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채식만이 살길이다

오주관 2009. 7. 12. 19:43

 

 

 

목숨 걸고 편식하기-입문

어제 저녁밥. 현미밥과 야채들. 현미밥 안에 야채가 5가지 들어 있다. 그 위에 짜지 않은 된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하다. 현미밥에 숙달이 안 된 사람들은 맛도 없고 까끌까끌하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아구가 뻐근할 정도로 씹으면 구수한 단물이 나온다.

 

내가 싸우고 있는 적, 고혈압. 친구이자 적이다. 내력일지 모른다. 아버님이 고혈압이시다. 술도 담배도 안 하시는 아버님이 가지고 계시는 고혈압. 고혈압 약을 먹은 지 이제 3년. 20 초반부터 늘 150 수준이었다. 그러다 나이를 먹어서는 210-170 정도였다. 중풍협회 준회원으로 갈 즈음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약을 먹기 시작했다. 3년 전이다. 약을 먹어도 정상은 아니었다. 150 정도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해서 운동도 하고 그리고 음식에도 신경을 쓰곤 했다. 또 여행을 갈 때는 항상 약을 가지고 다녔다. 이걸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니... 끊을 방법이 없을까? 하다 그 프로를 만났다. MBC 스페셜.  

 

 

 

 

 

불가마 앞 강. 장대비가 왔는데도 강물은 구불구불 느리게 움직였다. 기울기가 완만한 모양. 청평 너머에 이런 곳은 처음이다.

 

편식에 목숨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나왔다. 세 사람. 그들은 하나같이 현대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말기암과 싸우다 마지막으로 음식에 목숨을 걸기로 하고 치료를 거부한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서 내 시선을 잡아끈 것은 음식으로 고혈압을 물리친 어느 의사의 간 큰 임상실험이었다. 그는 말했다.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는 말했다.

 

고기, 생선, 우유, 달걀을 먹지 마라.

심지어 멸치도 먹지 마라고 했다.

현미와 콩에 다 들어 있으니까.

현미, 야채와 채소, 과일, 그리고 콩과 견과류를 섭취해라.

그래서 내 몸의 독을 빼내고 원래의 몸을 만들어라.

 

일어나 앉았다. 저것이다! 그는 말했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먹기 시작하면 금방 반응을 한다. 나는 황박사를 전폭적으로 믿기로 했다. 그리고는 실천에 옮기기로 하고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지기가 인터넷에 현미를 신청했다. 콩과 고구마도. 하루 먹었는데 몸이 가뿐해지기 시작했다. 혈압을 재었더니 놀랍게도 120-85였다. 하! 이럴 수가! 거듭 놀랐다. 이렇게 기쁠 수가! 이런 날도 있어야 한다.  

 

 

 

 

 

불가마 내부 풍경. 바닥은 시멘트. 가마가 제법 많았다. 소금황토방, 저온방, 중급, 고온방, 초고온방. 밤에 초고온방에 갔다 혼비백산. 여자 하나가 산발한 머리를 입구에 내놓은 채 몸만 가마 안에 넣고 찜질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모른 채 우리 두 사람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그 광경이었다. 나는 가발인 줄 알았다. 안이 너무 더워 가발을 잠시 벗고 들어갔구나 생각했는데 옆지기는 가발이 아니라 머리가 있다고 했다. 산발한 얼굴 하나가 그렇게 있다고 생각하면 엽기도 그런 엽기가 없었다. 잘못하고 발로 세게 밟았으면 그 여자 골로 갔을 것이다. 하! 독한 여자. 일단 후퇴! 하고 빠져 나왔다.

 

어제 토요일, 지하철과 버스로 경기도 가평군 상면의 어느 불가마에 갔다. 토요일이라 국도는 거북이들로 넘쳐났다. 엉금엉금 기는 거북이들. 다들 강원도로 내빼는 모양이었다. 목적지에 도착을 하니 밤이었다. 주변의 풍경은 날이 새면 보기로 하고 불가마 순례에 나섰다. 들어갈 때는 빳빳한 옥양목이었는데 나올 때는 다들 물걸레가 되어 있었다. 숙달이 되니 불가마 안에서 잠이 왔다. 코도 골면서. 몸도 정신도 가벼워졌다. 심인성인가?  

