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소깍에서 책을 읽다 금요일 밤 우리 두 사람은 가방을 메고 오일장으로 가는 그 길 어딘가의 밭으로 갔다. 추석 전 포항의 막내에게 보낸 귤은 돈을 주어 택배로 보냈고, 우리가 먹는 귤은 밭에 버려져 있는 귤을 내가 주워와서 먹는다. 걸뱅이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밭에 버려져 있는 당근을 볼 때도 있다. 저 당근을 주워 갈까? 만에 하나 누군가가 나타나 "여보시오, 왜 남의 밭의 당근을 훔치시오?" 라고 할까봐 차마 밭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버려져 있는 당근 하나 줍다가 인격과 품격이 와르르 무너져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 귤이나 주워 먹자. 상품가치가 없는 큰 귤은 밭에 그냥 버린다. 누가 주워도 주인이 뭐라고 하지 않는다. 못 먹은 귀신보다 먹은 귀신이 때깔이 좋다고 한다. 대신, 사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