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처 이모부와 이모

오주관 2019. 12. 27. 18:21



25일 아침 집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 올해 돌아가신 이모님 알지요?”  

.”  

이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일기장에 유서 비슷한 내용을 적어놓았던 모양이에요.”  

유서?”  

. 동생 화와 석이가 자기 엄마 일기장의 그 내용을 본 모양입니다.”  

 

살아생전 한 번도 뵌 일이 없었다. 집사람으로부터 두 분 이모부와 이모님에 관해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두 분은 고향이 같다. 엄마는 사범대로 가고, 이모는 서울교대로 갔다. 이모부도 서울교대로 갔다. 두 분 다 초등학교에 근무를 하셨다. 이모부는 키가 작은 분이다어느 해 이모부가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이모부는 워낙 똑똑했다. 한국에 소개가 안 된 외국기술 하나를 가지고 와 국내 기업에 팔고 있다. 돈을 많이 벌었다건물도 몇 개 있고, 강원도에 별장도 가지고 있다. 자식은 딸 하나와 아들이 있다아모부 사업은 아들이 이어받아 지금 경영을 하고 있고, 누나도 무슨 직을 가지고 있는데 국내보다 미국에 더 많이 머문다. 명상 쪽에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아들은 K대 출신이고 딸은 집사람과 동문이다   

 

작년에 이모님이 돌아가시고 얼마 후, 딸이 이모네 식구들을 호텔에 초대를 했다. 유명 명상 강사 한 분이 와 1박 2일 동안 지치고 힘든 육신과 정신을 세탁했다고 한다. 요즘도 카톡으로 종종 명상 프로그램을 보내곤 한다.  

 

집사람으로부터 이모부와 이모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떡였다. 좋은 분들이다. 이모부는 자기회사에 처갓집 조카들을 하나씩 거두어주었다. 중간 이모님 딸은 신부전증이라 일주일에 두 번 투석을 받아야 한다. 그 조카를 이모부는 경리일을 보게 해 지금까지 그 일을 하고 있다. 이모는 일 년에 두어 번씩 자기 자매들에게 용돈을 보내고, 별장이나 시내 큰 식당에서 자매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곤 했다.   

 

교대출신인 이모님은 시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 해 K대 국문학과에 편입을 해 시 공부를 하셨다고 한다. 나는 인문학과 시에 관심이 많은 이모님을 한번이라도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다. 만났으면 아마 통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시와 인생 그리고 인문학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야와 사고를 더 넓혀 나갔으리라. 그 기회가 이제는 없다. 언제 시간이 되면 이모부님과 이모님이 누워 계시는 무덤에 찾아가 술 한 잔 따라드리고 절을 올리고 싶다.        

 

이모부님, 당신은 정말 괜찮은 분이십니다. 당신은 이타정신이 무엇인지 알고 계신 넉넉하고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이 마지막까지 간직해야 할 따뜻함까지 가지고 계셨습니다정말 값있게 사셨습니다.”   

 

이모님, 제가 사진으로나마 이렇게 뵙습니다. 늘 한 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올해 딸과 인도 명상 프로그램에 가셨다는 이모님. 명상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심근경색이 와 거리에서 숨을 거두신 이모님. 그 소식을 접한 나는 아이고, 했다   

 

이모님을 하루라도 빨리 한 번 만났으면하는 마음뿐이었다. 나와의 인연은 결국 이어지지 않았다. 이모님은 이모부님 못지않게 사랑과 정이 무엇인지를 아셨고,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고 가셨다 

 

유서 내용이 뭔데?”  

유서 내용은 알 수 없는데, 어쨌든 오늘 아침 동생 화와 석이가 세 분 이모님과 외삼촌 앞으로 돈을 천만 원씩 통장에 입금을 시켰다고 합니다.”

그래? "  

"."

 

짐작컨대 일기장에 그렇게 적아놓지 않았을까?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화와 석아엄마가 만약 이 세상에 없으면 특정한 날 너희 둘이 나 대신 세 이모와 작은 외삼촌 통장에 돈을 좀 넣어드려라. 이모와 외삼촌은 엄마와 피를 나눈 남매다. "  

"이모님도 마음이 따뜻하고 넓은 분이다. 참 쉽지 않은 일을 하셨네.”   

“맞습니다.”  

그런데 큰 외삼촌은 왜 안 드렸노?”    

 

큰 외삼촌은 지금 이모부 건물을 관리하고 있다. 나이가 80을 바라보고 있는데 오래 전부터 그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고향의 부동산이다. 십만 평 정도 되는 모양이었다. 그 부동산을 누님이나 여동생에게 한 평도 주지 않고 자기 혼자 꿀꺽 삼켜버렸다. 놀부과에 속하는 분이다. 좋게 봐 질 리가 없다. 혈육이어도 호불호가 있다. 건물 관리 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복이라면 복이다.   

 

“2천 모자라는 1억이네. 8천만 원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게요.”  

"DNA다. 좋은 씨는 항상 좋은 열매가 열린다. 우리나라 재벌의 어느 딸과 아들이 그렇게 할까?"

"맞습니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따뜻한 축복의 눈이 내렸네.”  

.”  

언제 기회가 되면 산소에 한 번 가자. 가서 술 한 잔 따라드리고 절이라도 올리자.”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