 

 

 

 

 

 

가마 마당. 우리가 나올 때 보니 단체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한대 와 있었다. 그들은 아침부터 불판에 불을 피워 돼지 삼겹살을 지글지글 굽고 있었다. 판 위를 보니 빈 소주병이 여러 있었다. 돼지도 골로 가고 소주도 골로 가고... 시간도 골로 가고... 인생도 골로 가고...

 

아침에 눈을 뜨니 밖에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중부지방은 200밀리 정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불가마 앞의 강을 보니 물이 불어 있었다. 미역국으로 속을 채우고 다시 불가마 순례. 비도 오고 날도 꾸리한데 좀 찌지고 가자. 어젯밤 자리가 넓은 데도 불구하고 내 몸을 덮친 사나이는 보이지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온 그 사내는 밤이 깊자 옆지기와 자고 있는 내게 뚜굴뚜굴 굴러와 바싹 붙는 것이었다. 어랍쇼, 동성애자인가? 어이, 절로 가! 하고 밀어도 꿈쩍도 않았다. 몇 달 전, 부안에 갔을 때도 그랬다. 한 사내가 나에게 붙는 바람에 그날 밤도 잠을 설친 일이 있었다. 자식도 버리고 마누라도 버리고 아버지도 버리고 어머니도 버린 그 사내는 굴러굴러 나에게 와 코를 박고 자려고 했다. 내 몸에 꿀 냄새가 나나. 옆지기는 계속 웃었다. 해석이 안 되는 놈이었다. 어쨌든 오늘 아침에도 혈압약은 노! 미역국과 가지고 간 토마토 하나 그리고 커피 한잔이 끝.

 

이대로 가면 나는 분명 고혈압에서 해방이 될 것이다. 지금은 실험 중이다. 내 실험이 성공하면 나는 나발을 불 것이다. 이 땅에 고혈압과 당뇨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의학이 아닌 음식과 운동으로 극복을 해야 한다. 식이 고치지 못하면 의사도 못 고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그 다음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지금은 고혈압과 싸우고 있는 중.

아직까지 고혈압전선 이상 무!

 

 

 

뒷이야기-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너무 먹는데 골골했다. 찌지고 볶고 튀기고 삶은 음식을 너무 게걸스럽게 아구아구 씹어 삼켰다. 위와 창자를 생각하지 않은 채. 나는 그래도 음식에 관한 한 양반에 속한다. 하지만 주위를 보자. 너무 집어넣고 있다. 그렇게 과부하가 걸리니 내부에서 쿠테타가 일어나는 것이다. 힘이 달리니까 나 몰라라 하고 백기를 드는 것이다. 그 결과가 암이다. 소식이 몸에 좋다. 내부의 장을 생각해서라도. 그들도 주 5일 근무를 해야 한다. 쉴 때는 쉬어야 한다. 잔업과 주말도 없이 돌리면 뿔이 난다. 골이 빙글빙글 돌면 사이코가 되든가 아니면 나 몰라라 하고 땡깡을 부린다. 그 결과가 암이다. 이제 간단하게 먹자. 현미, 채소, 과일, 콩, 견과류만 먹어도 영양은 충분하다고 한다. 단백질은 현미와 콩으로 해결하고. 현미 속에도 단백질이 충분히 들어 있다고 한다. 이것들을 가지고 내 좁아진 혈관을 넓혀 나갈 것이다. 그리고 소제할 것이다. 깨끗하게. 중요한 것은, 답은 다 나와 있다. 실천을 못해서 그렇지. 실천이 문제다. 하나 가슴이 아픈 것은, 이렇게 나가면 우리나라 경제가 골탕을 먹을 수 있다. 축산업자, 낙농업자, 양돈업자, 그리고 식당과 크고 작은 병원과 의원들과 약국이 경영난에 빠져 나자빠질 수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내 주치의와 약국이 단골 하나를 잃는다. 20096712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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