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정말 아무도 모를 거예요.

블로그를 보면 그렇다. 그곳에는 허풍쟁이들이 말도 못하게 많다. 전부 잘난 사람들 뿐이다. 어느 누구도 우리나라의 평화적 통일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있다면 허풍쟁이들의 허풍만 공중에서 날 좀 보시오! 하고 나부끼고 있다. 여자는 남자에게 남자는 여자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암내를 피우고 정액을 뿌리며 허풍을 떨고 있다.

하하하, 맞아요.

정말이지 눈을 씻고 보아도 나 같은 위인이 없다.

아마도... 

두고 봐라. 이 프로젝트가 가동이 되면 우리나라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그럴 거예요.

4년 후 이 프로젝트가 실행되면 땅을 치고 통곡을 할 위인들이 엄청 많을 것이다.

하하하.

실력이라며? 실력이 없으면 굴복해야지!

그건 그래요.

 

닦은 만큼 세상을 본다.

OJOSAN PROJECT는 내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위대한 창조물이다.

 

자나?

아니요.

내가 왜 악역을 도맡아 하는지 아나?

당신이 그랬잖아요. 이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고 싶다고.

나를 던져 이 사회가 바로 선다면 나는 산산조각이 날 용의가 있다.

당신 같은 사람은 극소수예요.

있다. 있는데 전부 변방에서 몸을 낮추고 있다.

그럴 거예요.

몸으로 각개전투를 한 자들은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고, 세상을 설렁설렁 땀을 흘리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요령으로 살아온 자들은 전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맞아요.

나는 그런 가짜들을 솎아내고 싶다.

그러니 삶이 지난할 수밖에요.

하지만 그 누군가는 반드시 해아 한다. 이 악역을.

 

 

  

지금 한국은 위기에 처해 있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가 모순과 갈등 속에 빠져 싸우고 있다. 국민은 두 패로 나누어지고 있다. 보수와 진보로. 보수 쪽은 오늘의 한국을 위기로 진단하지 않고 있다. 조금 어렵지만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진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위기다. 뿐만 아니라 백척간두 그 끝에 와 있다. 어느 쪽이 맞을까?

 

문제는 인식의 차이가 아니라 본질에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발한 지 이제 일 년이 채 안 된다. 그 말은 충분히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문제의 본질을 잘 읽고 이해를 한다면 서론 본론 결론을 맺을 수 있다. 그런데 의심스러운 것은, 이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읽기는 읽는데 본질을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런 식으로 국정을 끌고 나간다면 그 끝은 절망이다.

 

1.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2. 경제 때문에 이 정부가 태어났다.

3. 그런 경제를 대통령과 경제수장이 읽지를 못하고 있다.

4. 2프로도 안 되는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을 거두어 들여야 한다.

5.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6. 추위에 몸을 떨고 있는 서민들을 살려야 한다.

7.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역사를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퇴보를 한다.

8. 제주도 도민은 다시 한 번 죄인의 신분으로 추락을 한다.

9. 이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에 사교육이 춤을 추고 있다.

10. 대북정책이 뒷걸음을 치고 있다.

11. 이북은 우리의 형제다.

12. 남한과 북한이 상생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돌려야 한다.

13. 내 자존심을 지키고 싶으면 타인의 자존심을 지켜줄 줄 알아야 한다.

11. 대결구도로 가면 그 끝은 싸움뿐이다.

15 평화적 통일을 원한다면 남과 북이 함께 바퀴를 돌려야 한다.

16. 얼빵한 뉴라이트 인사들을 빨리 끌어 내리고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있는 역사교육을 다시 그 자리로 돌려야 한다. 

 

 

뒷이야기- 위정자들은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충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내 존재를 던져야 한다. 대통령은 어디서 탄생했나. 국민들이 뽑아준 머슴이다. 몽둥이를 휘두르라고 그 자리를 준 것이 아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국민들은 분명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다. 그렇다면 달을 쳐다보아야 한다. 그런데 달을 안 쳐다보고 자꾸 손가락만 바라보며 아직도 분을 삭이고 있다.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는 권불십년이 아니라 권불오년이다. 오년 후를 그릴 줄 아는 위정자가 되어야 한다. 오년 후 몽둥이찜질을 당하지 않으려면 하나도 국민이요 둘도 국민이요 셋도 국민이다. 2008122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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