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날 밤, 인터넷에 들어가 예약을 했다. 솜씨 좋은 사람들이 얼마나 빠른지 좌석이 실시간으로 금방 동이 나기 시작했다. 어쨌든 다음날 아침 9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의 좌석을 배당받은 우리는 그제야 두 발을 뻗고 잠자리에 들었다. 백담사는 어떤 곳일까?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만해 한용운 선생이 떠올랐고 전두환이 유배된 곳 정도만 알뿐이었다.
백담사 정류장에 내려 500여 미터 걸어온 곳. 마을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는 버스.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손님만 채워지면 금방 떠났다. 오라이!
백담사 입구. 가는 여름이 목을 놓아 통곡을 하고 있었다.
백담사를 찾은 탐방객들.
만해 한용운 스님. 이 세상에 더러운 것이 있다. 똥이 그렇다. 그러나 똥보다 더 더러운 것이 송장이다. 똥 옆에서 밥을 먹을 수는 있어도 송장 옆에서는 밥을 먹을 수 없다. 너무 냄새가 역해서. 그런데 송장보다 더 더러운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뇨? 바로 절마다 있는 주지놈들이다. 33인의 한 분. 눈빛이 한용운이다.
템플 스테이. 우리 종교를 배우기 위해 온 외국인들.
밖은 여름인데 강물은 여름이 아니었다. 오들오들 몸을 떨게 만들었다.
내가 준비해간 도시락. 콩에다 삶은 고구마. 버스 안에서 일식을 하고 이곳 강에서 다시 간식으로 도시락을 먹었다. 스님도 저렇게 두 끼를 먹으라고 하면 견딜 수 있을까? 도망가지 싶다. 나는 행복하다. 맛이 깊고 그윽하다.
아이고 시원하다! 이제 배도 채웠으니 자자! 마음의 짐을 내려놓자 육신이 금방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만해 선생의 그 깊은 마음이 떠올랐다.
인생은 희노애락이다. 저 고의 파도를 보라.
맑고 투명한 물은 차갑기만 하여라.
뛰어가지 마라
먼저 간다
저승
인생은 시시한 것
무게 잡지 말게나
그대!
올 때도 만원
갈 때도 만원.
한 생각이 떠올랐다.
용대리 주민들 어화둥둥
돈 벌어.
겨울에는 황태로
여름에는 민박과 음식장사와 버스로.
내가 그린 백담사가 아니었다.
다시 오리라.
내 마음이 흩어지는 날.
뒷이야기- 어제 토요일 저녁, 백담사를 나온 우리는 용두리 강가에서 소주를 마셨다. 맛이 있었느냐고? 꿀맛이었다. 소주가 술술 소문도 없이 들어가는 바람에 다시 편의점에 쳐들어가 소주를 사왔다. 한마디로 원더풀이었다. 백담사가 나를 안네! 백담사가 나를 취하게 만드네! 백담사가 나를 울게 만드네! 백담사가 내 정신을 얼어붙게 만드네! 2009816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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