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21코스를 걷다

오주관 2025. 4. 2. 15:05

 

 

 

 

 

 

21코스를 걷다

 

해녀박물관에서 종달리까지 걸으면서 내가 본 건 이곳의 상권이 거의 전멸상태라는 것이다. 카페, 음식점, 민박, 펜션, 리조트 등등이 폐업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손님이 없었다. 서귀포 올레시장과 제주 동문시장이나 손님이 있을까 나머지는 경기가 사라졌다. 제주에 있는 호텔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꺼진 이유 중의 하나는 제주의 물가이다. 물가가 비싸다. 그래서 제주로 오던 관광객이 일본이나 태국, 그리고 베트남으로 가고 있다. 제주에서 생산하는 당근이나 무를 쿠팡에 주문을 하면 제주인데도 도서산간이라 배송불가로 나온다. 

 

어디서 잘못되었을까? 무 밭을 보면 무가 너무 많다. 당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도서산간이라 배송이 불가하단다. 물가는 서울의 두 배 정도 된다. 다행히 우리는 채식을 하는 사람이라 관계가 적다. 채소값도 서울보다는 비싸다. 좋은 것은 환경이다. 미세먼지가 적고 공기가 좋다. 제주 전체가 쾌적하다. 어디를 가도 아름답다. 4,3의 아픈 역사를 가진 제주 사람들의 성격은 조금 급해 보였다. 목소리도 크고. 억세면서 담도 크다. 어느 날 길을 가는데 내 앞에 허리가 90도로 꺽인 할머니가 뒤뚱뛰뚱 걸어가더니 차문을 열고 시동을 걸어 떠나는 것이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 모닝을 바라보았다. 제주에는 차를 운전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많다.

 

우리 동네 90 가까워 보이는 어이 할아버지는 하루종일 친구들과 콤포즈에서 2천원으로 해가 빠질 때까지 뭉갠다. 머리가 좋은 분이다. 미국 뉴욕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왜 나이가 많은 한국 할아버지들을 싫어하는지 어이 할아버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 어이 할아버지는 허리가 15도 정도 꺾여 있다. 나한테 그렇게 친절하다. 길에서 만나면 늘 차 한잔 하러 가자고 한다. 내가 예스를 하지 않는 이유는 어이 할아버지가 당신도 우리 과에 가깝구먼, 라고 할까봐 거절하곤 한다. 그는 항상 나를 부를 때 어이, 하고 부른다. 할머니가 계시는데 늘 친구들과 콤포즈에 진을 친 채 시간을 보낸다. 이곳 서귀포에서 유일무일 나와 친한 사이다.     

 

어제 하도리의 텅 빈 해수욕장을 걸으면서 4월 4일을 생각했다. 4월 4일 11시, 역사는 어떻게 기록이 될까? 법리뿐만 아니라 정무적 판단을 해도 답은 나와 있다. 윤석열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람이다. 역사의 거센 바람에 떠밀려 다시는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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