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점심시간에 집을 나온 나는 곧바로 마을버스를 타고 창동역에 갔다.
오늘 내가 가야할 목적지는 백운대.
창동역에서 기다리던 1161번 버스가 왔다.
올라탔다.
이제 몇 분 후면 우이동 도선사 앞에 갈 것이다.
그런데 이 망할 버스가 우이동으로 가는 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
노원역을 지나 중계를 지나 하계를 지나 인덕대학교를 지나 어느 산 속 안에 딱 멈추어 섰다.
이곳이 종점이란다.
언제 이 노선이 바뀌었냐고 물으니 4년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4년 동안 우이동을 찾지 않았다는 말인가?
시간은 흘러 오후 2시 30분.
도선사 앞도 변했다.
파전에 막걸리와 김밥을 팔던 집들이 사라졌다.
대신 저렇게 커피집만 새로 생겼다.
하, 시간이 흐르기는 흘렀구나!
물도 없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앞에 친구 하나가 가고 있었다.
이십대의 젊은이었다.
따라만 가면 백운대까지 갈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젊은이 걸음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저 정도도 따라잡지 못하다니!
땀은 비오듯 흘러내렸고, 숨은 날숨달숨이었다.
올라가다 걸음을 멈추었다.
하산해야했다.
밤에 어머니를 봐야 한다.
올라가면 4시 30분.
그곳 정상에서 30분.
내려오면 6시는 넘을 것 같다.
안 된다, 내려가자.
다음을 도모하자.
올라가고 있는 젊은이를 한번 바라보고는 걸음을 돌렸다.
여행은 다리가 떨릴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떨릴 때 하라고 했다면,
산은 몸이 말을 들을 떄 오르는 것이지 마음이 가자 해서 오르는 것은 아니다.
정녕 늙는다는 말이냐!
수락산 날다람쥐가!
뀡대신 닭이라고, 그렇다면 도선사에 가서 물이라도 한잔 마시자.
도선사 도로도 그렇고 도선사로 들어가는 길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길 한편에 나무데크에 자동차 타이어가 깔려 있었다.
무릎보호에 좋겠다.
무슨 소망을 안고 왔을까?
빌어야 할 주제들이 너무 많다.
나, 네, 우리 부모, 우리 형제, 우리 가족, 우리 이웃,
우리나라, 삼팔이북, 그리고 대륙과 바다를 넘어 우리 인류가 세세생생 건강하고 편안하기를
두 손 모아 빌고 빌 것이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나무간셈보살~
불교의 장점은 신이 없다는 것이다.
닦으면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수 있다!
사람 몸 떨리게 한다.
부처는 오직 한 사람!
이 아니라 무리 모두가 다 부처인 것이다.
아니 부처의 그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느님
예수
목사
그리고 죄인들
의 그 라인이 아니라
부처와 우리 모두는 다 한 급이다.
차이가 있다면, 닦느냐 안 닦느냐에 따라 그 급이 달리질 뿐이다.
닦아 성불을 하면 부처가 되고,
닦지 않아 부처가 되지 못하면 중생의 타이틀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부처는 좌파다.
물론 예수도 좌파다.
나를 인정하지 않고 우리 모두를 좋아하신다.
먹어도 우리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는 걸 좋아하신다.
이웃이 굶고 있는데, 내 배만 채우면 그건 나쁜 도둑놈이고
나누어 먹으면 그건 착하고 좋은 인간이다.
오늘 김무성이가 또 헛소리를 했다.
이 땅의 노조가 쇠파이프를 들고 설치지만 않았으면 3만불 시대가 왔을 것이다.
바보!
역사만 바로 세웠어도, 그리고 재벌과 노가 손만 잘 잡고 윈윈했으면 우리 대한민국은 벌써 4만불 시대에 살았을 것이다.
이 등산아!
지금 중생이 많이 아프다.
앞으로 보아도 첩첩이요 옆을 보아도 첩첩이요
뒤를 보아도 첩첩이다.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하늘에 있을까?
바다에 있을까?
해법은 바로 우리가 가지고 있다.
이 인간세계에 답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 우리 인류 모두가 더불어 웃으며 사는 그 길이다.
너무 쉽다.
자연은 너무 너그럽다.
계속 자기 몸을 저렇게 파먹어도 눈 한번 찌푸르지 않는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진실로 잊고 사는 게 있다.
인간이 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대다.
이 지구의 주인은 우리 인간이 아니고, 자연이다.
우리는 신으로부터 태어난 게 아니고, 자연에서 왔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활렐루야가 나타난다.
소음 덩어리요 공해 덩어리인 할렐루야가 어떻게 이 국립공원 안에 터를 마련할 수가 있었을까?
종교+무리=권력이 된다
혹세무민하는 할렐루야의 김계화도 이제 건드릴 수 없는 권력자다.
건드리면 그를 따르는 수많은 땡비들이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저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 지구를 보면 무슨 생각이 날까?
아주 적은 점들이, 오래 살아보아야 백년 정도 살 것들이 오늘도 비지땀을 흘리며
내 것 네 것 가르고,
그것도 모자라 내 편 상대편 그리고 우리는 민주주의 네놈들은 공산주의 하며 만리장성 쌓듯,
나라의 울타리를 높게 치며 총을 맞대며 어르렁거리는 그 꼴이 얼마나 우습게 보일까?
비극이요 희극이다!
오면 가야 한다.
저 무리들은 산에 와서 무엇을 찾아 갈까?
궁금하다.
아멘도 있을 것이고, 나무아미타불도 있을 것이고, 알라도 있을 것이다.
시시하고 덧없다.
시간은 겁 없이 가는데, 세월은 속절없이 흐르는데
우리네의 삶은 값있게 살아지지 않는다.
전체가 아닌 개인과 이익에 전부 함몰되어 있다.
정치도 경제도 역사까지도.
내려와 만난 천도교.
인간이 곧 하늘이다.
기독교보다 급수가 조금 높다.
수직이 아닌 수평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하다.
아니, 핵이 빠져 있다.
인간이 하늘이다.
아집이고 고집이고 불통이고, 무지다.
그렇다면 이 우주와 지구는?
인간만이 최고 우월자일까?
반대다.
이 우주와 자연이 최고 우월자라야 정답이다.
자연이 곧 하늘이고 하느님이다.
뒷이야기-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하나만 이야기하자. 한국 경제, 무엇이 문제일까? 노일까, 사일까? 간단하다. 노와 사는 하나다. 수직이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문제와 답을 찾으면 된다. 성장과 수출만 바라보고 지금까지 땀을 흘리면 달려온 그 시스템을 계속 고집하면 한국 경제는 미래가 없다. 세계도 한국도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성장, 스톱, 개발, 스톱, 이윤 스톱, 종교 스톱!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관계를 하루빨리 복원시켜야 한다. 그리고 수직이 아닌 수평에서 시작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천천히 가는 것이다, 우리 인간과 산천경계를 두루두루 살피고 구경하면서. 201592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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