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5, 100Km를 걷다

오주관 2021. 10. 22. 13:40

 

 

 

 

 

 

 

 

 

 

 

 

 

 

 

 

 

 

 

 

 

 

 

 

 

 

 

 

 

 

 

 

 

 

 

오늘 점심을 먹으며 집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어제 6코스 24Km를 걸었다. 6코스는 올레사무실에서 쇠소깍까지 11Km이다. 집에서의 거리인 1Km를 더해 12km를 왕복으로 걸었으니 도합 24km이다.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 집사람과 어제 걸은 이야기를 하면서 말했다.

24Km는 자전거로도 만만한 거리는 아니다. 그런데 어제 24Km를 걸었다. 간식 하나 없이 삼다수 물 한병만 가지고. 내가 왜 이렇게 건강할까? 24Km를 걸은 그 힘은 어디서 나올까?

”어딜까요?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채식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력. 내가 만약 육식을 했으면 그렇게 끈기 있게 못 걸었을 거다. 육식동물인 사자나 호랑이는 파워는 있어도 끈기와 인내심은 없다. 그런데 말은 파워는 부족해도 지구력은 강하다. 나는 말이다.

”그럴 것도 같네요.

 

어제 보목항에서 잠시 나를 돌아보다

 

어제 오후 보목항에서 잠시 쉬어가려고 쉼터에 배낭을 내려놓고 배을 타고 섶섬에서 돌아온 다이버들을 구경했다. 여름 한철에는 다이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 수가 적었다. 지난 7월의 어느 날, 강한 해류에 휩쓸려 범섬에서 사라진 다이버들을 찾기 위해 해경의 헬기와 선박이 동원되어 몇 시간을 뒤졌지만 찾지 못 했다. 방송국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취재를 하곤 했지만 끝내 범섬 주변에서 그들을 못 찾았다. 몇 시간 후 그들을 발견한 곳은 마라도 해상이었다고 했다. 

 

그 생각을 하면서 일어난 나는 배낭을 메고 앞으로 걸어가다 순간 쾅, 하고 가슴을 부딪쳤다. 육지에 올려놓은 선박의 앞머리에 가슴을 정통으로 박은 것이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하필이면 심장이었다. 아,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아프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웃음이 나왔다. 한 치 앞을 못 본 것이다. 정신줄을 놓으면 이렇게 해서 가는구나! 다이버나 나나 정신일도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5, 100Km를 걸으면서 이런 어처구니는 처음이었다. 사실 6코스가 좋은 코스는 아니다. 특히 보목항에서 쇠소깍까지 가는 길은 협소하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길이다. 인도가 없다. 걸을 때 정신일도를 해야 한다.(참고로 시내에서 쇠소깍으로 걸어갈 때나 돌아올 때에는 왼쪽으로 걸어가야 차를 보고 피할 수 있다)걸어본 올레길 중에 가장 안전하고 걷기 좋은 코스는 1코스, 3코스, 4코스, 7코스(7코스도 외돌개에서 바닷가로로 가는 게 아니라 중산간 도로를 타고 가 아래로 내려가는 그 코스로 간다. 내가 개발한 7코스 올레길이다), 20코스였다. 걸어보면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코스를 자주 가는 것은 버스를 타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코스이다. 

 

걸으면서 나는 무엇을 생각하나?

 

명상이 내 지식의 창고에 저장되어 있는 것을 끄집어내어 밖으로 버리는 빼기라면, 올레길을 걷는 것은 내 지식의 창고에 없는 것을 밖에서 찾아 채우는 더하기다. 나에게 있어 걷는 것은 사색이고, 구하기고, 공식을 찾는 지난한 작업이다. 그것은 내 마지막 꿈이자 목표이다. 재갈량의 지혜를 빌리기도 하고, 살아 있는 선지자의 남다른 혜안과 용기를 배우면서 나만의 허물어지지 않는 성을 쌓아가고 있다. 성이 튼튼해야 공격을 할 수 있다. 공격은 튼튼한 수비에서 출발한다. 올레길을 계속 걷고 있지만, 내 정신의 레이다는 오늘도 전 세계 5대양 6대주를 누비고 있다.  

 

지금 나는, 나만의 비상을 위해 몸을 잔뜩 움크린 채 이 세계를 찬찬히 관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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